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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민규 소설의 바로크 현상

        심아진 고려대학교 대학원 2014 국내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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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서양의 여러 예술 분야나 한국의 건축, 미술, 음악 등에서 더 이상 바로크를 17세기라는 시간이나 유럽이라는 공간에 한정하지 않고 이해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라이프니츠의 모나드, 들뢰즈의 주름, 벤야민이 언급하는 멜랑콜리 등이 보편성을 획득한 바로크를 가리키고 있으며, 아르놀트 하우저도 바로크의 모든 예술이 ‘전율과 무한한 공간의 메아리 및 모든 존재의 상호관련성으로 충만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정우는 저서『접힘과 펼쳐짐-라이프니츠와 현대』를 통해 역易을 현대적으로 이해하면서 모나드의 주름처럼 ‘펼쳐치고 또 펼쳐지는’ 것을 역이라 하고 모나드적 세계를 태극의 팔괘의 움직임으로 이해한다. 또한 배선복은『라이프니츠의 바로크 기획과 동서비교철학』에서 17세기 예수회 선교사를 통해 중국을 거쳐 조선으로 들어온 서학, 그리고 실학이 바로크와 유사한 정신을 양산했음에 틀림없다고 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가질지는 알 수 없으나, 한국에 바로크와 유사한 정신이 존재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는 바로크의 등장이, 이성이 최고조에 이른 고전주의에 반하여 혹은 고전주의를 일부 계승하면서 발원하였다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바로크는 ‘일그러진 진주’라는 어원이 뜻하듯 조화·균형·안정·논리성 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기괴한 상태를 일컫는다. 또한 전율과 황홀 등으로 설명할 수 있는 디오니소스적 열광의 상태를 포함한다. 바로크는 인간의 원시적 생명력과 순수함을 표명한다는 점에서, 동시에 인간 주체를 가장 예리하게 탐구한다는 점에서 헤겔이 강조하는 시문학의 본질과 깊게 닿아 있기도 하다. 바로크를 단지 특정 시기에 서양에서 등장한 예술사조로 이해하지 않고 고전주의의 반대편에 있는 하나의 거대한 축으로 볼 때, 한국문학, 한국소설에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 양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한국이 G20국이라든가 IT강국이라는 화려한 외관과는 무관하게 높은 자살률, 열악한 노동현장, 극빈자 층의 확대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을 감안할 때, 최근 한국문학에서 두드러진 환상, 변신, 꿈의 꿈, 이중적 자아 혹은 자기 변용 등의 현상은 단지 우연이 아닐 수 있다. 한국문학에 바로크가 보인다면 지금의 한국 상황이 바로크를 양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일 것이다. 본고는 시대를 뛰어넘는 바로크의 전통이 한국문학에도 존재하였음을 살펴보면서 한국소설 중 박민규 소설에 집중하여 바로크를 조명해보고자 한다. 박민규는 최근 희극성 연구나 환상성 연구에 자주 언급되면서 대중성과 함께 문학성도 놓치지 않는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 연구 자료가 많지 않고 아직은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단점이 있으나, 한국문학에서 바로크를 설명하기 위해 박민규의 소설들이 가장 적절할 예가 되고, 특히 최근에 발표한「군함도의 아침」에서 원숙한 바로크를 접할 수 있었다는 점을 들어 연구 대상으로 정했다. 17세기 서양의 미술, 음악, 건축 등 다양한 예술에서 바로크가 어떤 식으로 드러났는지를 개괄하고 문학에서는 특별히『햄릿』과『돈키호테』등에서 보이는 바로크 경향을 주의깊게 살펴보았다. 서론에서는 국문학 중 바로크 오페라와 장르적으로 유사한 판소리를 비롯해 탈춤, 꼭두각시놀음, 서사무가, 민요 등에서 한국적 바로크를 어떻게 관찰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았으며, 한국정서에 뿌리 깊은 해학이나 마당극에서 보이는 소통 등을 통해 한국적 바로크의 맥을 짚어보았다. 본론에서는 박민규에 관한 기존 연구들을 살펴보고 연구의 한계 및 보완·수용할 부분들을 살펴보면서 박민규의 작품 중 바로크적 경향을 보이는 작품을 예로 들었다. 바로크를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는 모나드, 주름, 멜랑콜리, 알레고리 등인데, 이러한 현상들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였다. 라이프니츠의 모나드는 부분을 가지지 않는 단순 실체로 신정론과 변신론에 근거하여 신이 창조한 가장 완벽한 세계, 그러므로 다른 세계와 공존불가능한 세계를 뜻한다. 들뢰즈는 모나드의 이러한 공존불가능을 불가능이 아닌 차이로 보면서 잠재되어 있으나 아직 펼쳐지지는 않은 무한한 주름으로 설명한다. 여러 층위의 세상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지구 영웅 전설』과「크로만, 운」을 예로 들었다. 고단한 현실을 한 판 놀이마당으로 만든『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은 광기와 축제의 한마당을 펼친다는 점에서 디오니소스적 충동, 바흐친의 카니발 개념과 관련지을 수 있다. 인생의 불확실성 속에서 바로크적 멜랑콜리를 양산하는 소설 속 인물을 통해 현실과 환상, 현실과 꿈 사이의 구분과 경계를 없애는 연극적 장관을 목도하게 된다. 바로크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불명료함이다. 그림인지 건축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환각의 눈속임, 콰드라투라는 이러한 바로크식 불명료함을 설명하는 좋은 예인데,『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 선명히 드러난다. 소설에서는 박민규 특유의 유머가 더해져 작중인물의 생각을 여러 겹으로 감추어 놓았고, 다중적인 결말로 바로크식 안개를 더하고 있다. 「깊」,「굿모닝 존 웨인」등『더블』에 수록된 여러 단편들에는 한국적 해학의 전통을 간직한 바로크식 멜랑콜리가 펼쳐지고 있다. 피조물의 상태에 있는 인간의 비참함에서 연루한 멜랑콜리는 삶 속의 죽음, 광기와 결합된 천재성, 슬픔에 동반된 사색 등을 이야기하며 다양하게 변주된다. 「양을 만드신 그분께서 당신을 만드셨을까?」와「아스피린」은 실패와 고통 속에 죽어가는 인간 역사에 대한 의문이란 설명이 불가능한 것이기에 알레고리로 재현될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상징과는 달리 뚜렷한 의미를 형성하지 않는 알레고리는 고대의 주문처럼, 숨겨진 비의처럼 침묵 속에 내재한 아우성을 그려낸다. 「끝까지 이럴래?」에서는 주선율을 잃지 않는 바로크의 통일성을 보여준다. 르네상스가 균등한 독립성을 보이는 반면 바로크는 다양한 독립성을 포용하면서 통일성을 꾀한다. 주인공 애덤스와 창은 사투르누스와 같은 이중성을 보이지만, 세기말적 멜랑콜리를 향해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 그들의 자기기만은 다양하게 변주되면서 세계의 끝을 향해 달려간다. 이 밖에 바로크의 전초가 되며 다분히 바로크적인 양상을 갖고 있는 마니에리즘을 설명하기 위해『지구 영웅 전설』을 들었고, 바로크의 거의 모든 특징을 다 가지고 있는 작품으로「군함도의 별」을 소개하였다. 논문은 바로크의 현상들을 중심으로 박민규의 작품들을 언급하다보니 서로에게 끼워지고 중첩되게 마련인 바로크의 특징들을 다소 도식화한 경향이 있다. 또한 선행된 연구가 없는 관계로 한국의 문학적 전통 속에 보이는 바로크를 충분히 드러내지 못하였다. 박민규 외에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서 보이는 바로크에 대한 연구는 이후의 과제로 남는다.

