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 이미지 연구

국문 초록 (Abstract)

기형에 관한 기존의 연구는 주로 생물학, 의학의 분야에서 이루어져 왔다. 이런 관점에서의 접근 방식은 대체로 한정되어 있는 편이다. 자연과학적 관점의 연구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풍부하지만 기형이 지닌 문화사적 의미나 심미적 문제는 고려하지 않는다. 역사적, 계보학적 연구 또한 간간히 발표되고 있지만 이 경우 시각자료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의 연구는 ‘형태’의 문제보다 ‘관념’의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본 연구는 기형을 관념의 측면에서가 아니라 시각적인 측면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즉 본 연구는 기형을 ‘형상’의 문제로 정의하고, 이 기이한 형상이 미학적으로 어떤 위상을 갖는가를 밝혀보고자 한다.
기형에 관한 연구는 19세기에 ‘기형학(Teratology)'이 정립되기 이전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진행되어 왔다. 이미 아리스토텔레스는 ’트라우마 이론‘을 통해 선천성 기형의 원인에 대한 의견을 피력한 바 있으며, 고대 로마와 중세에도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특히 16세기는 ‘학문의 시대’라 불릴 만큼 ‘자연학’ 분야에서의 연구가 많았고, 프랑스의 외과의사였던 앙브르와즈 파레(Ambroise Paré)는 1573년에 발표한 기형 연구서에서 기형의 원인을 13가지로 분류하고 다양한 기형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파두아 대학의 철학교수였던 리체투스(Fortunius Licetus)도 1616년에 <데 몬스트리스(De Monstris)>에서 기형에 대한 이론을 풍부한 도판과 함께 정리하였다. 이 연구들이 지니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기형에 대한 당대의 관념은 과학적 토대가 빈약하고 신학적, 미신적 사고가 복합적으로 섞여 있다.
기형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19세기에 오면서 탄력을 받는다. 1832년 이지도르 조프롸 드 생-일레르(Isidore Jeoffroy de Saint-Hilaire)가 발표한 <인간과 동물에 나타난 비정상적 유기체의 역사>는 오늘날 기형학의 초석을 다진 연구서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위의 연구들은 기형에 대한 인문학적 연구와는 거리가 있으며, 정확한 사진자료가 뒷받침되지 않아 기형이 지닌 ‘형태적 비정상성’은 관념적으로밖에 이해될 수 없다.
기형에 대한 체계적인 사진기록은 1869년부터 프랑스 파리시립병원에서 처음으로 시도하였다. 임상의들이 주축이 되어 각종 기형인들의 외형을 병리학의 차원에서 꼼꼼히 관찰하고 글로 서술하면서 사진을 참고자료로 첨부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산된 사진은 인문학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의학적, 생물학적 관점에서 나온 것으로 기형의 외형적 특징을 정확히 보여주고 있다. 본 연구는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반에 집중적으로 생산된 기형사진을 연구대상으로 삼아 기형의 문화사적 의미를 추적함으로써 ‘미학적 기형학(Deformology)'을 위한 시험적 연구로 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