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와 일본근세연극 - 이국정보로서의 조선통신사와 근세 일본인의 이국관 -

국문 초록 (Abstract)

근세 연극, 즉 조루리와 가부키는 당시의 새로운 정보를 가장 빨리 도입, 관객에게 전파하였으며, 동시에 관객들의 호기심과 요구를 가장 잘 수용하였다.
극장의 [흥행]이라는 뚜렷한 목적을 가진 조루리와 가부키의 작가들은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관객과 소통하고 그 반응을 즉각 작품 속에 반영하였다. 전통을 답습해 나가는 가운데, 관객의 관심과 당시의 유행에 민감하였던 근세 연극은 훌륭한 미디어이자,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사적 자료로서도 가치가 있다.
본 연구자는 근세연극이 지닌 미디어로서의 역할과 그 파급 효과에 주목하여, 조루리와 가부키 작품에 나타나는 조선통신사의 영향을 지적하고, 나아가 근세 민중의 이국관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일본 역사상, 근세(에도시대 1603-1867) 만큼 이국에 대한 자유로운 발상과 동경을 지닌 시대도 없었던 듯하다. 당시 민중의 이국관은 상당히 흥미로우면서 복잡하다. 즉, 쇄국이라는 체제이나, 한편으로 이국의 정세를 알리는 풍설이나 서적, 그리고 조선통신사의 방일, 해외 표류 등을 통해서 얻은 정보와 체험은 근세의 민중들에게「꿈」과「현실」이 공존하는 이국상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현상이 현저히 나타나 있는 분야가 근세연극, 특히「이국물」이다.
근세 연극작품에는「이국물」,「이국종」혹은「외국종」이라 하여, 이국을 배경으로 하거나 이국인이 등장하는 작품들이 존재한다. 이들 작품 중에는 조선과 관계가 있는 작품도 다수 존재한다.
근세연극과 조선에 관한 연구는 1764년, 스즈키덴조가 통신사절을 살해한 사건을 다룬 「도진고로시모노」 , 그리고 조선인을 일본을 전복시키려는 모반인으로 설정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왔다.
본 연수에서는 조선통신사의 방일을 이국 정보의 하나로 보고, 종래 연구대상에서 누락되었던 시기의 작품들, 즉 호레키 메이와 기간（1751ー1771）이전에 출현한 통신사 관련의 작품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그리고 연구 결과를 토대로 근세 민중들의 이국관을 살펴보고자 한다. 특히, 이국관의 변천을 이해하기 위해 「다이쇼쿠칸모노」 작품들을 중심으로 편년적 분석을 하고자 한다.
「다이쇼쿠칸모노」란 후지와라노 가마타리의 이야기를 그린　조루리, 가부키 작품을 일컫는다. 당나라 황제와 일본 공주와의 혼인, 만호 장군의 활약 등, 이국과 인연이 깊은 작품들이다. 그런데 이들 작품 중에는 통신사로부터의 영향으로 생각되는 현상들을 발견할 수 있다. 본 연수에서는 근세에 상연된 작품들을 연구 대상으로 하여 통신사로부터의 영향을 조사하고, 본 작품을 통해 당시의 이국관의 변천을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