      • 1930년대 프롤레타리아 소설 재론 : 여성, 노동, 섹슈얼리티

        배상미 고려대학교 대학원 2018 국내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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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논문은 1930년대 프롤레타리아 소설에 재현된 여성 노동자들의 계급을 규명하고, 이것의 문학사적 의미를 탐구했다. 이 논문에서는 프롤레타리아 소설을 ‘노동자들이 각자의 상황에서 고용주, 지배계급, 그리고 지배질서에 저항하여 그들을 억압하는 것으로부터 해방되려는 의지를 그린 소설’이라는 의미로 사용하였다. 노동자를 특정 조건을 갖춘 사람으로 한정하지 않는 이 같은 정의를 통해, 남성 공장 노동자에 집중해온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시각에서 진행되어온 프롤레타리아 소설 연구를 벗어나서 여성 노동자를 연구 대상으로 포착할 수 있었다. 인문학계와 사회과학계의 식민지 시기 연구에서 여성 노동자는 주로 공장 노동자와 동일시되었고, 서비스업 여성 노동자는 신여성의 일부로서 연구되었다. 그러나 식민지 조선에서 노동하던 여성상을 총체적으로 살펴보기 위해서는 다양한 직종을 포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 논문은 1930년대 프롤레타리아 소설에서 여성 노동자들의 직종을 재생산(가내/성) 노동, 공장 노동, 서비스업 노동으로 나누어서 여성 노동자들의 특성을 규명하였다. 본 논문은 계급, 노동, 섹슈얼리티를 단일한 대상을 지칭하는 개념이 아니라, 복수적인 것으로 전제하고 사용하였다. 계급 개념을 노동자와 자본가라는 이분법적 정의에서 벗어나, 역사성을 중심으로 살핀 E.P. 톰슨, ‘계급’의 형성이 생산관계의 노동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고 본 조앤 스콧, 그리고 노동자들은 ‘노동자’일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개인으로 보고 그의 다층적인 정체성이 계급의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논한 에티엔 발리바르는 계급을 상대적인 시각에서 논할 수 있는 기반을 제시해주었다. 젠더와 공간의 관계를 분석한 린다 멕도웰의 논의와 섹스는 이분법적이지 않으며 한 개인의 젠더는 수행 과정에서 구성된다는 주디스 버틀러의 주장은 노동하는 여성들이 주변 환경에 반응하면서 다양한 정체성을 형성해나가는 과정을 밝힐 수 있도록 도왔다. 이성애적 섹슈얼리티를 전유하는 비이성애적 섹슈얼리티의 생산성에 대한 주디스 버틀러의 논의와 규범적 섹슈얼리티가 여성을 억압하는 메커니즘에 관한 게일 루빈의 논의는 섹슈얼리티의 젠더와 여성 노동자들의 계급 사이의 상관성을 밝히는 과정에서 사용되었다. 본 논문의 대상이 되는 소설들은 지금까지 많은 연구들에 의해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정전으로 논의되었던 작품들과. 논의되지 않았던 작품들을 망라한다. 정전 연구를 통해서는 지금까지 프롤레타리아 소설의 정전을 연구한 성과들이 간과했던 여성 노동자들이 그 작품의 주제의식을 재조명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프롤레타리아 문학으로서 주목받지 못했던 작품들을 통해서는 이 소설들이 한국의 프롤레타리아 문학사를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서술할 수 있는 토대가 될 만 하다는 것을 논증하였다. 첫째로, 여성의 재생산 노동을 통해 사적 영역이 혁명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소설들을 연구했다. 재생산 노동의 가치는 종사자가 여성이고 사적 영역에서 수행된다는 이유로 평가절하 되었지만, 이 소설들에서 재생산 노동자들은 자신의 노동현장에서 계급적대와 근대사회의 모순을 체감하며 계급의식을 키워나갔다. 기생과 창기 같은 성노동자들은 그녀들의 노동에 부여된 낙인을 사회운동의 원동력으로 전유하였다. 가정의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노동 현장에서 생산관계의 모순과 사회의 성차별을 인식했다. 나아가 이들은 자신들과 유사한 처지의 사람들을 동질적 계급으로 인식하고, 이들과 연대하여 현재 자신들이 놓인 상황을 타개하고자 시도했다. 재생산 노동자들 역시 근대적 생산관계와 얽혀 있으며, 여성의 것으로 성별화된 그들의 노동은 누구보다 사회의 젠더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기초가 되었다. 두 번째로 공장에서 노동하는 여성들이 젠더 폭력을 거부하는 양상을 연구했다. 젠더 폭력은 성폭력이나, 사회적 관습의 강요로 나타난다. 성폭력은 동료 노동자들이 여성 노동자들의 계급의식을 판별하는 수단이자, 여성 노동자들이 계급 적대를 자각하고 연대를 시작하는 계기로 재현되었다. 모든 소설에서 성폭력은 노동현장의 권력관계로 인해 발생하지만,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 노동자를 재현하는 방식은 달랐다. 여성 노동자가 감독으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은 후에 가해자에 대한 분노를 계급투쟁으로 연결시키면 영웅적인 노동운동 투사로 그려지지만, 가해자와 타협하고 그의 애인이 되면 다른 노동자들에게 비난받는 타락한 노동자로 그려졌다. 이 같은 이분법적인 여성 노동자 재현은 성폭력의 책임을 성폭력 가해자에게 묻지 않고,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사회적 통념에 무비판적이었기 때문에 나타난다. 하지만 투쟁과 타협의 이분법 밖에서 계급투쟁에 참여하는 여성 노동자를 그린 소설인 『인간문제』는 저항적 여성 노동자의 형상이 이러한 이분법적 구도 밖에서도 충분히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다른 한편, 여성들은 노동현장 안팎에서 폭력적인 사회적 관습에 의해 욕망을 제약 당했다. 이것은 농촌과 도시를 각각 다른 방식으로 착취하면서 팽창하는 자본주의 사회에 대한 인식으로 발전되기도 했다. 혹은 성폭력을 노동환경의 젠더를 보여주는 사건이자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증진을 위해 시급하게 축출해야하는 문제라는 인식에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장은 어떤 노동 현장보다 노동자들이 수행하는 공정의 유사성으로 인해 노동자들의 연대가 쉽게 이루어지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 동질성은 노동자들의 연대를 독려하기도 하지만, 집단과 다른 행동을 하는 노동자들을 비하하는 양가적인 성격을 보였다. 세 번째로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이 현실에 대한 불만을 바탕으로 낙관적인 미래를 전망하는 것으로 재현되는 방식을 연구했다. 여성 서비스업 노동자들은 섹슈얼리티를 노동자원으로 삼는 만큼, 노동 현장에서 성폭력에 쉽게 노출되었다. 소설 속의 여성 노동자들은 자신의 섹슈얼리티의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노동 현실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사회 구조적인 수준에서 성적 자기결정권을 요구했다. 또한 이 여성 노동자들은 독립적인 생활 능력과 새로운 사상을 탐구하려는 열정을 통해 사상적 측면과 사회운동의 측면에서 새로운 행위자성을 드러내었다. 이들은 자신의 노동현장과 생활에서 갖춘 능력을 바탕으로 기존 사회를 비판적으로 지양하고 새로운 미래를 기획해나갈 인물들로 재현되었다. 여성 서비스업 노동자들은 도시화의 과정에서 새롭게 나타난 노동자 군상이었다. 이들은 중등학교 이상의 학력을 갖추고 공장이나 일용직 노동자들보다 높은 월급을 받았지만, 미디어는 이들을 주로 성적 대상화하였다. 그러나 프롤레타리아 소설들은 언제나 대상화되었던 서비스업 여성 노동자들을 구태의 사상적 조류와 단절하고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나갈 주역으로 조명했다. 이는 젠더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시대의 문제로 제시한 것이며, 젠더 문제의 해결을 새로운 미래상 속에서 탐구한 것이기도 했다. 본 연구는 여성 노동자에 주목하여 지금까지 주목받지 못했던 소설들이 프롤레타리아 문학으로서 가지는 의의를 발굴해내고, 문학사에서 자주 언급되었던 소설이지만 선행연구가 주목하지 않았던 서사와 인물들을 재조명하여 1930년대 프롤레타리아 문학사를 재구성한 하나의 시도였다. 또한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노동자의 경제적 측면의 모순만을 다루는 문학으로만 한정하지 않고, 사적 영역과 섹슈얼리티, 그리고 일상적인 인간관계 등을 다루는 문학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그 범위를 확장하였다. 이를 통해 선행연구들이 프롤레타리아 문학 정전을 연구할 때 간과하였던 서사들과,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정전으로 읽히지 않았던 소설들의 가치를 발굴해내었다. 여성과 노동, 그리고 섹슈얼리티의 상관관계 속에서 프롤레타리아 문학을 연구하는 방법론은 식민지 시기뿐만 아니라 근대 문학사 전반을 재구성하고, 한국 문학사에서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계보를 재발견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 This study examines the class of women laborers as represented in proletarian novels within the context of Korean literary history. For this purpose, I define the ‘Proletarian novel’ as representing laborers who struggle for liberation from oppression against their immediate employers, the ruling class, and the dominant social order. Following this definition, not limited to any exclusive category of ‘worker,’ my approach to women workers differs from previous proletarian literature studies coming from a Marxist-Leninist perspective. Women who worked for a wage in colonial Korea have usually been identified solely as factory workers in humanities and social science academic research. Recognizing that the factory framework of this previous research is too narrow to embrace various working women in these novels, my research analyzes symbols of working women in colonial Korea more broadly, including diverse women’s jobs grouped under the following three categories: reproductive(domestic/sexual) labor, factory work, and service labor. This study suggests that the terminology of class, labor and sexuality denotes not singular but plural phenomena, in accordance with the theory of E.P. Thompson, Joan Wallch Scott, Étienne Balibar, Linda McDowell, Judith Butler, and Gayle S. Rubin. The novels this study examines include not only canonical but also neglected stories from the body of colonial period proletarian novels pertaining to the above three categories of women’s jobs. Firstly, I analyze novels which portray the private sphere as a revolutionary space. Reproductive labor is often considered to be inferior to other kinds of waged work, given its position outside of relations of production, not mediated by exchange value, but as these novels demonstrate, workers engaged in reproductive labor have also raised their class consciousness in their respective places of work, identifying class conflicts and the contradictions of capitalist society. Sex workers like kisaeng and ch’anggi (prostitutes) appropriate the stigma attached to their labor to empower the labor movement. Domestic laborers recognize the contradictions in the relations of production and sexism in their workplace. Further, they forge bonds of solidarity with people sharing similar situations. Secondly, I investigate how working females in the factory reject gender violence: sexual harrassment and the enforcing of hegemonic gender roles. Incidents in these novels in which an employer sexually violates an employee represent an important dividing point from which the victim decides either to resist against or compromise with the violator. Demanding responsibility for sexual harrassment not of the violator but of the victim is, I insist, to adopt a misogynistic perspective. Another figure of the female worker, best exemplified by the character Sŏnbi in Kang Kyŏng-ae’s Ingan munjae, understands sexual violence as a contradiction caused by social hierarchy and thereby overcomes this dichotomous frame. On the other hand, the patriarchal tradition which exists inside and outside the labor site restricts women’s desire. This encourages women to recognize capitalist social formations which exploit rural and urban sites differentially and to understand sexual violence as an urgent problem to be resolved in the workplace so as to ensure female workers’ welfare. The last working figure I address in this research is the woman in the service sector as a prospect for a positive future. This female figure requires sexual self-determination, questioning women’s precarious working conditions in which managers and customers alike threaten their sexual rights. The eagerness of these service sector women to explain theoretically their own structural position, I contend, helps them to overcome the obstacles of the historical period. Women in the service sector appear as a new class of laborers in the process of urbanization. Contemporary media sexually objectified them in spite of their positions’ specific requirements for education and the fact that their salaries were much higher than those of other jobs. However, proletarian novels shed light on how they took charge of their own futures and led the struggle against oppressive conditions such as war, racial discrimination, and sexism. This case suggests that the gender question remains a crucial analytic alongside other constitutive problems within the field of international power relations. This study therefore locates women workers in a range of novels in order to reform proletarian literary history by recasting the canon and introducing hitherto neglected works. In so doing, I seek to expand the definition of proletarian as corresponding not only to laborers’ economic problems but also the private sphere, sexuality, and everyday relationships. ㄴStudying proletarian literature on correlation among woman, labor and sexuality helps us to grasp factors overlooked in previous studies. This research thereby contributes to the reformation of modern Korean literary history overall as it traces the genealogy of proletarian literature through the framework of interaction among woman, labor and sexuality.

