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간}<노걸대>연구

국문 초록 (Abstract)

한반도에서는 고려후기 이후에 외국어를 학습하기 위한 교육기관으로 '司譯院'을 설치하고 중국어를 비롯하여 몽고어, 일본어, 만주어(여진어)를 교육하는 漢學, 蒙學, 倭學, 淸學을 두었다. 이것을 사역원 '四學'이라고 하며 이곳에서 외국어를 학습하기 위한 많은 교과서가 편찬되었다. 이러한 외국어 학습교재를 전통적으로 '譯書', 또는 '譯學書'라고 불러왔으며 중국어 학습서를 漢學書, 몽고어는 蒙學書, 일본어는 倭學書, 그리고 여진어는 女眞學書라고 한다. 여진학이 병자호란 이후에 만주어 학습의 淸學으로 바뀐 다음 만주어 학습서는 淸學書라고 하였다. 이 역학서 자료들은 당시 살아있는 口語를 학습하는 교재였으므로 한국어와 해당국의 언어변천을 연구하는데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된다.
그 가운데 중국어 학습교재로는 <노걸대>, <박통사>란 회화교재가 가장 인기가 있었으며 이 두 漢語 교재는 훈민정음 창제 이후에 최세진이란 역관에 의하여 한글로 번역되어 간행됨으로써 그 시대의 중국어와 한국어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두 중국어 학습서는 언어의 시대적 변천에 따라 몇 번 개편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남아있는 것은 조선 성종 때에 개편된 것과 영조 때에 신석된 것, 그리고 정조 때에 일부 수정하여 중간한 것만이 남아있다. 그러나 <노걸대>와 <박통사>는 본문의 내용으로 보아 高麗末, 元代에 편찬된 것으로 보이며 적어도 고려말이나 조선초기에 간행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세종실록>에 이미 이 두 책의 간행에 대한 기사가 여러 번 등장한다.
최근에 조선 초기에 간행한 것으로 보이는 목판본 <노걸대>가 발견되어 이 방면의 연구자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이것은 정광 외(1999)에 의해서 그 모습의 일부가 공개되었고 2000년에는 경북대학교 출판부에서 영인본이 출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연구는 일본인 학자들에게도 소개되어 '世紀의 發見'이란 감탄사와 함께 관련 학계에 의하여 그 자료의 중요성이 높게 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1998년 겨울에 발견되어 1999년에 학계에 공개된 이 자료의 중요성은 새삼 췌언이 불필요하며 이에 대한 연구가 적어도 일본이나 중국의 학자보다는 앞서서 이루어져야 하므로 시급하다고 하겠다.
이번 연구는 새로 발견된 <老乞大>가 고려후기에 편찬된 원간본이거나 그에 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그 진위를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울러 이 교재에샬옳戟의狗졀?하는 중국어가 元代에 北京과 중국의 북방지역에서 표준어의 역할을 하던 漢兒言語임을 밝히고 그것이 당시 한국어에 어떤 영향을 주었으며 후대에 개편된 <노걸대>와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