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곤강의 문학사적 자리 = Yun Kon-Kang's Position in Literary History

국문 초록 (Abstract)

한국문학이 지나온 자취는 문학 그 자체로의 내적 자율성을 개방하지 않았다. 내적 자율성을 확보할만한 바탕도 미흡했거니와, 문학 전반에 대한 시야와 전망이 옹색하게 닫혀있어서, 문학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와 평가의 눈뜸이 그만큼 더딜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문학 평가의 입지는 가능성의 통로를 차단한 채 전형화 될 위험마저 안고 있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 그 주된 원이중 하나는 우리 문학의 뒤안길에 얽혀있는 특수한 역사적 인과관계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시인에게 완전한 인품의 군자적 삶을 요구한다거나, 그의 사상적 편린이 정의의 편에 서있기만을 강요하는 것 등은 문학의 진정한 가치를 가름하는 준거가 될 수 없으며, 문학 그 자체의 본질적인 척도가 될 수도 없다. 그럼에도 조국상실의 시기를 거쳐오는 동안 친일의 오명으로 문학적 궤적이 칼질을 당하는가 하면, 시비가 불분명한 이념의 문제로 하여 문학사의 평가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아무런 편견없이 좋은 시를 좋은 시로서 감상할 수 있는 게제에 우리는 지금 서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부당하게 소외되었던 문인의 행로를 사심없이 추적하고, 정당한 값을 메기는 일은 그동안 협소하게 제한되었던 한국문학의 폭을 질량으로 확산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이러한 논의 마당에서 시인 윤곤강을 만나게 된다. 그는 질곡의 시대를 치열하게 살다간 반항적 지식인이다. 서른 아홉의 짧은 생애를 역사적 비극의 수렁에서 보내며, 나름대로 가치로운 삶을 위해 지적으로 저항하고 시로써 회의했던 그는 그러한 지성적 고뇌를 여섯권의 시집과 왕성한 논술 활동으로 풀었던 시인이다. 백철이나 이정구 등에 의해 30년대 가장 주목받는 신진시인의 한 사람으로 평가되었던 그가 문학사의 갈피에서 소외되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1933년 카프에 가담했던 일, 그리고 카프의 이차 검거에 관련 7개월 간의 옥고를 치렀던 일, 두 번WO로 1945년 12월 조선 문학 동맹에 시부위원으로 참여했던 사실이 걸림돌이었다면 그것은 문학사의 옹졸한 일면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는 ‘광범한 사회, 인간, 생활, 愛, 死, 싸움, 그러한 것들에 정면으로 돌입하는 정신적이오, 육체적인 힘’을 진실한 삶의 자세로 인식하고, 그러한 삶의 형상화를 시적 지표로 삼았던 시인이다. 그의 시가 동시대의 평가받는 시인들에 비하여 기교적 미숙성을 다소간 지니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으나, 그들이 가지지 못한 장점 또한 지니고 있다는 점을 본고는 주목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