      • 신채호의 서사문학 연구

        김희주 고려대학교 대학원 2018 국내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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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문초록 신채호의 서사문학 연구 본 논문은 신채호의 서사작품들을 대상으로 하여 그가 어떤 방식으로 서사 내에서 작가의식을 구현하고 그만의 독특한 소설세계를 구축했는지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신채호의 문학은 근대 변혁기의 한국이 당면한 정치적 현실과 관련하여 출발한 시대적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그는 현실 위기를 타개할 극복방안으로서 소설을 선택하였으며 이를 읽는 대상을 국민독자로 지정하였다. 신채호가 상정한 국민독자란 일반 개념의 독자와 달리, 국가위기를 극복할 가능성을 지닌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의 소설은 작가의식을 서사화한 정치적·목적 문학이라 할 수 있다. 신채호가 서사에 배치한 작중인물들이 상징적 체계하에 움직이고 작가가 의도한 의미를 전달하기 때문에 이들은 근대적 개인이라기보다는 식민지 체제하의 ‘我’에 해당되는 인물들이라 할 수 있다. 서사인물들은 크게 역사적 인물과 현재적 인물로 나뉠 수 있다. 역사적 인물은 그 대상이 지닌 의미를 더 부각시키거나 새로운 인식을 독자에게 부여하기 위해 호명되었다. 창작 인물의 경우는 현실개혁과 밀접하게 관련된 인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역사관련 서사와 창작서사는 ‘재구성’과 ‘형상화’에 의해 주조되었는데, ‘재구성’은 독자의 인식전환이 우선시된 것으로 고정되었던 인물이나 사건의 재인식을 도모한 것이다. 성립요건은 독자가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 구성될 수 있다. ‘형상화’는 어떤 인물과 사건을 새로운 스토리로 주조하는 것을 말한다. 역사적 인물·사건 등이 서사의 재료로 활용되기는 하지만 그 외의 것은 전적으로 작가의 의도 하에 의해 채워진다. 창작의 영역에서 신채호 는 그가 지각한 현실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하였다. 따라서 신채호의 서사적 인물과 공간의 영역은 의미를 낳는 은유와 그 의미가 끊임없이 자리를 바꾸는 상징적 체계 하에 구성된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작중인물은 그가 의도한 창작의 영역에서 담화로 배치된 발화행위를 통해 독자에게 작가의식을 전달한다. 형상화의 영역은 계몽의 영역이라 할 수 있지만 여기서 ‘계몽’은 재고할 필요가 있는 용어이다. 그의 서사문학은 독자의 새로운 인식전환이 서사목적이라 할 수 있다. 의도한 대상에 대한 새로운 영역은 일종의 정보와 같다. 정보 전달은 일종의 공유의 개념으로 이해될 수 있다. 이는 신채호가 국민을 민중혁명의 주체로서 인식한 데서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그의 작품들을 세 계열로 분류하여 논의 하였다. 제1계열은 역사 전기류로서 역사기록을 바탕으로 서사화한 한 인물에 대해 작가가 어떤 방식으로 서사를 전개하였는지 논의하였다. 애국 계몽기에 저술된 이들 작품은 시대의식에 부응하여 직접적이고 논평적인 서술방식을 취했다. 그러나 점차 인물의 내면묘사에까지 이르면서 소설적 면모를 획득하는 과정을 논의하였다. 본론 제2장에서는 제2계열에서의 작품들에 대하여 논의하였다. 이들은 역사 전기류와 창작 소설을 매개하는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조선고대신화’로 명명되어진 이 계열의 작품들에 언급된 소재들이 창작 소설에서 그 비중과 의미가 확대되어 등장하는 것도 주목하였다. 제2계열의 서사인물들은 일어난 사건을 더 부각시키는 인물들로 창출되었기 때문에 작가가 제시한 사건과 인물의 분석을 통해 작가의 의도를 검토하였다. 제3계열의 작품들은 작가가 의도한 소설의 목적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작품들이었다. 작품구조 안에서 행위 하는 인물의 속성을 밝혀 이를 의도한 작가의식에 주목하였다. 주제어: 신채호, 국민독자, 민중, 민중의식, 작가의식, 창작인물, 창작서사, 창작영역, 작중인물, 담화, 담화주체, 서사구조, 은유적 인물, 지각 공간, 시간성

