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19세기에서 20세기 초 동아시아 3국에서 서구인의 전기들이 활발히 중역된 양상을 검토하여 당시 동아시아 내부의 다양한 ‘차이’들을 밝히고자 한 것이다. 중역의 결과물들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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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성균관대학교, 2012
학위논문(박사) -- 성균관대학교 일반대학원 , 동아시아학과 , 2012. 8
2012
한국어
950 판사항(22)
서울
(The) acceptance of hero-narrative in east Asia and originality of double-translation : focused on Korean recontextualization of western texts
vi, 395 p. : 삽화 ; 30 cm
지도교수: 한기형
참고문헌: p. 379-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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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연구는 19세기에서 20세기 초 동아시아 3국에서 서구인의 전기들이 활발히 중역된 양상을 검토하여 당시 동아시아 내부의 다양한 ‘차이’들을 밝히고자 한 것이다. 중역의 결과물들이 해...
본 연구는 19세기에서 20세기 초 동아시아 3국에서 서구인의 전기들이 활발히 중역된 양상을 검토하여 당시 동아시아 내부의 다양한 ‘차이’들을 밝히고자 한 것이다. 중역의 결과물들이 해당 공간에서 원본의 지위를 갖게 되며 실질적으로도 상당한 변주가 확인되는 만큼, 이 글에서는 각 텍스트의 특징들을 ‘원본성’으로 명명하였다. 연구 방법상 기존의 비교 연구들과 변별되는 지점은, 한ㆍ중ㆍ일 뿐만 아니라 그들의 공통적 번역 대상이 되었던 ‘서구’라는 지점을 또 하나의 비교항으로 삽입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일본의 텍스트를 중역한 중국과 한국 외에도 일본을 하나의 객관화된 대상으로 다룰 수 있었다. 당대의 영향력과 연구 대상으로서의 의미를 고려하여 본고에서 취합한 전기물의 케이스는 크게 7종이다. 이들은 각기 다른 국적의 인물들이지만 영국인 혹은 미국인이 쓴 영문 서적이 유통의 시발점이 된다는 점에서 동궤에 있었다.
Ⅱ장에서는 동아시아 내부의 번역 주체들과 특기할만한 현황들을 제시하여 Ⅲ장 이하에서 펼칠 각론의 공통적 배경이 될 논의를 펼쳤다. 본격적인 텍스트 분석인 Ⅲ장과 Ⅳ장은 한국어로 중역되기까지의 두 가지 경로에 해당하는 케이스들을 각각 묶은 것이다.
중국 경로를 다룬 Ⅲ장 자체도 두 가지 성격으로 구분된다. 우선은 근대 동아시아의 지식인 중 일본과 한국의 중간에서 가장 활발한 인적 매개가 된 량치차오의 작업 단계를 기본 축으로 삼았다. 그가 『신민총보』 지면에 발표한 순서대로 헝가리의 코슈트, 이탈리아의 삼걸, 프랑스의 롤랑 부인까지의 세 편과 이들 각각의 번역 전후에 연동되어 있는 동아시아 텍스트를 비교 분석하였다. 다른 하나는, 량치차오와는 다른 정치적 지향을 갖고 있던 혁명파 진영의 인물, 띵찐을 통한 조지 워싱턴 전기의 케이스를 검토한 것이다.
본래 량치차오의 영웅 소개는 단계별로 전략적으로 이루어졌다. 공화주의자 코슈트를 소개하며 내부 분열로 인한 실패를 경고한 것이 첫 번째 단계였다면, 다음 단계에서는 입헌주의자 카부르의 의한 이탈리아 통일을 조명하며 공화주의자 마찌니와 가리발디를 주변부화시켰다. 세 번째 단계와 네 번째 단계는 각각 프랑스와 영국의 혁명 모델을 화두로 올리는 것이었는데, 롤랑 부인을 통해 제시된 프랑스 혁명은 파멸의 모델이었고 크롬웰(크롬웰 관련 텍스트는 번역의 경로상 Ⅳ장에서 다룸)을 통해 제시된 영국 혁명은 궁극적으로 중국이 따라야 할 모델로서 제안된 것이었다. 이처럼 량치차오의 서구영웅 소개는 일련의 연속적 메시지를 담아 진행된 것이었지만, 량치차오가 저본으로 삼은 일본서나, 량치차오의 것을 번역한 한국서들은 모두 독립된 저작이었으며 각기 다른 의도 속에서 기능했다. Ⅲ장에서는 이들 텍스트의 상호 대조를 통해 그 독자적 의미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 상세히 밝히고자 했다. 이와 더불어 워싱턴 관련 텍스트를 통해 살펴 본 띵찐의 번역과 이해조의 중역 사례는, 량치차오 루트의 텍스트 변주와는 또 다른 의미들을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일본 경로를 다른 Ⅳ장에서는 비스마르크와 올리버 크롬웰, 표트르 1세 전기의 동아시아 수용 양상을 다루었다. 일본 경로에서 주요 수신자가 된 것은 여러 유학생 단체가 만든 학회지의 연재란이었지만, 거의 동시기에 한국 내 출판사들을 통해서 이들 전기에 대한 잡지 연재나 단행본의 번역도 함께 이루어졌다. 당시 한국은 국권상실을 목전에 두고 있었으면서도 제국주의 영웅들이 높은 인기를 누렸는데, 본고의 분석을 통해 그 결정적 이유 중 하나는 기왕의 이해처럼 ‘제국주의로의 추수’보다는 ‘저항 서사로의 변용’에 있다는 것을 밝힐 수 있었다. 한국의 저자들은 비스마르크 전기의 지면을 빌려 국채보상운동을 전개하기도 했고, 크롬웰의 전기를 통해 기독교를 핵으로 한 국민정신의 대통합을 천명하기도 했으며, 표트르의 일대기를 우회하여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 야욕을 비난하기도 했다.
근대 동아시아 사회에 앞 다투어 소개된 타국의 영웅들은 결국 번역자들의 동상이몽 속에서 부유하던 매개물일 따름이었다. 많은 인물들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소개되지만 문제는 그것이 사실 그대로서가 아니라, 한 ․ 중 ․ 일 각각의 공간에서 여러 가지 독특한 해석과 의미 부여들을 동반한 형태로 ‘재맥락화’되었다는 데 있다. 당대의 영웅서사는 번역자의 사상적ㆍ정치적 지향이 무엇이든 간에 녹여낼 수 있는 ‘용광로’의 기능을 담당했다.
‘중역’은 최소한 세 단계 이상의 텍스트가 연동되어 있음을 전제로 한다. 당시의 중역은 원본과 사본의 관계를 반복 생산하는 것이 아닌 새로운 원본을 창출하는 행위였다. 이들 텍스트 사이에 복수의 ‘원본성’이 존재했다는 의미는, 역으로 공간을 초월하는 원본성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근대 동아시아에 밀어닥친 서구의 충격은 우리가 통상적으로 이해하고 있듯 압도적인 무게가 아니었으며, 본질적이고 궁극적인 실체로 현현되지 않았다. 근대 동아시아의 여러 지식인들은 ‘서구에 대해’ 말하고자 했던 것이 아니라 ‘서구를 통해’ 말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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