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혁명과 식민지: 물라토 문제를 중심으로

국문 초록 (Abstract)

물라토는 18세기에 유색인(gens de couleur) 또는 혼혈인(sang-meles)으로 불렸다. 때로 자유를 얻은 흑인 역시 자유로운 유색인(gens libres de couleur)에 포함되었지만 유색인이란 물라토 곧 흑인과 백인 모두를 선조로 하는 사람들, 백인 남성과 흑인 여성 사이에서 난 사람들, 또는 이 후자의 다양한 인종적 결합에서 난 사람들이었다. 생도맹그의 물라토는 구체제시기에 이미 경제 영역에서 백인과 경쟁하고 있었다. 물라토 중 많은 수가 커피 플란테이션을 소유한 농장주였고, 흔히 플란테이션 경영자나 관리인이었다. 백인 농장주들은 물라토를 사회·정치적으로 열등한 상태에 묶어두고자 했으나 불가능했고 혁명이 시작되자 정치적 영역에서 우위를 만회하고자 했다.
물라토는 삼부회 준비 기간에 전정서 작성이나 대표 지명에 참여하는 것이 금지되었으나 흑인의 벗 협회의 지원을 받아 제헌의회 대표 파견권과 식민지에서의 정치적 권리를 얻기 위해 투쟁했다. 제헌의회는 1790년 두 차례의 법령 제정과 1791년 5월 15일 법령으로 물라토의 정치적 권리를 규정했으나 매우 모호한 표현으로 인해 물라토는 실질적 권리를 획득할 수 없었다. 제헌의회가 물라토의 정치적 평등을 인정한 것은 생도맹그에서 물라토와 노예의 반란이 확산되던 1792년 3월에 가서였다.
혁명기 물라토 문제의 전개 과정과 관련하여 Y. Benot는 물라토 문제는 사회적 문제이며 실제로 신체의 차이와 관련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사회경제적으로 급속히 성장하는 물라토의 정치적 권리를 억압하고자 했던 물라토의 반대자들은 흑인의 벗 협회의 점점 더 공고해지는 주장에 대항해야 할 필요에서 피부색에 근거한 인종주의적 논거를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은 프랑스 혁명이 무엇보다 사회경제적 대립에 기인한 것이고 사회경제적, 계급적 이익을 인종차별적 담론을 통해 은폐하고 보장하려는 시도가 인종주의 이데올로기를 공고히 했고 특히 다름 아닌 혁명기에, 노예제 폐지에 대한 명료한 찬반보다는 물라토의 권리를 둘러싼 문제에서 계급과 인종 문제의 결합이 더 복잡하고 미묘하게 이루어졌음을 암시한다.
지원자는 이러한 주장의 타당성을 예단하지 않으면서 물라토 문제를 통해 프랑스 혁명과 인종주의의 문제에 접근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물라토의 권리를 둘러싼 논의에 참여했던 이들의 담론과 구체제 시기 식민지에서의 물라토의 지위와 백인 농장주들과의 관계, 그리고 물라토와 흑인 노예의 관계 역시 검토해야 할 것이다.
식민지에서의 백인(상층백인, 하층백인)-물라토-흑인(해방된 흑인, 노예)의 구분과 갈등의 구도는 혁명기 식민지의 자치와 독립을 위한 요구, 물라토의 권리 요구, 노예해방의 요구로 이어지며 프랑스뿐 아니라 식민지에서도 혁명은 다양한 양상으로 전개되었다. 또한 이러한 갈등과 요구는 상호 복잡하게 얽혀 있어 혁명기 식민지 문제는 그 연관 관계를 고려하며 연구되어야 한다. 지원자는 일단 물라토 문제로부터 출발하고자 한다. 물라토 문제는 권리를 요구하는 물라토들, 물라토의 권리에 반대하는 식민지 농장주들과 혁명가들, 물라토를 지원하는 혁명가들의 주장이 풍부하게 남아 있는 반면, 노예제와 노예해방만큼 연구되어 있지 않다. 또한 지원자는 물라토 문제에 대한 연구로부터 장기적으로 노예제와 노예해방의 문제에 대한 연구로 진화해하고자 한다. 물라토들은 흑인 노예들과 더불어 백인 지배의 식민지 사회에 대항하고 대안적 사회를 건설할 주체였다. 따라서 이들에 대한 연구는 또한 식민지에서 해방되어 건설된 새로운 국가와 사회가 차별과 억압의 흔적을 극복하고 새로운 정체성과 문화를 형성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데에도 필수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