      • 한국 초기 근대소설과 진화론 : 1910~1920년대 초 '진화' 개념의 전유 양상을 중심으로

        이만영 고려대학교 2018 국내박사

        RANK : 247599

        본 논문은 1910~1920년대 초 진화론의 수용 및 비판 양상을 문학사적 맥락에서 살펴보고, ‘진화evolution’라는 서구적 개념이 비판적으로 전유되어왔던 역사적 궤적을 고찰하는 데 목적을 둔다. 이를 위해 1910년 한일합방 이후부터 3 ․ 1운동 직후인 1920년대 초반까지 발표된 비평 및 소설 텍스트를 대상으로 삼아, 식민지 조선에서 진화론이 하나의 사회적 통념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진화론의 대항 담론counter discourse이 구축되는 과정을 통시적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이는 진화론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역동적인 담론들의 경합 과정을 해명하고, ‘진화’ 개념이 구체적인 역사적 ․ 사회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확인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주지하다시피 진화론은 한국 초기 근대문학사를 논의하는 데 있어서 중요하게 다뤄져왔던 정치사회학적 담론 중 하나였다. 19세기 말부터 급격하게 유입 ․ 확산되었던 진화론은 조선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전체를 장악한 주류 담론으로 기능했으며, 한국 초기 근대소설의 사상체계를 지탱하는 동력으로 군림했다. 이광수 ․ 현상윤 ․ 양건식 ․ 염상섭 등과 같이 근대 초기에 활동했던 작가들은, 진화론을 수용하거나 그와 경합하는 과정 속에서 자신들의 정치적 감각을 논설 혹은 작품 속에 농후하게 드러낸 바 있다. 이들에게 있어서 진화론은 단순히 식민지적 현실을 이해하는 이론적 준거점으로서만 기능한 것이 아니라, 그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반드시 극복 ․ 지양되어야 할 이론으로 호명되곤 했다. 이러한 인식이 당대 소설 속에 투영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들의 다양한 문학적 면모를 총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진화론에 입각하여 우리 스스로를 ‘약자’로 호명해왔던 문학사적 흐름뿐만 아니라, 진화론적 프레임을 넘어 ‘약자’라는 자기인식으로부터 탈피하고자 했던 문학사적 흐름까지 해명할 수 있어야 한다. 본 논문은 ‘진화’ 개념이 초역사적이고 고정적인 관념체계가 아니라 특정한 역사적 국면에 따라 새롭게 해석 ․ 변용되는 역사적인 의미체계라는 점을 전제로 삼고 있다. 이는 정치 사회적 변화에 따라 특정 개념의 의미가 변모할 수 있다는 개념사적 관점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서 다루고 있는 史料와 문학 텍스트가 방증하고 있듯이, 식민지 조선에서 ‘진화’ 개념은 ‘한일합병, 1차 세계대전, 러시아혁명, 3 ․ 1운동’ 등과 같은 역사적 사건을 계기로 각색되어왔다. 이를테면 자연적 진화natural evolution가 아니라 인위적 진화artificial evolution의 개념이 부상하고, 상호경쟁적 진화the evolution of mutual competition가 아니라 상호부조적 진화the evolution of mutual aid가 강조되며, 교육과 식산을 통한 점진적 진화gradual evolution가 아니라 혁명을 통한 급진적 진화radical evolution가 새로운 진화의 방법으로 제시되었던 것, 이것이 바로 식민지적 조건에 부합하게끔 진화 개념을 비판적으로 각색해왔던 역사적 궤적에 해당된다. 이러한 관점에 입각하여, 본 연구는 ‘진화’ 개념이 특정한 역사적 사건에 따라 어떻게 변주되고 그 의미를 확장해 나가는지를 논의하였다. 먼저 Ⅱ장에서는 한일합병 전후의 시기를 대상으로 진화론의 수용 및 비판 양상을 검토하였다. 이 시기에는 인위적 진화의 가능성과 그 방법이 진지하게 모색되었던 바, 당대 지식인들은 인위적인 노력을 통해 식민지적 현실을 개선 ․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보았다. 당시 인위적 노력에 의한 진화가 강조되었다는 점은 두 가지를 통해서 확인된다. 첫째, 당대 지식인들이 evolution의 역어로 天演보다 進化를 더 선호했다는 사실이다. 天演보다는 進化가 ‘인위(성)’의 의미를 더 농후하게 담지하고 있었던 바, 당대 지식인들은 進化라는 용어를 활용함으로써 인위적 노력에 의해 식민지로 전락해가는 조선이 변화될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둘째, 당대 문헌에서 인위적 노력을 통해서 번성할 수 있었던 생물학적 실례와 국가적 실례가 빈번하게 제시되었다. 인위 ․ 인공의 방법을 통해 생산성이 증대될 수 있다는 농업 ․ 임업 ․ 잠업 분야의 사례, 인위적 노력을 통해 통일 및 독립을 쟁취했던 미국 ․ 이태리의 사례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인위적인 노력을 통해 조선 사회가 변화될 수 있다는 믿음이 확산되는 가운데, 진화론에 내포된 약육강식 논리를 비판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이는 박은식과 변영만과 같은 개신유학자에 의해 주도되었다. 박은식은 생존경쟁과 약육강식의 논리를 비판하고, 仁義를 기반으로 하는 대동사회를 진화의 종착지로 설정했다. 한편, 변영만은 인간뿐만 아니라 萬象 안에 보편적으로 깃들어 있는 ‘靈’을 주요한 개념어로 내세운다. 그는 누구나 동등한 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생존경쟁과 약육강식이라는 도덕준칙이 아니라 박애와 상호불가침이라는 도덕준칙이 새롭게 설정되어야 한다고 봤다. 다음으로 Ⅲ장에서는 1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3 ․ 1운동 이전까지의 진화론 수용 및 비판 양상을 검토하였다. 이 시기에는 1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동정 담론과 민족자결주의를 통해 진화론에 대한 윤리적 성찰이 적극적으로 모색되었다. 이 장에서는 우선 󰡔학지광󰡕과 󰡔청춘󰡕을 통해 진화론적 사유가 어떻게 발전 ․ 심화되었는지를 논의하였다. 이 잡지의 필진들은 낙후된 조선 사회의 갱생을 주장하기 위해 생명 ․ 자아 ․ 영 등 무정형의 개념어를 새롭게 도입하였다. 특히 이광수는 우키다 카즈타미(浮田和民)의 영향을 받아 인위적 진화 개념을 계승 ․ 발전시킨 대표적인 논자라는 점에서 주목될 필요가 있다. 그는 「신생활론」에서 인위적 진화의 방법으로 교육과 혁명을 제시했는데, 여기에서 그가 제시했던 ‘혁명을 통한 진화’는 3 ․ 1운동 이후 문학장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기에 이른다. 다음으로 1910년대 중반 이후부터 부상한 同情 담론 및 민족자결주의를 통해 약육강식의 논리가 비판되었던 양상을 논의하였다. 동정 담론의 전개 양상을 검토하기 위해 이광수 ․ 현상윤 ․ 이상천 등의 필진들의 글을 살펴보았다. 이광수는 세계주의적 맥락cosmopolitan context에서 동정 개념을 이해하고자 했다. 동정의 실천 범주를 ‘조선’과 ‘민족’이 아닌 ‘세계’와 ‘인류’로 설정했다는 것이 그 근거이다. 반면 현상윤은 이광수의 동정 개념이 식민지적 현실을 도외시하는 관점이라고 간주하고, 反동정론의 입장을 전개한다. 그가 이른 바 ‘강력주의’를 주장했던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이상천 ․ 박이규 등은 이광수와 다르게 동정의 실천 범주를 ‘조선’과 ‘민족’으로 설정, 민족주의적 맥락nationalist context에서 동정 개념을 이해하고자 했다. 즉, 약자에 대한 동정이 결국 민족적 결속력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보았던 것이다. 한편 동정 담론과 더불어 진화론 사유에 대한 비판적 자질을 갖고 있었던 민족자결주의를 논의하기 위해 󰡔신한민보󰡕의 내용을 검토하였다. 윌슨의 민족자결주의는 약육강식의 국제 질서를 극복하고 연대와 공생의 감각을 기반으로 한 세계민주주의 질서가 구축될 것이라는 믿음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했다. 마지막으로 Ⅳ장은 3 ․ 1운동 이후부터 KAPF가 등장하기 이전까지의 진화론 수용 및 비판 양상을 논의하였다. 이 시기는 러시아혁명과 3 ․ 1운동에 힘입어,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진화를 강조했던 기존의 틀로부터 벗어나 돌발적이고 급진적인 진화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급부상했다. 이 시기 진화론과 관련된 논쟁을 극적으로 촉발시킨 텍스트는 다름 아닌 「민족개조론」이었다. 이광수는 「민족개조론」에서 3 ․ 1운동을 ‘무지몽매한 야만민족이 자각 없이 이뤄낸 자연의 변화이자 우연의 변화’라고 평가절하하였다. 3 ․ 1운동에 대한 이광수의 관점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던 이들은 신상우 ․ 신일용 ․ 김제관 등과 같은 초기 사회주의자들이었다. 이들은 모두 3 ․ 1운동을 다윈 진화론의 문맥에서 해석될 수 없는 단절적이면서도 우발적인 역사의 변곡점으로 해석하고자 했다. 이들에게 있어서 3 ․ 1운동의 의미화 작업은 ‘자아’ 내지는 ‘민족’을 저항과 혁명의 주체로 호명하는 작업과 연동되는 일이었다. 그에 따라 이들은 3 ․ 1운동을 근거 삼아, 교육이나 식산과 같은 점진적 방법이 아니라 혁명과 같은 급진적인 방법도 사회 진화의 방법이 될 수 있음을 웅변했던 것이다. 요컨대 3 ․ 1운동을 통해 혁명과 진화가 병용될 수 있는 진화론의 문법이 비로소 마련될 수 있었던 셈이다. 초기 사회주의자가 혁명 개념을 통해서 기존의 점진적 진화 논리를 넘어서고자 했다면, 염상섭은 개성 개념을 통해서 진화론의 이분법적 구도, 즉 서양/조선, 제국/식민지의 구도를 분쇄하고자 했다. 그는 「개성과 예술」이나 「지상선을 위하여」와 같은 대표적인 초기 평문에서 개성 ․ 생명 ․ 자아를 중요한 비평적 개념어로 활용했다. 그는 이 개념어들을 일종의 정치 역학적 힘으로 인식했고, 이를 중시하는 ‘구심적 생활’을 영위할 때라야 비로소 3 ․ 1운동이라는 혁명적 시간의 도래가 가능하다는 신념을 「만세전」에서 드러내 보였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 1910~1920년대 초 진화론의 수용 및 비판의 역사를 고찰하는 작업은 식민지 조선의 자기정체성identity를 어떻게 재현 ․ 구성했는가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먼저,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의 세계관에 입각한 진화론적 인식이 문학사의 한 축을 차지해왔다. 교육과 식산과 민족성의 개조를 통한 문명국가로의 도약, 즉 약자에서 강자로의 도약을 도모하는 이광수식 계몽주의 문학이 그에 해당된다. 하지만 강자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그의 믿음은 좀처럼 현실화되지 못했고, 무엇보다 식민지라는 문제는 미해결의 난제로 남아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이러한 질문이 오롯이 솟아나왔다. “진화론적 법칙에 따라 약자, 즉 식민지 조선은 반드시 사멸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이러한 질문은 진화론의 맹점으로 지적되어왔던 윤리 부재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기도 했다. 이리하여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라는 진화론적 테제에 맞서 새로운 인식들이 대두되기에 이른다. 同情을 통해 강자와 약자가 공생할 수 있는 사회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 그리고 국제 사회에서 약자로 분류되었던 식민지 조선이 회생할 수 있다는 민족자결의 꿈 등이 그 당시 제출되었던 反진화론적인 사유들이었다. 더 나아가 러시아혁명과 3 ․ 1운동을 경유하면서, 우리 스스로를 혁명의 주체로 호명하려는 인식들이 1920년대 초에 본격적으로 대두되기에 이른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우리 스스로를 약자로 호명하는 태도에서 출발해서, 동정과 상호부조의 논리를 기반으로 강자와 약자가 더불어 살 수 있는 (국제)사회의 구축을 꿈꾸고, 더 나아가 약자가 쇠락하는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 약자들에 의한 혁명의 도래를 선언하는 것. 그것이 바로 진화론과의 담론적 교섭 내지는 쟁투를 통해 얻어낸 사적 결과물이었다.

