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중·후기 간화선의 수용과 전개양상 연구

국문 초록 (Abstract)

看話禪은 한국불교 최대 종단인 대한불교조계종의 중심 수행법이다. 고려 중기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간화 수행을 통해 悟道의 경지를 체험한 선사는 상당 수에 달하며, 간화선의 역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선사 또한 적지 않다. 간화선 수행 전통은 한국불교의 역사에서 매우 오랜 기간에 걸쳐 핵심적인 선 수행법으로서의 위상을 간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불교에서는 간화선 수행에 대한 논의가 끊이질 않고 있다. 위빠사나 수행자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일부 선원에서는 위빠사나 수행을 허용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심지어 최근에는 조계종을 대표하는 간화선 종장들이 법회에서 공개적으로 위빠사나 수행을 경계하면서 觀法수행에 경도되지 말라는 당부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위빠사나를 강조하는 이들은 위빠사나의 수행이 유일한 길이라고 말하고, 간화선 수행자는 간화선이 최상승의 수행론이라고 말한다. 보는 이들에 따라 한국불교는 지금 간화선과 위빠사나의 갈등 관계에 빠져있다는 해
석이 가능할 만큼, 곳곳에서 두 수행법의 우열을 주장하는 사례를 만나게 된다. 이미 ｢간화선과 위빠사나는 공존할 수 없는가?｣라는 제목의 학술 논문이 발표될 정도로 두 수행법과 관련한 학자들의 연구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유구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조계종은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수행법이 존재한다. 조계종에서 수용하고 있는 간경, 염불, 참선 등의 다양한 수행법
은 단지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불교 전체의 역사 속에서 줄곧 취해 왔던 원융적 수행법이었다. 또한 조계종을 이끌어온 종사들은 한결같이 배타적인 수행관을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간화선과 위빠사나 수행의 우열을 논하는 것은 그 자체로 비역사적인 행태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같은점을 감안한다면, 조계종에서 최근 간화선(2004)이라는 지침서를 간행한 일이라든가, 선원청규(2010)를 새롭게 엮어 발간한 노력 등은 상당히 긍
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일이라고 하겠다. 이 논문은 간화선의 역사, 특히 고려시대 간화선의 수용과 전개과정을 면밀하게 살펴보고자 하는 목적을 지니고 작성되었다. 간화선 수행이 지니
고 있는 수행법으로서의 가치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간화선의 실체와 역사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우선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 선종사에는 간화선 수행으로 오도의 경지를 열었던 明眼祖師가 상당 수 있다. 그들이 추구했던 간화선 수행의 세계는 어떠한 것이었는지, 간화수행을 통해 얻어진 오도의 세계는 그들이 살았던 시대에 과연 어떠한 의미로 받아들여졌으며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등에 대해서는 본
문에서 보다 구체적인 내용들을 살펴보게 될 것이다. 간화선 수행이 지니고 있는 현재적 의미는 바로 이러한 연구를 거친 이후에 살펴보아야할 과제가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