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좀비(zombie) 영상물 연구 : 위험사회의 간(間)좀비를 중심으로

국문 초록 (Abstract)

본 논문은 한국에서 2010년 이후 본격적으로 제작되기 시작한 좀비(zombie) 영상물에 위험사회(Risikogesellschaft)에 대한 징후와 보수적 반응이 담겨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이를 분석하기 위해 근대 사회를 액체성으로 설명한 바우만과 위험사회로 분석한 벡의 논의를 방법론으로 삼는다. 바우만에 따르면 오늘날 사회는 개인의 정체성이 고정적 성격을 지니지 않은 유동적인 사회이고 미루기가 불가능한 과잉소비라는 특징을 갖는다. 또한 벡은 산업화 이후 과잉생산으로 유발된 위험의 성격을 비가시적이고 비인지적인 것 등으로 설명한다.
한국 좀비 영상물에는 인간과 좀비 사이 존재인 간좀비에 대한 묘사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간좀비들은 존재적 행태적 측면에서 위험사회의 징후로 그려진다. 첫째로 간좀비들은 인간으로도 좀비로도 변할 수 있다는 데에서 정체성이 고정되어 있지 않은 오늘날 액체사회의 특징을 담지하는 존재들이다. 둘째로 간좀비들은 좀비들이 갖는 특성이기도 한 과잉섭취 감각을 그들이 살아있을 당시 먹었던 음식에 드러낸다. 이는 좀비도 인간도 아닌 간좀비의 특성을 의미함과 동시에 위험사회의 원인이자 징후로 지목되는 과잉성에 대한 은유이다. 셋째로 간좀비들은 좀비로 변해가는 와중에 증상이나 병변이 겉으로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영상물 속 인간들에게 위험으로 인식되지 않는다. 이는 오늘날 사회의 위험이 갖는 잠복적인 성격을 암시한다.
한국 좀비 영상물에서 먹을거리와 관련한 과잉성을 드러내는 등장인물들은 간좀비가 되는데 이들은 결국 좀비로 변해 처벌받는다. 이는 성적인 과잉성을 드러내는 희생자들을 처벌해 당시 미국 사회의 보수성을 드러내는 미국의 슬래셔 영화와 유사한 구도 안에서 이뤄지며 위험에 대응하는 한국 사회의 보수적인 반응을 의미한다.
한국 좀비 영상물에는 치료제에 대한 상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전체 영상물 가운데 직간접적인 좀비 치료제가 등장하는 영상물은 절반이 넘는데 이는 간좀비들이 다시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인간이 된 간좀비들은 가정에서 가부장으로서의 지위를 획득하고 치료제를 독점해 특권적 지위를 누리게 된다.
최근 한국 좀비 영상물에는 이미 좀비로 변했지만 특정 조건 하에서 좀비가 아닌 가족이나 유희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상상적 간좀비들이 존재한다. 간좀비들은 쇠사슬에 묶이거나 쇠창살로 인간과 격리된 상황에서 위험의 대상으로 간주되지 않는다. 오히려 간좀비들은 가족으로 상상되어 살아있는 인간이 그에 강한 정서적 유대를 느낀다. 그러나 이 같은 간좀비들은 끝내 통제에서 벗어나 살아있는 인간들을 위협한다. 또한 간좀비들은 인간들에 의해 장난감처럼 다뤄지기도 하는데 이는 영상물 속에서 비윤리적이고 비인간적인 것으로 그려질 뿐이다. 최근 한국 좀비 영상물의 흐름은 영상물에서 간좀비를 인간과 공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닌 위험 그 자체로 간좀비의 성격을 규정하고 제한하고자 한다. 이는 간좀비가 내포하는 위험에 대한 위기의식을 고조하고자 하는 보수주의적 시도를 의미한다.
본 논문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한국 좀비 영상물이 액체/위험사회에 대한 감각과 보수적 색채를 내포함과 동시에 드러낸다는 점을 분석한다. 그리고 이는 현재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와 더불어 좀비 영상물이 한국 사회가 갖고 있는 위험의 문제와 균열의 지점을 첨예하게 드러낸다.

다국어 초록 (Multilingual Abstract)

This paper aims to reveal that signs of risk society (Risikogesellschaft) and conservative responses are contained in the zombie videos that began to be manufactured in Korea after 2010. To analyze this, the discussions by Baumann who described modern society with liquidity and Beck who analyzed it as risk society were used as methodology for this study. According to Baumann, today’s society is a mobile society where an individual’s identity is not fixed and superfluous consumption can’t be postponed. Beck also explains that the risk caused by excessive consumption since industrialization is invisible and noncognitive.
In Korean zombie videos, gan(between)-zombie, a being between human and zombie is described prominently. Gan-zombies are described as sign of risk society in existential and behavioral aspects. First, gan-zombie can transform to human or zombie and in this point, reflects today’s liquid society where identity is not fixed. Second, excessive intake that is also one of the zombie’s traits is exposed in the foods that they ate when they were alive. This suggests that gan-zombie has its own traits that neither zombie nor human have and simultaneously shows that redundancy is pointed out as cause or sign of risk society. Third, when gan-zombie transforms to zombie, symptoms or lesions are exposed, but this is not recognized as risk to the humans in movies. This hints at the latency that the risk at today’s society has.
The characters that reveal redundancy related to foods in Korean zombie videos become gan-zombie, which become a zombie in the end and get punished. This is a similar composition to that of American slasher movie which revealed the conservatism of American society where the victims showing sexual excess were punished and this also means the conservativeness of Korean society responding to a danger.
In Korean zombie videos, imagination about treatment medicine is prominent.
Videos where direct/indirect remedy drug for zombie appears among the total videos exceeds half and this means that gan-zombie can become a human again. Such a gan-zombie who became a human in that way obtains a position as patriarch at home, possesses remedy drug exclusively, and enjoys a privileged position.
In recent Korean zombie videos, there are imaginative gan-zombies who are considered as family or object of amusement not zombie in a particular condition although already transformed to zombie. Gan-zombies are not regarded as dangerous when they are chained up or isolated in iron bars from humans. Rather, gan-zombies are imagined as a family and living humans come to feel a strong emotional bond. But such a gan-zombie gets out of control and threatens living humans. Gan-zombies are also treated as toy by humans and this is described as unethical and inhumane in videos. The recent trend of Korean zombie videos is that gan-zombie is defined and restricted as danger rather than object of coexistence with humans. This means a conservative attempt to raise feeling of danger of gan-zombie. Through such a process, this paper finds that Korean zombie videos contain sense of liquid/risk society and conservative color simultaneously. And this shows clearly prolonged COVID-19 crisis and the danger that Korean society ha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