      • 식민지시기 염상섭 문학의 자유주의 연구

        박성태 고려대학교 대학원 2018 국내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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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상섭 문학의 정치의식은 그간 중산층 보수주의나 기회주의, 가치중립성과 절충주의자 등의 키워드를 통해 설명되었다. 특히 중산층 보수주의의 시각은 염상섭 문학을 정치적 신념이 부재하는 문학으로 여기게 만들었다. 이후 염상섭이 좌우의 비현실적 편향을 넘어 일관되게 민족통합노선을 견지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염상섭의 중도적 정치의식에 주목하는 시각이 생산되기는 했으나, 기존 시각의 한계를 온전히 넘어서려면 염상섭이 어떠한 정치적 신념에 의거해 사회주의와 거리를 두면서 중도적 민족노선을 취했는지 명확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본고는 염상섭의 중도적 정치의식이 형성되는 데 작동한 정치적 신념을 자유주의로 보고 염상섭 문학의 정치의식을 재인식했으며, 이를 통해 식민지시기 염상섭 문학의 변화과정을 새롭게 조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자유주의는 종교개혁과 더불어 시작된 근대의 사상이며 유럽의 절대군주제 및 귀족 중심의 신분제에 저항하던 시민들의 사고방식이다. 서양의 근대적 사회질서인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그리고 법치주의의 이념적 토대가 바로 자유주의이다. 자유주의의 철학적 근간은 개인주의인데, 염상섭은 십대 시절부터 개인의 자유를 중요하게 여기며 성장했고, 문필 활동 초기에 지고의 선으로서의 개인주의를 주창한 산문 「지상선을 위하여」(1922)를 제출하기도 했다. 염상섭의 자유주의는 그가 개인주의를 정립하고 고수하는 과정에서 발현되었다. 식민지시기의 자유주의는 세 가지 과제를 안고 있었다. 봉건적 관념과 인습을 타파하고 근대적 시민의식을 형성하는 것, 일제의 식민체제를 전복하고 근대적 사회질서를 수립하는 것, 마지막으로 사회주의의 비판에 맞서되 식민지 조선의 정치적 현실을 고려하여 사회주의와 적절한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 바로 그것들이다. 본고는 염상섭이 이러한 과제들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살폈다. Ⅱ장, ‘개인주의의 정립 혹은 자유주의의 탄생 (1918~1924)’에서는 염상섭의 자유주의가 “자기혁명”을 추구하는 것으로서의 개인주의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탄생했다고 보았다. 염상섭은 문필활동을 시작할 때부터 자유와 평등의 가치에 입각해 전제주의에 대항하는 자유주의의 논리를 차용했지만, 그가 자신의 신념으로서의 개인주의를 정립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주의적 정치의식을 노정한 기점은 「지상선을 위하여」를 발표한 1922년이다. 염상섭의 개인주의는 “자기혁명”을 추구하는 것이었는데, 이때 그에게 있어서 “자기혁명”이란 과거의 인습으로부터 벗어나 끊임없이 자아를 재구성하여 필연적으로 민족과 인류에 봉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염상섭은 비록 “자기혁명”의 봉공성을 논리적으로 입증하는 데는 실패했으나, “자기혁명”의 봉공성을 앞세워 개인주의는 이기주의라는 비판에 대응할 수 있었다. 그의 초기소설에서는 “자기혁명”을 추구하기 시작한 근대적 개인들을 볼 수 있다. 「암야」(1922)에서는 “자기혁명”을 시작한 X의 고뇌를 형상화했으나 거기로부터 정치적 사유가 전개되지 못했고, 「표본실의 청개구리」(1921)에서는 개인주의가 민족자결주의나 톨스토이즘 등과 혼재되어 등장했으나 김창억과 X의 분리로 인해 “자기혁명”과 정치담론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지 못했다면, 『만세전』(1922, 1924)에 이르러 염상섭은 조선사회를 가부장제와 일본 제국주의로 인해 개인성이 말살되는 공간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형성함으로써 자신의 작품에서 자유주의적 정치의식을 발현시키는 데 성공했다. 당대의 개인주의는 종종 이기주의로 오해되곤 했는데, 염상섭은 “자기혁명”의 봉공성을 강조함으로써 이에 대응했다. 「E선생」(1922)에서는 E선생이 자율의 정신으로 학생들을 계몽하는 데 실패하는 서사를 통해 봉공성과 단절된 자율성의 문제점을 부각시켰는데, 특히 봉공성의 함양을 강조하는 E선생의 주장은 조선인의 민족성을 개조하고자 했던 이광수의 「민족개조론」(1922)과 상통하는 것이었다. 조선의 개조론이 인성 개조론과 사회구조적 개조론으로 양분되어가는 상황에서, 염상섭은 사회주의 계열 잡지인 『신생활』의 필진으로 활동하며 그들과 어느 정도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기주의를 지양하고 개인주의를 정립해야 한다는 자신의 신념에 따라 이광수의 견해에 우회적으로 동조한 것이다. 「제야」(1922)와 『해바라기』(1923), 그리고 『너희들은 무엇을 얻었느냐』(1923~1924)에서는 금전욕과 성욕에 의해 자유연애나 자유결혼, 그리고 개인주의의 가치를 왜곡하는 신여성들의 윤리의식을 비판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여성해방의 문제를 사유할 때도 봉공성과 결부된 “자기혁명”을 추구하는 개인주의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고수했다. Ⅲ장, ‘민족협동전선의 모색과 사회주의로의 ‘잠행’(1925~1931)’에서는 카프가 결성된 후 문단에서 민족주의 계열과 사회주의 계열의 분열이 심화되던 1925년부터 염상섭이 이에 어떻게 대응했는지 살폈다. 흔히 염상섭과 사회주의의 관계를 고려할 때 사용되는 개념은 사회주의 심퍼사이저이다. 그것은 진정한 사회주의자들에 비해 부족하고 수동적인 것으로 여겨질 때가 많으나 본고에서는 사회주의 심퍼사이저를 염상섭의 전략적 선택으로 이해했다. 그는 사회주의에 “잠행”하며 그들을 통해 자신의 정치의식을 드러내려 했다. 염상섭은 「신경향파의 문학과 그 문단적 지위」(1926)에서 계급운동과 프로문학의 기조를 개인주의로 변경시킬 것을 제안했다. 「윤전기」(1925)에서는 프로문학의 주된 소재 중 하나인 공장 노동자의 쟁의를 다루되 그 목적을 부르주아에 대한 저항으로 의미화하지 않음으로써 계급운동의 현재 수준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생산했다. 「밥」(1927)에서는 어린 화자의 시선을 통해 관념적 사회주의자의 허영을 풍자적으로 형상화했다. 「남충서」(1927)에서는 부모로부터 민족적, 계급적 정체성을 전수받지 않은 혼혈인 남충서를 형상화함으로써 온전히 자신의 선택으로 민족주의와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개인의 시각을 창조했다. 남충서는 민족관념을 부정하는 사회주의자들로부터 민족관념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는데, 이는 당대 국민문학론과 시조부흥운동에 대한 프로문학론자들의 비판에 대응하는 것이라고 본고는 이해했다. 「미해결」(1926)과 『이심』(1928~1929)는 사회주의의 기조가 개인주의여야 하며 먼저 구식 관념을 타파하는 데 주력하자는 염상섭의 정치의식이 사회주의자 형상 및 서사구조에 반영된 작품들이다. 