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에서는 식민지기 조선에서 태어나 자란 재조일본인 2세 단체 '방어진회'의 전후 기억 형성과 변천을 분석한다. 먼저 제 2장에서는, 식민 지배와 패전, 제국주의의 해체, 일본 귀환이라...
본 연구에서는 식민지기 조선에서 태어나 자란 재조일본인 2세 단체 '방어진회'의 전후 기억 형성과 변천을 분석한다. 먼저 제 2장에서는, 식민 지배와 패전, 제국주의의 해체, 일본 귀환이라는 거시적인 역사와 현재로 이어진 한일관계사를 고려하면서, 재조일본인 2세에게 한국은 어떻게 기억되고 표상되고 있는지를 고찰한다. 구체적인 사례로 전후 일본의 공적 기억에서 주목받지 못하고 주변화된 재조일본인 2세의 기억을 끌어내며 이들의 기억이 상호 충돌하고 타협하면서 구축되어 온 과정에 주목한다.
제 3장에서는 전후 일본이 식민지주의의 문제를 역사의 기억에서 집단으로 소거하거나 결여하며 평화주의로 위장, 국민 통합을 추구하는 과정을 다룬다. 일본 정부의 관점에서 식민지에 살던 재조일본인 2세는 전후 질서의 경계 밖에 있는 존재로 인식되었고, 이내 이들은 패전 후 일본의 국민 통합과 평화 담론에 빠르게 흡수되어야만 했다. 재조일본인 2세의 식민지 체험과 귀환 과정은 전쟁 희생자로서의 담론, 전쟁의 참혹함과 고난을 호소하는 하나의 귀환 서사로 재구성되며 전후 기억으로 형성되었다. 이러한 전후 기억은 선량한 일본 국민, 전쟁의 희생자라는 형태로 정당화되었으며 결국 재조일본인 2세의 다양한 경험은 망각되었다.
제 4장에서는 재조일본인 2세가 일본 현지의 정치·사회적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조선에서의 기억을 공유할 수 있는 방어진회를 만드는 과정을 다룬다. 방어진회에서는 재조일본인 2세의 개별적인 기억이 등장하는데, 이 기억은 전후 일본의 ‘기억 획일화’라는 거시적 흐름에 포섭될 수 없는 개별 주체들의 의미화 과정을 예시해 준다. 그것은 획일적인 담론을 비집고 나오는 당사자들의 목소리이자 다양한 작은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전후 일본의 획일화된 담론 안에서 재조일본인 2세가 가진 개별적이고 특수한 전후 기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식민자’ 로서의 위치에 대한 인식과 성찰이 보이는 경우이다. 이 경우에는 2세가 본인을 제국-식민지와 떨어질 수 없는 존재라고 인식하고 있다. 둘째, 재조일본인 2세로서 겪은 ‘고난’을 주된 기억의 장치로 삼는 경우이다. 이들은 전후를 묘사할 때 ‘단점은 있어도 장점은 없던 시대’로 선을 그으며 주로 부정적인 경험을 토로했다. 식민지에서 태어난 제국의 국민이었다는 사실에 내적 갈등을 느끼지만, 식민지 지배의 주체는 일본 정부이며 재조일본인 2세는 전쟁 희생자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셋째, 조선을 그리운 망향의 공간으로 기억하는 경우이다. 이들은 조선을 상기할 때 태어나 자란 곳에서 식민자로서 존재했다는 사실보다 아름다운 유년기의 기억을 선사해 준 공간으로 인식한다.
제 5장에서는 1990년대 이후 지자체를 중심으로 고향방문사업과 한일 교류활동이 시작되며 재조일본인 2세의 역사가 공식적으로 재생되는 모습을 다룬다. 일본 지역사 자료관에 조선에서 태어난 일본인의 역사 자료가 등재되면서 귀환 과정과 귀환 후의 이야기가 알려지기 시작한다. 여기서 지역사와 국제교류에서 상징되는 방어진회의 기억의 요체는 ‘망향의 정서’이며 지역사로 포섭된 방어진회의 기억은 앞서 살펴본 전후 일본의 공식 기억과 조응한다.
본 연구에서는 전후 일본에서 전형화된 공식 기억의 형성 배경에는 전후 일본을 부흥시키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국민상(像), 감정적 대립, 인식의 충돌이 존재해 왔다는 점을 다룬다. 이때 재조일본인 2세의 기억은 단지 개인적 기억의 총합이나 역사적 증거의 집합이 아니며 전후 일본 사회에서 배분되고 공유된 상징적 이미지에 의해 매개된다. 이 과정에서 재조일본인 2세의 기억은 다양한 주체가 개입하며 형성되며, 경합하는 담론을 통해 변화를 계속해 나간다.
주요어 : 재조일본인 2세(在朝日本人2世), 전후 일본, 기억, 고향, 식민지 조선
학 번 : 2018-256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