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사례로, 경쟁형 국책 공모사업이 균형발전을 목표로 하면서도 실제로는 어떤 방식으로 지역 간 불평등과 승자독식 결과를 재생산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
본 연구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사례로, 경쟁형 국책 공모사업이 균형발전을 목표로 하면서도 실제로는 어떤 방식으로 지역 간 불평등과 승자독식 결과를 재생산하는지를 실증적으로 분석하고자 한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추진된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쇠퇴 지역 지원과 국가 균형발전을 핵심 목표로 내세웠지만, 선정 과정에서 도시 쇠퇴도, 지역 역량, 제도 설계가 어떻게 상호작용했는지는 체계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이에 본 연구는 전국 229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2017–2022년 동안 누적 선정된 도시재생 뉴딜사업 수를 종속변수로 설정하고, 도시 쇠퇴도, 지역 잠재력, 지역 행정력, 정치적 요인을 포괄하는 계량 분석과 전문가 심층면접을 결합하였다. 먼저, 인구·사업체 변동과 노후 건축물 비율을 기반으로 한 법정 쇠퇴지수와, 청년 인구 유출·빈집 비율 등 장기적 쇠퇴 위험을 반영한 선제적 쇠퇴지수를 주성분 분석(PCA)을 통해 구성하고, 이를 포함한 음이항 계수모형(Zero-Truncated Negative Binomial Regression, ZTNB)을 통해 도시재생 뉴딜사업 선정 패턴을 추정하였다. 분석 결과, 법정 쇠퇴지수는 사업 수와 약한 정(+)의 관계를 보인 반면, 선제적 쇠퇴지수는 유의미한 부(-)의 효과 또는 통계적으로 미미한 효과를 보여, 쇠퇴의 정도가 높을수록 오히려 선정 가능성이 낮아지는 역설적 패턴이 확인되었다. 또한 대도시일수록, 그리고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설치한 지자체일수록 사업 수가 많았던 반면, 재정자립도, 공무원 수, 우수사례 수 등은 기대와 달리 일관된 영향을 보이지 않았다. 정치적 요인은 일부 모형에서만 제한적인 효과를 보여, 정치적 편향보다는 준비된 도시에 대한 구조적 우대가 더 강하게 작동함을 시사한다. 이러한 양적 결과를 해석하기 위해 중앙부처·공모 담당 공무원, 기초지자체 실무자, 민간 컨설턴트·심사위원 등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수행한 결과, 공모 과정에서 형식적 공정성과 평가 지표의 객관성 담론이 오히려 역량과 자원이 축적된 도시를 반복적으로 유리하게 만드는 작동 원리가 드러났다. 평가위원들은 사업의 혁신성과 실행가능성을 강조하지만, 실제 심사에서는 위험 회피와 문서 완성도, 중앙정부 지침에의 ‘정답 맞히기’ 능력이 핵심 기준으로 작동하여 행정역량이 취약한 소도시·농산어촌은 출발선에서부터 불리한 위치에 놓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모사업이 표면적으로는 쇠퇴지역을 지원하는 제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미 행정·기술·전문 인력이 집중된 도시를 선별하는 장치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의 학술적 기여는 다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개별 사업의 성과 평가에 머물러 있던 국내 도시재생 연구를 넘어, 국가 단위에서 공모사업의 선정 패턴과 구조적 편향을 계량적으로 추정함으로써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균형발전보다는 준비된 도시 중심의 승자독식 구조를 강화했음을 실증적으로 제시하였다. 둘째, 도시 쇠퇴를 단일 지표가 아닌 법정 쇠퇴와 선제적 쇠퇴라는 이중 구조로 구분하고, 어떤 유형의 쇠퇴가 실제 정책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는지를 분석함으로써, 향후 쇠퇴지표 설계와 평가체계 논의에 새로운 분석 틀을 제공하였다. 셋째, 계량 분석과 질적 인터뷰를 결합한 설명적 순차 혼합방법을 통해, 통계적 상관관계가 실제 공모 실무와 제도 운용 과정에서 어떤 경로와 절차를 거쳐 나타나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도시재생 정책 연구의 방법론적 폭을 확장하였다. 정책적으로는, 본 연구는 도시재생 뉴딜과 같은 경쟁형 공모사업이‘얼마나 많은 예산을 투입했는가’가 아니라‘누가 어떤 조건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구조인가’라는 관점에서 재설계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심각한 쇠퇴지역을 대상으로 한 별도 트랙 도입, 선제적 쇠퇴지표에 대한 가중치 부여, 소도시·취약 지자체에 대한 사전 컨설팅·행정역량 지원, 평가 결과에 대한 정기적인 형평성 영향평가 등이 필요함을 제안한다. 나아가 한국의 도시재생 뉴딜 사례는 미국·EU 등에서 제기되어 온 경쟁형 보조금의 승자독식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며, 도시재생을 균형발전을 위한 분배 정책이자 도시정의를 둘러싼 제도 설계의 문제로 재해석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논의는 향후 도시재생 공모제도 개선과 균형발전 정책 설계에 중요한 실천적·학술적 함의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