특히 『이심』은 애욕의 문제를 다룬 통속소설로만 이해되어 왔으나 본고에서는 염상섭이 불행의 서사를 구조화하는 데 있어서 가족주의의 폐해와 개인주의의 미흡함을 근본 원인으로 삼았다는 사실에 주목함으로써, 기존에 『이심』에 내재된 작가의 정치의식이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던 허점을 보완했다. 염상섭은 좌우합작의 분위기가 고조될 때 이에 발맞춰 민족협동전선의 논리를 마련하고자 했다. 「민족 사회운동의 유심적 고찰―반동, 전통, 문학의 관계」(1927)에서 그는 유심론을 주창하며 민족협동전선의 철학적 근거를 마련하고자 했다. 그의 유심론은 구속과 억압이 없는 자연 상태를 근거로 계급운동과 민족운동의 동일성을 발견하는 것이었다. 여기서 그는 자연 상태의 개념에 억압으로부터의 해방뿐만 아니라 향토성도 부여했다. 이는 자연 상태의 개념적 외연을 지나치게 확장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었지만, 이를 통해 민족협동전선을 형성하고자 했던 그의 간절한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부르주아와 일제를 포괄하는 식민체제 기득권층에 저항하는 약자들의 서사로 구성된 『진주는 주었으나』(1925~1926)는 염상섭의 유심론을 미적으로 선취한 작품으로 보았다. 『사랑과 죄』(1927~1928) 역시 민족협동전선의 논리를 구축하기 위한 작가의 시도로 이해했다. 염상섭은 『사랑과 죄』에서 회의주의자가 진정한 개인주의와 인류애를 발견하고 귀족이 자유사상의 영향으로 자신의 계급을 뛰어넘으며 사회주의자가 중도적 민족노선을 채택하여 모두가 연대하는 상승과 통합의 서사를 형성했다. 신간회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일제의 파시즘화가 진행되면서 조선의 정치적 상황은 점차 암울해졌다. 이때 염상섭은 민족협동전선의 논리를 마련하기보다는 사회주의로 “잠행”하여 민족해방을 이뤄내는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는데 이러한 맥락에서 등장한 작품이 바로 『삼대』(1931)이다. 『삼대』에서 덕기와 병화의 대립은 본문에서 그다지 중요하게 부각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연구에서는 염상섭이 둘 중 누구의 편에 섰는지에 대해 결정하고자 했는데 이는 논자들이 사회주의 대 민족주의의 구도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염상섭이 추구한 “잠행”의 길에 내재된 이중성과 통합성을 파악하지 못했던 결과로 보인다. 『삼대』에서 염상섭은 덕기와 병화 이전 세대에서 진행되었던 정치적 운동들의 한계를 부각시키고 사회주의 지하운동의 주체를 긍정적으로 묘사했다. 이를 통해 사회주의 지하운동에 “잠행”하여 항일운동을 전개하는 길을 염상섭이 적극적으로 검토했음을 알 수 있었다. Ⅳ장, ‘사회주의와의 단절과 근대적 모랄의 탐색(1932~1936)’에서는 염상섭이 사회주의로 “잠행”하여 민족해방을 이뤄내겠다는 시도를 포기하고 자본주의 시대의 도덕을 탐색하는 쪽으로 선회한 시기를 다뤘다. 『삼대』를 창작할 때 염상섭은 사회주의 지하운동에 기대를 걸었으나 점차 그러한 기대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기존의 논자들은 염상섭 소설의 통속화가 진행된 이유에 대해 일제의 군국주의가 심화되면서 사회주의 심퍼사이저로 활동하는 것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는데, 물론 이러한 서술은 사실이지만 충분하지 않다. 본고는 『삼대』로부터 시작된 “잠행”의 길 3부작의 최종작이 되었어야 할 『백구』(1932~1933)에서 오히려 사회주자들이 부정적으로 형상화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함으로써 염상섭 소설의 통속화가 진행된 이유를 추가적으로 고찰했다. 염상섭은 『백구』를 일제가 아니라 자신들의 대의를 앞세우는 국제사회주의 운동가들에 의해 평범한 개인이 타자화되는 서사로 구성했다. 식민지시기의 자유주의자는 사회주의자들에게서 개인을 타자화시키는 전체주의의 맹아가 보일 때 민족해방을 위해 그들과 연대할지 아니면 개인주의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그들과 결별할지 선택해야 했는데 염상섭의 선택은 후자였으며, 이로 인해 그의 소설에서 항일운동의 의지는 점차 약화되고 말았다. 사회주의와의 단절이 점차 기정사실화되는 상황에서 염상섭은 다시금 반문명론을 제기했는데 이때의 반문명론은 민족협동전선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자본주의 시대의 도덕을 정립하기 위한 것이었다. 염상섭은 「현대인과 문학―「소설의 본질」」(1931)에서 문학은 민중교화의 도구로 유효하며 항심이 있어야 항산이 있다는 견해를 제출했는데 이때의 항심이란 금전욕과 성욕에 얽매이지 않고 절제와 정직의 품성을 견지하는 상태를 뜻하는 것이었다. 『무화과』(1931~1932)는 자본주의 시대의 도덕을 고민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중심으로 구성된 작품으로 보았다. 지주자본가가 자신의 가문에 한정시켰던 자본 운영의 목적을 민족을 위한 것으로까지 확장시키려 했던 이원영의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는 서사나, 이문경이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끝내고 사회주의자에게 호감을 느끼는 과정은 모두 자본주의 시대의 도덕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제의식과 결부되어 있다. 『목단꽃 필 때』(1934)는 신여성 신성이 가족주의의 울타리에서 벗어나 주체성을 발휘하여 “자기혁명”을 추구하는 서사이다. 『목단꽃 필 때』의 낭만성과 도식성은 새로운 모랄을 마련하고자 하는 염상섭의 정치의식을 효과적으로 선전할 수 있게 만들었다. 『목단꽃 필 때』에서는 동양주의가 제기되는데 이것은 염상섭이 식민주의에 타협한 것이 아니라 동양주의를 문화적 민족주의로 재전유하려는 의도였다. 『불연속선』(1936)은 “항심”이 있는 인물과 “항심”이 없는 인물을 대조함으로써 “항심”의 필요성을 부각시킨 소설이다. “항심”이 없는 김참의가 사망하고 “항심”이 있는 송경희와 김진수가 결혼하여 동경으로 유학을 떠나는 결말을 통해 염상섭은 새로운 모랄을 실천하는 인물들의 미래를 가능태로 남겨두고 『불연속선』을 마쳤다. 그리고 『불연속선』은 염상섭이 만주로 떠나기 전 식민지시기에 발표한 마지막 장편소설이었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서 본고는 식민지시기 염상섭 문학의 자유주의가 전개되는 양상을 조망할 수 있는 기회도 마련했다. 초기에 염상섭의 자유주의는 개인주의를 정립하는 과정에서 발현되었다. 이후 자유주의는 민족협동전선을 모색하거나 혹은 사회주의로 “잠행”하여 항일운동을 도모했으나, 점차 일제의 파시즘화가 심화되고 사회주의에서 전체주의의 맹아가 발견되자 이내 근대적 모랄을 탐색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조선의 정치적 공간은 갈수록 엄혹해지는데, 그렇다고 사회주의와 무턱대고 연대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염상섭은 자유의 행로로 자본주의 시대의 도덕을 마련하여 근대적 시민의식을 형성하는 길을 택했다. 항일운동을 펼치지 않는 한, 개인의 정신적 성숙 이외에 다른 자유의 길을 찾을 수 없었던 것이 30년대 중반의 염상섭, 그리고 식민지시기 자유주의가 도달한 막다른 길이었다.

