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우리나라 사법심사 체계 하에서 비용편익분석에 대한 적절한 사법심사 기준 및 방법을 정립하는 것을 연구 목적으로 한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사업(규제)을 행정청이 추진...
이 논문은 우리나라 사법심사 체계 하에서 비용편익분석에 대한 적절한 사법심사 기준 및 방법을 정립하는 것을 연구 목적으로 한다.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사업(규제)을 행정청이 추진할 경우, 그 기저에 놓인 가치관의 대립으로 정치적 갈등이 발생하고, 정치적 해법을 찾기 힘들 정도로 사업에 대한 찬반양론이 극심히 대립하게 되면, 정치적 갈등은 법적 분쟁으로 진화된다. 이때 사업(규제)에 대한 행정청의 의사결정 토대가 된 비용편익분석이 사법심사의 핵심 쟁점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법원이 비용편익분석을 심사한 판례를 살펴보면, 비용편익분석에 대한 별도의 사법심사 기준 및 방법을 세우지 않고, 종래 형량명령 원칙 심사 또는 비례원칙 심사로 귀결·통합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규제의 이익·불이익에 대한 질적·정성적 평가인 비례원칙 심사·형량명령 원칙 심사는 정식 비용편익분석의 특성(정량화, 화폐가치화)을 심사하는 데 반드시 적합하다고 볼 수는 없고, 행정청의 비용편익분석을 전면적으로 대체하는 강도 높은 심사를 하거나, 행정청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법리 하에 평면적으로 심사를 하게 되는, 양극단의 심사가 이루어진다는 구조적·운용적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행정명령을 통해 비용편익분석 제도를 확립하고, 우리나라의 비용편익분석 제도에 큰 영향을 미친 미국에서는 비용편익분석에 대한 사법심사 논의를 심층적이고 단계별로 하여 왔다. 따라서 미국 연방법원의 논의 흐름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에서의 비용편익분석에 대한 심사 기준 및 방법을 정립하는 데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우선, 미국에서는 비용편익분석의 규범적 지위가 재설정되었다. 비용편익분석에 대하여는, 비용편익분석이 무용할 뿐만 아니라 옳지 않다고 주장하는 가치 이론적 관점에서의 근본적 반대론과 제도적 한계를 지적하는 방법론적 비판론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정량화·화폐가치화를 핵심 특성으로 하는 비용편익분석은 가치 상호 간 교환이라는 개념을 허용함으로써 한정된 자원 아래에서 최적의 선택을 하는 데 적합할 뿐만 아니라, 의사결정의 토대가 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한다는 강점을 통해 의회·법원이 행정청을 객관적으로 견제할 수 있게 한다. 미국에서는 이와 같은 비용편익분석의 유용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고, 비용편익분석 자체의 방법론도 발전하고 있음에 따라, 비용편익분석은 ‘한계가 있고 완벽하지는 않지만, 경제적 타당성을 달성할 수 있는 유용한 의사결정수단’으로 규범적 자리매김을 확고히 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연방법원의 비용편익분석 선호로 이어졌고, 이는 법원이 ‘해당 규제법이 행정청에게 요구하는 비용편익분석의 정도’를 해석함에 있어, ‘약식 비용편익분석 활용이 금지된다.’는 단계에서, ‘약식 비용편익분석 활용이 필수적이다.’는 단계로 변화되는 것에 반영되었다.
연방항소법원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식 비용편익분석 활용이 필수적이다.’고 보면서, 행정청의 정식 비용편익분석을 심사 대상으로 확정하고, 법원이 이를 실체적 심사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했고, 연방대법원도 그에 보조를 맞추는 듯한 판결을 하였다. 이는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이 행정청의 재량판단에 대한 사법심사의 기준에 대하여 행정청-법원 간 역학관계 내에서, 법원에 무게중심을 두기 시작하여, 법원의 역할을 재조명하기 시작한 것과 연관이 깊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행정명령이 아닌 규제 기본법 차원에서 비용편익분석 제도를 명시적으로 도입하였으므로, 법원의 비용편익분석 선호는 명확하다. 다만 법원의 심사 기준 및 방법에 대해서는 미국에서의 논의와 마찬가지로 행정청-법원 간 역학관계를 중심으로 하되, 비용편익분석의 특성(정량화, 화폐가치화)을 고려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 사법체계 하에서, 비례입헌주의적 관점, 국회의 의도, 사법심사의 비경제성을 고려하면, 법원은 행정청이 행한 비용편익분석에 대한 심사를 할 때, 그 비용편익분석을 법원 스스로 행한 비용편익분석으로 대체할 수는 없고, 단지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만을 심사할 수 있을 뿐이다(행정청 판단 비대체 방식). 그러나 권력분립의 원리에 따라 요구되는 법원의 행정청에 대한 견제 역할, 행정청의 전문성이 발휘되고 있다고 보이지 않는 실제 현황, 민주주의를 보완하고, 편의를 교정하는 법원의 역할, 나아가 정식 비용편익분석에 대한 법원의 충분한 심사 역량과 심사 유인을 종합하여 고려하면, 행정청이 실시한 비용편익분석에 대하여 법원이 행정청의 판단을 존중할 필요는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행정청 판단 비존중 방식).
이와 같은 행정청 판단 비대체-비존중 심사 방식에 의하면, ① 국회가 고려하기를 의도하지 않았던 요소에 의존하거나, ② 문제의 중요한 측면(즉, 국회가 고려하기를 요구했던 요소 또는 행정청이 스스로 설정한 기준이나 지침)을 고려하는 데 실패하거나, ③ 결정에 대한 설명이 행정청 앞에 제시된 증거에 반하거나, ④ 견해의 차이나 전문지식 때문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설득력이 없는 경우, 그 비용편익분석은 위법하다고 볼 것인데, 비용편익분석의 위법으로 인하여 ① 순현재가치가 음(-)의 값을 가지거나(순현재가치 방식), 편익/비용 비율이 1보다 작음에도(편익/비용 비율 방식), 또는 내부수익률이 사회적 할인율보다 작음에도(내부수익률 방식), 규제가 발령·선택되거나 ② 여러 규제안 중 순현재가치, 편익/비용 비율, 내부수익률 값이 가장 크지 않음에도 그러한 규제안이 선택된 경우, 이를 규제의 취소사유로 보면 될 것이다.
이 논문의 제언과 같이, 행정청의 비용편익분석에 대한 법원의 심사 기준 및 방법이 정립된다면, 무엇보다 법원은 행정청의 비용편익분석을 평면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실체 심사할 수 있을 것이고, 비용편익분석의 특성이 법원의 심사 과정에서 분명히 고려될 수 있으며, 현재 실증적으로 부실하게 비용편익분석을 실시한다고 비판받고 있는 행정청으로 하여금 사법심사에 대비하여 법과 지침에 적합한 정식 비용편익분석을 충실히 하도록 하는 유인을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행정청과 법원이 서로 균형을 이루며 비용편익분석이라는 투명한 의사결정수단을 제대로 활용한다면,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기대할 수 있고, 종국적으로 국민의 권익 보호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