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의 정보접근에 관한 연구

국문 초록 (Abstract)

현재 북한 내 북한 주민과 북한당국의 이해가 가장 심각하게 충돌하는 영역이 바로 ‘정보’이다. 시장화의 확산,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외부정보에 대한 북한 주민의 접근이 빠르게 증대되면서 북한 주민들이 외부정보를 접수, 보관, 공유, 처리 및 변환하는 양상도 변화하고 있다. 따라서 정보를 둘러싼 주민과 당국의 이해충돌이 표출되는 대응 양식도 변화될 수밖에 없다. 본 연구에서는 북한 내 외부정보에 대한 북한 주민의 접근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과 양상을 종합적 체계적으로 살펴보았다.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에 관한 일련의 과정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2015년 OECD가 발표한 정보 중심의 역할분석체계 모형을 활용하여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에 관한 연구 모형을 조작적으로 도출하였다. 즉, 정보의 수집, 정보의 처리, 정보의 교환, 정보의 변형, 정보접근에 따른 대응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포괄하는 5단계 연구 모형을 조작적으로 설정하였다. 이 연구를 위해 2018년 이후 탈북한 북한이탈주민 20명을 대상으로 2020년 7월부터 8월까지 심층면접을 진행하였다.
먼저 국제인권법 체계에서 정보접근이 권리로서 어떠한 위치에 있는지 분석하였다. 정보에 접근할 권리는 세계인권선언과 자유권 사회권규약 및 주요 지역 인권조약 등에서 독립된 개별 조항을 통해 규정되지는 않았지만, 표현의 자유, 공무에 참여할 권리, 건강권 등 시민적 정치적 권리,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권리 안에 내포된 권리로서 인정되거나 이들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수단적 권리로서 인정받고 있다. 국제인권법상 정보접근권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정보접근 관련 북한의 관련 법제를 살펴보았다. 형식적으로는 국제인권법상의 정보접근권을 국내 입법을 통해 보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보의 자유 또는 정보에 접근할 권리는 개인이 향유하는 권리라기보다는 북한이라는 공동체가 향유하는 권리로 인식하며, 개인의 정보접근권은 이러한 집단의 권리 실현을 통해 보장된다고 보는 인식이 강하다.
연구 모형에 따른 정보접근의 일련의 과정에 대한 분석을 정리하면 첫째, 외부정보는 국경지역을 넘나드는 공식 비공식적 사람, 상품, 공간, 매체뿐만 아니라 경험, 뉴스, 통제, 학습 등의 직간접적인 수단들에 의해 복합적으로 북한사회에 전파된다. 김정은 정권 들어 외부정보에 대한 접근의 위험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지만 정보통신기기의 진화로 보다 빠르고 신속한 외부정보의 공유가 이루어지고 있다.
둘째, 당국의 2중, 3중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외부정보를 통한 한국과의 문화 접촉이 20년 이상 축적되고 장기화되면서 외부정보는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처음 외부정보에 대한 접근은 호기심에서 출발하여 하나하나의 의문점들이 쌓여가고 나름대로 해석하면서 궁금증을 점차 증폭시키는 기폭제(spark) 역할을 하고 있다. 외부정보는 초창기 북한체제의 본질에 대한 인식과 자신들의 삶의 재발견, 외부세계에 대한 이해의 기반이었다. 김정은 정권 들어 다양한 방식의 변형과 공유 방식을 거치며 이제는 북한 주민의 삶의 질을 바꾸고 생활환경과 문화의 공유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셋째, 외부정보를 받아들이고 공유하는 방식에 있어 농촌이나 일부 산골지역을 제외하고 도시 간 격차는 그리 크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보의 규모나 소장, 적용 방식, 그리고 전달 체계에 있어서도 큰 차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더 은밀하고 빠른 속도로 정보가 확산되고 있다. 다만 남포, 평양, 혜산, 함흥 지역을 비교할 때 지역별 특징도 일부 관찰되었다.
넷째, 정보접근에 대한 통제를 둘러싼 당국과 주민들의 상호 작용에서 뇌물이 여전히 주된 방식이지만 관련 법조항들에 따른 상호 대응 방식으로 변화하는 특징도 일부 발견되었다.
다섯째, 외부정보에 대한 당국의 통제는 시기별 정책 방향이나 정치적 사안의 중요성에 따라 처벌 규모나 강도에 있어 현저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 증진을 위한 국제사회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외부로부터의 정보접근 증진전략이 사회주의 체제 유지를 기본 목표로 설정한 북한당국의 유의미한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앞으로 북한당국의 태도 변화는 유엔 인권메커니즘이 수행하고, 정보유입활동은 민간단체가 수행하는 등 역할 분담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보유입의 일방향적 관점을 넘어 정보접근의 수혜 주체인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우호적인 여건을 조성하는 데 정보접근 전략의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 문제는 권리의 측면, 삶의 질 측면, 남북한 통합의 측면을 복합적으로 고려하여 접근할 필요가 있다.
첫째, 권리의 측면에서 볼 때 정보의 접근은 북한 주민이 향유해야 할 핵심 권리이지만 다른 자유권 침해와의 연관성 또한 핵심 고려 요소가 되어야 한다.
둘째, 삶의 질 측면에서 볼 때 남한을 포함한 국제사회로부터의 대북지원에 대한 정보는 북한 주민의 건강권, 식량권 등 사회권,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라는 점이다.
셋째, 외부정보의 접근을 통한 남한과의 문화공유 확산 현상은 남북한 이질감 해소와 남북교류협력 활성화, 남북한 통합의 자산이 된다는 점이다.

목차 (Table of Contents)

• 요약
• Ⅰ. 서론｜김수암 강채연 윤보영
• 1. 연구 필요성 및 목적
• 2. 연구 방법
• Ⅱ. 정보의 자유의 국제적 보호와 북한의 관련 법제｜박진아
• 1. 국제인권법상 정보의 접근
• 2. 정보접근에 관한 북한의 법제도
• 3. 소결
• Ⅲ.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 실태와 북한당국의 통제｜강채연∙윤보영
• 1. 정보의 수집: 경로와 유형
• 2. 정보에 대한 해석과 보관
• 3. 정보의 교환: 공유와 확산
• 4. 정보의 변형: 가치판단과 응용
• 5. 정보접근에 대한 대응: 작용과 반작용
• 6. 소결
• Ⅳ. 북한 주민의 정보접근 증진 방향｜김수암
• 1. 정보접근 증진을 위한 추진 전략과 동향
• 2. 정보접근 증진을 위한 추진 방향
• Ⅴ. 결론｜김수암
•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