      • 손창섭 장편소설에 나타난 연애와 결혼 양상 연구

        박재연 고려대학교 대학원 2017 국내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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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 문 초 록 본 연구는 손창섭 장편소설에 나타난 연애와 결혼의 양상을 살피고 그것이 지니는 의미를 도출하고자 했다. 손창섭의 장편소설에 남녀관계와 연애, 결혼 등과 관련된 비슷한 주제와 소재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대다수의 연구자들이 동의하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소재나 주제가 단순히 대중적 기호에 영합하기 위한 방향으로 다뤄진 것은 아니며 작가의식이 담지된 것이라는 판단 하에 손창섭 장편소설에 나타난 연애와 결혼의 양상을 살펴보는 일이 충분히 연구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이를 위해 서론에서는 먼저 관련 선행 연구를 검토하고 본 연구의 문제의식을 명확히했다. 손창섭의 장편소설에 대한 연구는 최근 들어 집중적으로 이뤄져왔다. 이에 본 연구는 손창섭 장편소설 관련 연구 목록을 부록으로 제시하고 연구 경향을 검토해보았다. 손창섭의 장편소설에 나타난 연애와 결혼에 대해 주목한 기존의 연구들도 있지만 기존의 연구들은 손창섭 장편소설에 나타난 남녀관계 중 부부관계에만 연구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으며, 손창섭의 이전 작품과 손창섭 장편소설의 연계성 또한 해명되지 않은 채 남아있었다.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본 연구는우선, 손창섭의 후기 단편 소설 「서어」와 「잉여인간」을 중심으로 연애와 결혼이 나타난 양상을 살폈다. 본 연구는 「서어」에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광호’라는 결혼을 위해 자발적 노력을 하는 새로운 남성 인물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 당사자 중심의 결혼관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 결혼식을 어떻게 치를 것인지에 대한 갈등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특히, 본 연구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서어」에 나타난 연애와 결혼의 관계였다. 「서어」에서 연애는 결혼의 전주곡이 아니며, 낭만적 사랑과 그러한 사랑의 결과물로 존재하는 결혼이라는 관념은 의문시되고 있었다. 결혼 조건으로서의 사랑에 대한 의문에 대한 서사적 실험은 이후 『통속의 벽』과 『여자의 전부』에서 이뤄지게 된다. 「잉여인간」의 경우 본 연구는 「잉여인간」에 이상적인 가부장과 가정이 구현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잉여인간」의 서만기와 서만기의 처는 비현실적으로 이상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는데 특히 서만기는 이상적인 ‘가부장’이라고 할 수 있다. 서만기 부처가 구현한 가정의 모습은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부합하는 이상적 가정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장편소설에는 서만기 부처와 비슷한 인물들이 등장해 가정을 꾸리지만, 이들의 부부관계는 「잉여인간」에서의 부부관계와는 달리 불안하고 불행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이에 본 연구는 「잉여인간」에 나타난 이상적 부부관계와 가정이 장편소설에 이르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고 보고 「잉여인간」을 이후 작품 기획의 한 단계로서 역설적 성격을 가진 작품이라 평하였다. 「잉여인간」에 나타난 이상적 가정은 『부부』와 『이성연구』에 이르면 철저히 분해되고 해체된다. 이외에도 「잉여인간」에 등장한 새로운 인물 유형과 인물들 사이의 관계가 이후 장편소설에 이르러 확대, 재생산되는 측면을 살펴보았다. 경제적 능력이 출중한 동시에 성적 욕망이 강한 천봉우의 처와 같은 여성인물의 등장은 사적 영역에서의 논리를 공적 영역으로 끌고 들어온다는 점에서 문제적일 수 있으며, 이러한 양상은 장편소설의 사회사업 모티프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었다. 또, 「잉여인간」에 나타난 ‘형부-처제’ 관계가 포함된 애정의 삼각관계는 손창섭 장편소설에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되어 나타남을 확인하였다. 3장에서는 손창섭 장편소설에 남녀관계의 양상을 결혼에 이르는 과정으로서의 서사와 결혼 생활 유지와 부부관계에 대한 서사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3장에서는 손창섭의 장편소설을 두 편씩 묶어서 비교하는 방식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이런 방식을 택한 것은 손창섭이 해당 작품들을 통해 같은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에 본 연구는 두 작품의 유사성과 차이를 기반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우선, 3장 1절에서는 결혼에 이르는 과정으로서의 서사로 『통속의 벽』과 『여자의 전부』를 비교 분석하였다. 이 두 작품은 한 명의 인물을 여러 이성인물이 둘러싸고 있는 상황에서 스토리가 시작되었으며, 중심인물 한 명과 여러 이성인물 사이에 발생하는 사건들을 통해 스토리가 진행되었다. 이를 본 연구는 ‘배우자 탐색’ 스토리라고 명명하였다. ‘배우자 탐색’ 스토리는 사회적, 심리적 제약을 극복하기 보다는 회피하는 스토리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지만, 사랑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제약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도 가지고 있었다. 한편, ‘배우자 탐색’ 스토리를 통해 손창섭 장편소설에서 결혼에 이르는 과정으로서의 연애는 일반적 연애서사와는 다른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사랑으로 고난과 여경을 극복하고 결혼에 이르는 서사는 손창섭 장편소설에는 나타나지 않는다. 한편, 『통속의 벽』과 『여자의 전부』는 결말에서 차이를 보인다. 『통속의 벽』에는 배우자 탐색의 결과가 제시되지 않지만, 『여자의 전부』에는 그 결과가 제시되고 있다. 본 연구는 이러한 차이가 주인공의 성차에서 기인하고 있다고 보았다. 작품을 살펴본 결과 ‘배우자 탐색’ 스토리에서 남성 주인공은 선택권을 보장받았지만, 여성 주인공은 선택권을 보장받지 못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3장 2절에서는 『부부』와 『이성연구』를 비교 분석하였다. 3장 1절과 마찬가지로 3장 2절에서도 두 작품의 유사성과 차이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분석을 진행하였다. 두 작품 모두에서 서사를 끌어가는 힘은 서술자의 배우자에 대한 의심이었다. 본 연구는 이를 ‘배우자 의심’ 스토리라고 명명하였다. 작품 내에서 이러한 스토리는 일인칭 서술자를 내세운 서술과 ‘-읍니다’체를 통한 서술이라는 두 가지 서술 방식과 결합되어있는데 이러한 결합은 ‘스위트 홈’ 이데올로기에 대항하는 대항서사 생산의 효과를 발생시켰다. 한편, 『부부』와 『이성연구』는 결말에서 차이를 보였다. 『부부』의 부부관계와 결혼생활은 유지되지만, 『이성연구』의 부부관계와 결혼생활은 유지되지 못한다. 본 연구는 이러한 차이가 서술자의 성별과 관련이 있다고 보았다. 분석을 진행한 결과, 작품 결말의 차이는 ‘가정’이라는 공간이 남성과 여성에게 서로 다른 공간으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 토지의 정념 연구

        박창범 고려대학교 대학원 2016 국내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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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경리 문학의 개성은 인간의 본성 및 실존에 대한 심오한 통찰과 그 구현에서 찾을 수 있다. “한국문학에서 가장 높은 성취”를 이뤘다는 평은 바로 박경리 세계에 제출된 “인간 통찰”에 주목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하다면 이러한 평을 낳은 좀더 근원적 이유는 어디서 오는가. 이는 필시 인간의 보편적 정념에 대한 민감한 촉수와 깊은 이해 그리고 이의 소설적 형상화에서 기인할 것이다. 가령 사랑의 정념에 평생을 휘둘린 ‘이용’과 ‘공월선’, 복수의 일념에 자신의 일생을 걸었던 ‘최서희’, 질투의 화신 ‘강청댁’과 생존본능 그 너머를 결코 알지 못했던 ‘임이네’, ‘손톱 사이에 낀 때보다도 못한 취급’ 때문에 원한에 사무치는 ‘귀녀’ 등 정념에 사로잡힌 이들 주요 인물들은 [토지]의 밤하늘을 수놓고 있는 일등성이라 할 수 있다. 박경리의 대표작 [토지]는 정념에 사로잡힌 인간들의 이야기다. [토지]가 풀어놓고 있는 다양한 정념은 인물들의 삶과 행로를 지정하고, 인물들은 제각기 자신에게 할당된 정념에 휘둘리다 순응하고 때론 저항하면서 삶의 종착지로 흘러든다. 정념의 수렁과 정글에서 고투하는 인간들의 이야기가 바로 [토지]의 세계이다. 무릇 정념은 타자관계 속에서 부상하는 것이다. 통상 수동적으로 생성된 다양한 감정과 느낌, 정서를 아우르는 정념은 주체의 내면에서 움튼다. 당연하게도 “정념과 정념이 나타내는 역량의 변화는 인간이 하는 일들에 대한 동기의 근간”이 된다. 정념은 일차적으로 개인의 체험과 연루되어 발생하는 심리적 반응이나 그 심리의 처소 및 발현은 개인의 영역에 국한되지 않는다. 개인의 행동과 삶을 결정짓는 개별적 정념은 인간 상호간의 관계와, 또 그들이 살아가는 제반 토대인 사회・문화・역사적 상황을 출처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념은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인 동시에 사회적 체제와 문화의 산물”이기도 하다. 박경리 작품에 드러난 정념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경리가 내보인 정념은 단지 특이하고 지극히 사적인 개인의 그것이 아니라 사회 역사적 매개와 밀착되어 있고, 더불어 인간의 실존 및 그 가능성에 빛을 던지면서 보편적 자질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토지]의 인물들은 왜 이렇듯 정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가. 박경리는 왜 이렇듯 한사코 정념에 주박된 인물들을 내세워야 했을까. 본 논문은 이 상식적인 물음에서 출발했고, 이를 해명 혹은 좀더 잘 이해하기 위한 작업이 될 것이다. 인간을 이해하려거든 우선 정념을 보라. 박경리 문학은 잠정 이렇게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토지]의 주요 인물들은 역사와 자연, 운명 등 인간 너머의 초월적 권능의 파고가 선사한 감당하기 벅찬 정념의 그림자를 달고 살아간다. 박경리는 그리하여 답한다. 박경리가 ‘죽음만큼 많이 묻고 물어야 했던 인간’은 우선 정념에 신음하는 동물이자 그것을 격조 있게 감당해야 하는 존재이고, 마땅히 그럴 수 있어야만 비로소 이름에 값하게 된다. 달리 말해 [토지]는 불행하고 비극적인 삶의 조건 하에서 어찌 인간이 되고 인간이 될 수 없는지, 어찌 살아가야 하는지를 일러주는데, 그 탐침(探針) 역할을 하는 게 바로 정념이다. 통어하기 어려운 정념에 노출된 인물들의 고뇌와 분투, 저항을 통해 박경리는 인간의 한계와 가능성을, 지향해야 할 가치 및 삶의 태도를 제출한다. [토지]는 정념을 수리(受理)하는 방식에 따라 위계의 질서를 정초하고, 이는 전근대 핏줄의 억압적 등급을 대체한다.

