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고독과 모성의 추구

국문 초록 (Abstract)

황순원의 장편소설에서는 존재의 본질적인 한계와 고독의 문제가
모성과 연관하여 어떻게 극복될 수 있는지에 대하여 탐구하고 있다.
초기의 장편소설에서 나타나는 모성적 사랑과 그에 순응하거나 방황
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후기의 『일월』과『신들의 주사위』에 이르면 새
로운 인간관계의 정립과 그를 통한 존재의 자각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진전은 황순원의 작가정신의 성숙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황순원 장편소설의 주인공들은 대체로 심약하고 병적인 남성들이다.
그들은 근본적으로 고독하고 인간의 한계에 맞서있으며 숙명적으로
제시된 운명에 의해 지배당하는 인물들이다. 그러한 점에서 그들은 신
들의 주사위 놀이에 좌우되는 나약한 존재이며, 신의 저주를 받은 카인
의 후예이자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유랑민이다. 인간의 근원적 고독과
그로 인한 유랑의 삶은 그의 작품 전체에 걸쳐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이지만, 특히『움직이는 城』과『일월』에서는 상당히 비중있게 다루
어지고 있다.
유랑하는 삶은 어머니의 부재에서 비롯된다. 『움직이는 성』에서 나
무관의 옻칠을 다려먹이면 아이의 병이 낮는다는 속신을 믿고 박물관
의 물건을 상하게 하는 여인의 모습이나 『일월』에서 광신적으로 종교
에 메달리는 홍씨에게서는 건강한 모성을 찾아볼 수 없다. 이처럼 왜
곡되고 결핍된 모성은 주인공을 사랑하는 여성에 의해서 보완된다. 황
순원의 장편소설 전반에서 모성애적 본능을 지난 여성이 등장하며, 이
들은 한결같이 주인공의 삶을 감싸안으려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보여
준다. 그러나 이들 여성들의 의지가 제대로 실현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것은 주인공들이 타인의 도움으로 세계 속에 서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이 자아를 확인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정립할 수
있게 되는 계기는 모성과의 결별을 결심할 때에 비로소 주어진다. 황
순원의 장편소설들은 이와같은 일련의 탐색과정을 거쳐서 결핍과 상
실을 통해서 비로소 존재의 인식에 다다를 수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목차 (Table of Contents)

• 1 .머리말 1
• 2. 타락한 현실에 맞서기 3
• 3. 모성의 결핍과 모성의 추구 6
• 4. 모성과의 결별과 존재의 인식 10
• 5. 맺는말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