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된 여성 : 신경숙 소설 속 노동계급 여성에게 있어 ‘여성이 된다’는 것의 의미

국문 초록 (Abstract)

본고는 신경숙의 소설 「밤고기」(1987), 「풍금이 있던 자리」(1992), 「배드민턴 치는 여자」(1992)에서 노동계급 여성의 성 정체성이 젠더·계급·지역이 교차하는 가운데 구성되는 한 양상을 살펴보았다. 신경숙의 소설에서는 남성의 폭력으로 상정되는 ‘자연’에의 노출이 노동계급과 중산층, 농촌과 도시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으로 여겨지며, 이로부터 농촌/노동계급으로부터 벗어나 도시/중산층으로 상승한다는 것이란 더 이상 자연의 폭력에 노출되지 않는 상태에 이르는 것을 뜻하게 된다. 이때 계급 상승을 위한 노동계급 여성의 노력은 취약성으로 재현되는 여성성에의 동일시로 나타난다. 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이가 오직 자기 자신 이외 부재하는 노동계급 여성의 상태는, 너무나도 취약하여 남성의 보호 대상이 되는 여성을 상위 계급의 이미지로서 선망하도록 하는 것이다. 계급 분할, 계급 억압, 계급 상승의 이와 같은 의미는 보호받는 여성과 보호받지 못하는 여성으로 계급화되어있는 산업화 시대 젠더 이데올로기를 그 피지배자인 노동계급 여성의 입장에서 재구성한 결과이다. 이에 진정한 ‘여성’이 되려는 노동계급 여성의 노력은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한 향상심에 기인하면서도 열등감, 죄책감, 허위의식을 동반하게 된다.

다국어 초록 (Multilingual Abstract)

This article analyzes three short stories written by Shin Kyung-sook to examine the structure of working-class women"s gender identity among the intersection of sex, class, and region during the period of industrialization. Contained within these stories, exposure to sexual violence divides working- from middle-class, urban from rural. To escape the stigma of being considered a working-class citizen is to become a woman protected by men. Thus, true femininity is a form of vulnerability which motivates male protective psychology, and upward class mobility means identifying with representations of femininity as vulnerability. This interpretation of class division, oppression, and mobility reveals that Shin"s fiction internalizes the dominant ideology"s hierarchy of femininity. Therefore, the attempt to increase self-worth via identification with femininity paradoxically manifests character fractures like false consciousness, guilt, and an inferiority complex.

목차 (Table of Contents)

• 국문초록
• Ⅰ. 서로 다른 사회적 위치, 서로 다른 여성 정체성
• Ⅱ. ‘자연’의 폭력에 노출된 여성이라는 열등감
• Ⅲ. ‘여성’으로의 상승에 따른 ‘무성’에 대한 죄책감
• Ⅳ. 사랑과 폭력 사이에서의 혼란
• Ⅴ. 결론
• 참고문헌
• Abstract

참고문헌 (Reference)

1 패트리샤 힐 콜린스, "흑인 페미니즘 사상" 여이연 2009

2 신경숙, "풍금이 있던 자리" 문학과지성사 1993

3 우찬제, "타나토스 에로스 에코스 : 90년대 여성소설의 징후 읽기" 4 : 80-104, 1995

4 킴벌리 크렌쇼, "주변부 지도 그리기: 교차성, 정체성의 정치, 그리고 유색인 여성에 대한 폭력"

5 황종연, "여성소설과 전설의 우물" 4 : 41-62, 1995

6 정현백, "여성노동자의 의식과 노동세계" 창작과비평사 1 : 116-162, 1985

7 루스 배러클러프, "여공문학: 섹슈얼리티, 폭력 그리고 재현의 문제" 후마니타스 2017

8 김원, "여공 그녀들의 反역사" 이매진 2006

9 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창비 2008

10 박혜경, "사인화된 세계 속에서 여성의 자기 정체성 찾기" 4 : 20-40, 1995

11 한경희, "비극적으로 아름다워야 한다는 조건 －1990년대 여성문학의 제도 문학 편입 맥락과 그 과정" 한국현대소설학회 (83) : 39-85, 2021

12 전혜진, "미혼 공장 여성노동자의 경험을 통해 본 근대적 여성성 형성에 관한 연구" 연세대학교 대학원 2003

13 한우리, "교차성x페미니즘" 여이연 2018

14 신경숙, "겨울우화" 고려원 1990

15 마리아 미즈,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갈무리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