      • 하근찬의 식민지 배경 소설 연구

        최상민 고려대학교 대학원 2015 국내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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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논문은 우선 하근찬의 작품 세계가 시기 구분이 명확치 않다는 데서 출발하여, 그의 식민지 배경 소설을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본고는 하근찬의 식민지 배경 소설은 `72년 무렵을 기점으로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뉘며, 전반부는 민중의 시각으로 식민체제를 바라보았음을 밝혔고, 후반부는 민족의 시각으로 식민체제를 바라보았음을 밝혔다. 각각을 살펴보면, 우선 2장에서 식민지 배경 소설의 전반기 작품을 다루었으며, 그 출발점은 한일협정에서 일본의 불성실하고 무례한 태도를 비판하기 위함이었음을 『사상계』와의 관계를 통해 살펴보았다. 그러나 출발점과 별개로 그는 이전의 한국전쟁 배경 소설과 마찬가지로 민중의 시각에서 (식민)체제를 바라보는 특성을 유지하였으며 그리하여 식민지 배경 소설 전반부는 그의 `5, 60년대 작품과 맞닿아있음을 확인하였다. 이 시기의 작품은 세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각각 식민체제의 희화화와 민중의 생명력, 인정욕망과 체제의 내면화, 군국주의 교육과 민중의 생활이라는 소제목에 호응한다. 식민체제의 희화화는 식민체제의 논리나 수탈, 군사력과 같은 특성을 대표하는 일본인 등장인물을 민중의 시각을 통해 우스꽝스럽게 그림으로써 식민체제의 균열을 묘사하는 작품들을 지칭한다. 인정욕망과 체제의 내면화는 식민체제의 인정을 욕망하는 인물을 통해 체제가 민중의 삶을 지배하는 논리를 파고들었다. 군국주의 교육과 민중의 생활은 군국주의 교육을 일제 전체주의의 축소판으로 분석한 후, 민중이 생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의 애환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3장에서는 하근찬의 식민지 배경 소설 후반부는 `70년대 민족문학담론, 그 중에서도 천이두의 의견과 공명하여 민족 주체를 세우고자 노력하는 과정임을 밝힌다. 본고는 그가 `72년 이전까지 자신의 작품을 단 한편도 개작하지 않았으나, `72년부터 여러 작품을 지속적으로 개작하는데 주목하여 그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였는지를 알아보고자 하였다. 이때 개작 과정을 통해 나타난 것은 그가 민족정신과 항일정신을 내세우고자 하였으며, 이때 일본을 타자화하는 전략을 취했고, 그가 지닌 식민지적 혼종성 역시 타자화해야 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민족 주체에의 관심은 그의 식민지 배경 소설 후반부를 전통문화와의 연관성 속에 두게 하였다. 그러나 이때 하근찬의 전통문화는 관주도 민족주의인 문화적·회고적 민족주의와 크게 거리를 두지 못하였으며, 전통문화를 통해 고취하고자 하였던 민족주의 역시 자민족 중심주의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였다. 이러한 흐름에서 그는 점차 민족성, 민족국가, 국력 같은 개념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며, 그의 변모는 `5, 60년대 작품이나 식민지 배경 소설 전반부와 비교할 때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 이광수의 유정 연구 : 정(情)의 양상과 고결한 주체를 중심으로

        박정순 고려대학교 대학원 2015 국내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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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논문은 이광수의 「유정」에 나타난 ‘정(情)’의 양상과 고결한 주체가 형성되는 과정을 고찰하였다. 「유정」에서는 최석이라는 남성인물이 청교도주의적 결벽성과 순수를 증명하며 사회의 통제를 의식하는 동시에 저항하면서 고백의 형식으로 자신의 고결한 성정을 증명한다. 이러한 모티프는 이광수 소설에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유정」에 나오는 인물은 사회의 통제성에 저항하면서도, 실제로는 부르주아의 ‘고결함’이라는 가치를 지향함으로써 낭만주의와 공리주의의 전통을 동시에 드러내었다. 이광수와 그의 소설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청교도주의는 합리주의·공리주의와 감상주의·낭만주의의 두 흐름으로 발전했다. 문학사적으로는 주류적인 해석에 따라 상대적으로 이율배반적으로 여겨지는 낭만주의적 성향은 한국근현대문학의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성격으로 무의식화되고 가려지게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광수 문학에서 대의와 명분, 설교적인 지사적 주체는 이광수의 작품세계를 계몽주의와 공리주의로 수용하게 되는 데 결정적 계기로 작용했다. 이광수는 ‘정’의 확대된 범주 개념으로 ‘동정’이 미덕과 고상함의 증거라고 간주했다. 그는 범인의 동정과 위인의 동정은 다르다고 보았는데, 「유정」에서 고결한 주체를 획득하기 위한 도덕적 요건은 계몽주의와 공리주의 차원에서 설명되기보다 낭만적 주체가 추구하는 이상적 자아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정’은 맥락에 따라 개념범주를 달리하는데, 주로 사적 차원의 감정이 ‘정’이라면 사회적 관계 속에서 공감과 관서의 차원에서 ‘동정’은 ‘정’보다 공리적인 측면이 부각된다. 그러나 이광수의 문학에서 ‘정’과 ‘동정’은 주정주의의 차원에서 관념적 특징을 가지고 있고 유심론적이며 낭만주의적 속성을 갖는다. 이광수가 이상으로 여기는 감성과 문학과 세계에 대한 내용은 「유정」에서 ‘정(情)’의 차원을 공간 범주의 확대되는 양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소설 속에 공간화 된 ‘정(情)’은 범주의 확장과 축소로 사적인 ‘정(情)’과 공적인 ‘정(情)’으로 개별성과 총체성의 정도를 나타나며 물리적 시간성에 구애받지 않은 채 공간의 배열과 공간 범주의 확장으로 서사를 이끈다. 각 장은 공간적인 영역의 확장으로 바깥으로 나아가는데, 그 양상은 내면-바깥-초월로 단계적으며 경험적 영역에서 관념적이고 선험적 영역으로 차원을 달리한다. 남성 주인공 최석은 내면의 정결함을 증명하지만 고결한 주체성을 획득하는 순간 죽음으로써 이상적 자아에 도달하기 위한 낭만적 자아의 분투를 보여준다. 이것은 이상적 자아는 도달할 수 없는 피안의 것으로 그것이 현실이 되면 죽음도 동시에 맞이하게 됨을 의미하기도 한다. 「유정」에서는 인물의 합리주의적이고 공리적인 성향이 그 자신도 몰랐던 감상적이고 낭만적인 열정을 의식하게 되면서 인물의 번민이 시작된다. 주인공 최석은 자신이 기존에 알아온 자아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이성과 열정의 투쟁 과정은 모순적인 듯한 두 성향의 길항적인 관계로 나타나며 그것은 ‘생’을 의미한다. 이성과 열정, 아름다움과 추함, 선과 악이 혼융되어 있는 것이 현실에서 인간의 삶이라면, 흠결 없는 순수와 정결함을 이상적 자아의 목표로 생각하는 인물의 죽음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현실에서는 찾을 수 없지만 「유정」의 주인공은 희망하고 기대할 수 있는 이상향에 도달하기 위해 죽음까지 무릅쓴다.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한 이상을 상상하고 기대하는 것은 낭만적 상상과 이상향에 대한 동경으로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이광수의 문학적 이상을 상상해 볼 수 있다.

      • 황순원 단편소설에 나타난 죽음의 양상 연구

        최모은 고려대학교 대학원 2016 국내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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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논문의 목적은 황순원 단편문학에 나타나는 죽음과 그 양상을 파악하고 이것이 황순원 단편에 어떤 의의를 지니는가를 밝히는데 있다. 황순원은 193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 근현대사를 아우를 만큼 긴 시간동안 창작활동을 이어온 작가다. "典型的인 短篇 作家"라는 평가처럼 황순원 문학의 성과는 단편 문학에서 두드러진다. 황순원 단편에서 죽음은 사회역사적 현실과 밀접한 연관을 맺으며 작품을 이루는 주요 요건으로 등장한다. "생명주의, 모성애, 휴머니즘"으로 이어지는 주제의식은 황순원 단편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지향점이다. 이 같은 황순원 문학세계에서 죽음이 지속적으로 빈번하게 등장한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 황순원 단편에서 죽음은 인물을 둘러싼 부정적 환경으로, 혹은 인물 삶의 주요 사건으로 작용하며 주제형성에 기여한다. 황순원 단편에서 반복적으로 구현되는 죽음은 다양한 양상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시대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황순원 문학은 일련의 변모양상을 보인다. 사회역사적 현실의 반영과 작가의식의 변화는 황순원 단편 문학의 변화를 이끌어 냈고 이는 죽음의 양상에도 영향을 미친다. 단편에서 장편으로의 장르의 이행, 서정성에서 서사성으로의 이행 등의 변화과정은 전근대에서 근대로, 해방기에서 한국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격동기와 무관하지 않다. 황순원 문학의 변모는 작가의 당대 현실 체험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갖는다. 따라서 황순원 문학은 시대적 흐름에 따른 변화 양상이 나타나며 작품 안에서 죽음의 인식과 양상의 변화를 동반한다. 본고는 죽음을 통해 황순원 단편 세계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에 보다 근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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