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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기 국립국어연구원 2000 국어문화학교 Vol.- No.3
한 민족의 정신세계를 체계적으로 밝혀 보려는 이른바 민족 사상의 탐구가 그 민족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만 있다면 그것처럼 확실한 접근 방법도 없을 것이다. 더구나 우리 배달민족처럼 비교적 장구한 세월 동안 단일한 언어를 사용해 왔다고 믿어지는 경우에는 한국어를 곧 한국 민족과 거의 완전히 동일시하여도 좋으리라는 견해를 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어를 통하여 민족의 사상을 탐구한다는 말은 흔히 그 언어로 표현된 내용, 즉 여러 역사적 저술이 직접 사상을 나타내고 있을 때에 적용되는 것이지, 언어 자체의 문법적 특성이나 어휘 자료를 대상으로 해서 사상적인 특성을 찾아내는 작업을 뜻하지는 않는다. 그런데도 언어 자체의 검토를 통하여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상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금세기에 들어와서도 언어학자와 철학자들 그리고 언어를 연구 대상으로 하는 학자들에게 끊임없는 충동적 매력이 되어 왔었다. 도대체 언어를 ‘존재의 집’이라고 했을 때, 또는 언어를 ‘중간세계’라고 규정했을 때, 그리고 언어는 분명히 실재하는 현실세계가 아니라 현실 세계를 특정한 사회적 집단의 공통적 생활 방식에 의해 걸러 낸 생각의 표출이라고 했을 때, 그 언어가 만들어 놓은 특정한 개념의 체계들은 분명히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개념의 체계와는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언어 자료의 면밀한 검토를 통하여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사상적 특성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 아닌가? 그러나 이와 같은 희망이나 기대는 사상이니 사고니 하는 정신 작용이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존재한다는 점과 그 보편적 정신작용이 언어를 매개로 하지 않고서도 훌륭하게 수행된다는 점을 들어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되기도 하였다. 분명히 어떤 특정의 창작 활동, 예컨대 작곡을 할 때나 그림을 그릴 때나 또는 조각품을 만들 때, 그리고 그것들을 감상할 때, 우리는 언어에 의한 사고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