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지먼트 패션의 사회적 구성: 미국 컨설팅 회사의 TQM 시장 퇴거, 1992-2003

국문 초록 (Abstract)

한 경영프로그램이 패션처럼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과정은 기업들이 당면하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잇는 가장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한 믿음의 변화를 동반한다. 즉, TQM이 패션의 중심에 있을 때에는 TQM이라는 프로그램 자체뿐만 아니라 TQM이 지지하는 조직성과 개선의 원리에 대한 믿음이 널리 확산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원리는 TQM이라는 이름을 통해서 비즈니스 커뮤니티에 전달되기도 하지만, 이 커뮤니티에서 받아들여지는 다른 프로그램이나 이와 관련된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받아 수정되기도 한다. 이런 의미에서 매니지먼트 패션은 생애과정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사회적 구성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연구에서는 1992년부터 2003년 사이 미국에서 TQM을 제공했던 581개 경영 컨설팅 회사의 자료를 활용하여 컨설팅 회사가 TQM과 함께 제공했던 서비스 목록의 변화를 추적해 본다. 이 자료는 인사관리 중심의 TQM 컨설팅 회사가 빠르게 시장에서 빠져 나간 반면에 품질관리 중심의 TQM 컨설팅 회사의 퇴거율(exit rate)은 매우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몇 가지 가설들이 제시될 수 있다. (1) 조직정체성이 높은 TQM 컨설팅 회사일 수록 TQM 시장 퇴거율이 낮을 것이다: TQM과 밀접하게 관련된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운용하는 컨설팅 회사는 TQM 컨설팅 회사로서의 정체성이 높을 것이다. 이들은 조직의 적소를 보다 쉽게 찾을 뿐만 아니라, 그 역량을 비교적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 TQM이 붐에 있을 때 많은 컨설팅 회사들이 TQM 시장의 매력때문에 이 시장에 진입하지만, 일단 패션 품이 꺼지고 나면 TQM과 맞지 않는 정체성을 지닌 회사들은 빠르게 시장으로부터 빠져나갈 것이다. (2) 기술적 전문성이 높은 TQM 컨설팅 회사는 조직행동적 전문성이 높은 TQM 컨설팅 회사에 비해 TQM 시장 퇴거율이 낮을 것이다: TQM에 있어서 품질관리는 기술적 핵심(technical core)에 해당된다. 조직이론에 따르면 기술적 핵심은 조직의 목표달성, 조직성과 극대화에 핵심적인 부분이다. 반면에 인사관리는 이보다는 주변적인 위치에 있는 요소이다. 따라서 인사관리를 중심으로 하는 TQM 컨설팅 회사는 품질관리를 중심으로 하는 TQM 컨설팅 회사에 비해 조직정체성이 낮고, 그 시장 퇴거율이 더 높게 나타날 것이다. (3) 이러한 조직정체성의 효과는 경쟁프로그램과의 경쟁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조직정체성이 높은 TQM 컨설팅 회사는 그렇지 않은 회사에 비해 외부와의 경쟁에 강하게 저항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외부와의 경쟁에 의해 조직의 목표와 활동을 바꾸는 데 들어가는 매몰비용(sunk cost)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에 TQM 시장이 팽창할 때 단기적인 이윤을 목표로 시장에 뛰어든 조직들은 TQM 시장이 축소되고 경쟁 프로그램인 리엔지니어링 시장이 커지면 쉽게 '말을 갈아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가설들을 미국 TQM 컨설팅 회사의 시장퇴거에 적용해 단속 시간 사건사분석을 해 본 결과, 모두 경험적으로 지지되었다. TQM이 팬션 붐에 있을 때에는 조직의 역량이나 활동과 관계없이 많은 컨설팅 회사들이 시장의 매력 때문에 TQM 시장에 진입하지만, 일단 붐이 꺼지고 나면 그 서비스 활동이 TQM의 색심원리와 분리되어 있는 회사들이 그렇지 않은 회사에 비해 빠르게 시장에서 빠져 나갔다. 또한 TQM의 기술적 핵심요소인 품질관리를 제공하는 회사보다는 조직행동적인 요소인 인사관리를 제공하는 회사의 시장퇴거가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패턴은 TQM의 경쟁자인 리엔지니어링이 빠르게 확산되는 시기에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컨설팅 회사들이 정의하는 TQM은 규범적 측면이 점점 약화되는 대신에 기술적 전문성이 중요해지는 방향으로 진화되어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