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하고 과도기적인 현대사회에서 가장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는 ‘법’과 ‘양심’의 괴리에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행위 양식에 있어서 오직 법에 의존하면서 양심이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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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Korean
학술저널
107-132(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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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고 과도기적인 현대사회에서 가장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는 ‘법’과 ‘양심’의 괴리에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행위 양식에 있어서 오직 법에 의존하면서 양심이 부...
복잡하고 과도기적인 현대사회에서 가장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는 ‘법’과 ‘양심’의 괴리에 있을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행위 양식에 있어서 오직 법에 의존하면서 양심이 부과하는 도덕적 책임을 회피하고자 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 된다. 특히 첨단 과학의 발달로 인해 새로운 윤리ㆍ도덕적 규범이 요청되는 곳에서 척도 할 만한 기존의 준칙이 없을 때에는 큰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토미즘의 도덕철학의 두 지주가 되는 법과 양심에 대한 논의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해답을 주고 있다. 우선 토미즘은 ‘인간적인 행위’가 왜 근본적으로 도덕적인 행위인가 하는 점을 잘 말해주고 있는데, 그것은 인간적인 행위란 ‘이성’의 숙고와 ‘양심의 빛’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토미즘에 있어서 ‘인간적 행위’와 ‘도덕적 행위’는 동일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토미즘에 있어서 인간의 궁극적 행복은 근본적으로 인간의 ‘존재론적인 완성’에서 주어지며, 인간의 존재론적인 완성을 향한 인간의 올바른(도덕적) 행위는 참된 것(verum)과 선한 것(bonum)을 지향하는 지성과 의지에 의해서 주어진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선택의 자유를 의미하는 인간의 의지는 무조건적으로 선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여기에는 선천적이고 불변하는 도덕적 제일원리인 ‘양심(synderesis)’이라는 능력에 비추어 봄이 전제된다. 양심은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도덕적 준칙을 판단하는 선천적이고 불변하는 능력이요 인간으로 하여금 선을 추구하도록 종용하는 일종의 내적인 힘으로서 한 개인의 모든 윤리ㆍ도덕적 행위에 있어서 판단의 척도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복잡한 상황을 야기하는 인간의 사회적(정치적) 삶에 있어서 올바른 행위를 가지기위해서는 이러한 양심의 능력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인간은 ‘법’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토미즘에 있어서 법이란 ‘자연법(自然法)’ ‘인정법(人定法)’ ‘영원법(永遠法)’ ‘신법(神法)’ 등을 지칭하는 것으로, 다른 세 가지 법의 기원은 ‘영원법’이다. 영원법은 세계의 창조당시 신이 [세계의 창조와 완성을 위해] 설립한 것으로 말 그대로 변치 않는 영원한 것이다. 다른 모든 법은 이러한 영원법에 참여한다는 의미에서만 ‘법’이라는 자격을 가질 수 있다. 따라서 자연법이란 이러한 영원법에 참여하는 자연의 규칙적인 법칙을 말하는 것으로 인간의 이성에 의해 이해가능 한 것으로 파악된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토미즘에 있어서 자연법은 인간이성이 고안한 것이 아닌, 자연 그 자체가 드러내는 것을 이성이 파악(수용)한 것을 의미한다. 인간이 지닌 양심의 능력 역시도 본성적으로 주어지고 불변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자연법’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양심’이 모든 인간적 행위에 있어서 ‘기준’이 되는 척도를 제공하고 있으며, 항상 선을 추구하도록 명령한다는 점에서 다른 자연법과는 다를 뿐 아니라, 자연법을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양심의 능력은 인정법의 제정을 위한 근본적인 근원이 된다. 즉 토미즘에 있어서 인정법의 제정 원칙은 ‘사회적 합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양심의 요청’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법과 양심의 법칙에 반하는 ‘인정법’은 ‘법’으로서의 자격을 가지지 못하는 것이다. 인정법의 목적이 ‘공동선의 실현’에 있고 이 공동선의 실현이 근본적으로 ‘궁극적 목적(최고선)’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정법은 단순히 지상의 행복이나 유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보다 큰 신성한 존재 (신)에게로 인도하는 중개자와 같은 것이며, 이로서 토미즘의 인간적인 행위(도덕적인 행위)는 보다 큰 초자연적인 행위(종교적, 영성적 행위)를 예고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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