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의 갈등 서사 비교

국문 초록 (Abstract)

본 연구는 한국과 일본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린 문학작품 속의 갈등 서사를 비교 분석하여 양국의 암묵의 가치체계 및 갈등을 둘러싼 정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규명하고, 양국의 국어교과서가 발전적으로 상호 수용하고 보완할 수 있는 제언을 제시함으로서, 한국과 일본이 상호 발전의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연구 내용 및 방법은 ２가지 차원으로 구분하여 진행한다. 문학적 서사의 차원과 교육적 차원이다. 먼저 문학적 서사의 차원이다. 문학적 서사의 차원이란 갈등이라는 모티프(motif)의 취급 방식과 화자의 정보조절 방식에 담긴 의도를 통해 파악할 수 있는 갈등을 둘러싼 정서의 비교이다. 문학 서사는 배경과 인물과 사건으로 구성되며 따라서 갈등은 배경으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고 인물과 인물의 사이에 존재하여 사건을 일으키기도 하고, 사건화하지 않은 채 인물의 내면세계에서만 존재하는 내재적 갈등도 있다. 예를 들어 일본 국어교과서에는 전쟁을 소재로 평화의 중요성을 알리는 ‘평화 교재’ 라는 것이 있다. 그러나 그 중에는「지이창의 그림자 놀이」(3학년)처럼 인물 간의 갈등은 전혀 그려지지 않고 전쟁이라는 국가 간의 갈등이 배경으로만 존재하는 작품이 있다. 한편 한국 국어교과서의「방구 아저씨」(6학년)는 배경으로 존재하는 일제 강점기 시대의 지배 피지배의 갈등이 인물 간의 갈등을 일으키며 전경화한다.
이와 같이 문학작품 속에 서사되는 갈등은 배경에서 사건으로 혹은 내면에서 사건으로 갈등이 전경화하는 경우와 전경화하지 않고 배경으로만, 인물의 내면의 갈등으로만 그치는 두 경우가 있다. 물론 전경화하는 경우 사건에서 내면으로 정보량을 늘려가며 입체화하는 방법도 있다. 주네트(G. Genette)가 지적하였듯이 서술자는 등장인물에 대한 거리나 관점 등의 서술법을 이용하여 서술 정보를 조정하기 때문이다. 이런 갈등의 전경화나 정보 조절을 둘러싼 차이에는 화자의 의도가 작동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즉 문학적 서사의 차원에서 갈등의 서사는 다음의 네 가지로 구분할 수 있겠고 그런 서사 방법이 채택된 화자의 의도에 대해 필자는 다음과 같은 가설을 세우고, 이를 작품별로 검증, 종합, 비교하고자 한다．
(1)갈등이 배경으로만 서사됨-갈등 서사의 억제를 의도함
(2)인물 간의 갈등이 사건을 통하여 전경화하되 내면 묘사는 동반하지 않음–갈등 해결에 대한 교훈이나 해결되지 않는 갈등의 고발을 의도함
(3)인물 간의 갈등이 사건을 통하여 전경화하며 내면 묘사를 동반함–갈등 해결에 대한 교훈이나 고발과 함께 초점화된 인물에의 공감을 의도함
(4)사건이나 행동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인물의 내면의 갈등으로만 묘사됨-인간 내면의 진실 탐구와 초점화된 인물에 대한 공감을 의도함
다음은 교육적 차원의 비교이다. 한국과 일본의 교육기본법에 나타난 교육의 목적과 목표를 비교해보면 개인, 사회, 국가, 인류의 차원으로 교육의 목적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 자연과의 관계라는 차원도 목표로 설정되어 있다. 따라서 교육적 측면에서 볼 때는 갈등의 서사 또한 이러한 교육의 목적에 부합되게 각 차원의 갈등이 균형적으로 선택되고 해결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방법을 취한다. 즉 교육적 차원에서는 문학 서사 속 갈등 모티프가 개인, 사회, 국가, 자연, 인류라는 각 차원에서 취해지고 있으며 어떤 방법으로 해결되고 있는지 분석하겠다.
이상의 연구 내용 및 방법을 단계별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과 일본 각각 교과서의 갈등 서사 작품을 모티프와 서사 방법의 차원에서 개별 분석한다(1단계). ‘갈등 모티프’와 ‘갈등 서사 방법 및 의도’를 국가별로 각각 표로 정리하여 모티프의 차원별 합계와 동일 모티프 및 해결 방법의 빈도수를 조사하고, 갈등을 서사하는 화자의 방법 및 의도를 수치화하고 종합하여, 갈등을 둘러싼 가치체계의 구조와 정서를 한국과 일본 각각 도출한다(2단계). 양국의 표를 비교하여 공통점과 차이점을 규명하고 그 원인을 분석함과 동시에 상호 수용 보완할 점을 제안한다(3단계).
마지막으로 텍스트와 연구 범위이다. 텍스트는 2018년 현재 한국과 일본에서 사용되고 있는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이다. 현재 한국은 초등학교에서는 국정교과서가 사용되고 있으므로 국정교과서를 텍스트로 삼는다. 일본에서는 검정을 통과한 ５종의 초등학교 국어교과서가 사용되고 있는데 본 연구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채택율을 유지하고 있는 미쓰무라 국어교과서를 텍스트로 선택한다. 연구 범위는 교과서에 실려 있는 문학작품 중 갈등이 서사되어 있는 작품이다. 구체적인 장르는 이야기, 동화, 아동 소설, 민담 등의 서사 작품과 드라마를 포함한 극 작품, 수필, 일기, 전기 등의 교술 작품이 대상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