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석의 초기 희곡 연구

국문 초록 (Abstract)

차범석은 등단 이후 줄곧 리얼리즘의 경향을 띤 작품들을 발표하였
다. 작가의 리얼리즘에 대한 인식은 거의 신념화되어 있어 그의 많은
작품들에서 일관되게 리얼리즘의 정신을 고수하고자 하였다. 차범석
은『조선일보』현상공모에 가작으로 입선하기 이전부터 작품활동을
하였는데, 그의 처녀작은 해방직후에 혁명가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아동극「눈내리는 밤」이다. 이 작품은 똘스또이의 작품을 모방한 것
으로, 사회적인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일면을 보이고 있다. 이외
에도 지방지인『전우』와『갈매기』등에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였다.
따라서「밀주」(『조선일보』，1955. 1)는 그의 공식적인 처녀작이기는
하나, 이미 작가적 의식이 어느 정도 확립된 이후의 작품이라 하겠다.
본고에서 검토하고자 하는 차범석의 초기 작품들은 등단 이후‘제
작극회’에서 활동하던 시기까지 발표·공연된 작품들이다. 이를 차범
석의 극작세계의 초기에 해당한다고 보고 별도로 분석하는 이유는 이
시기의 작품들이 나름대로 일관된 경향을 보여주며, 단막극에서 장막
극으로 발전해가는 징후들이 뚜렷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또한 전후의
혼란기에 나타난 사회현상으로 인간성의 상실과 전통적 가치의 퇴락
에 대하여 천착하고 있으며, 제1희곡집『껍질이 째지는 아픔이 없이
는』(정신사， 1960)으로 출판된 점에 주목해 볼 때 차범석의 극작세계
를 부분적으로 완결짓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 시기에 차범석이 활동하였던 ‘제작극회’는 소극장 운동을 제창
한 동인제 극단으로, 박현숙, 김경옥, 임희재, 허규 등의 신진 연극인
들을 중심으로 결성되었다. 작가 스스로가 밝히고 있듯이 소극장 운
동이란 기성의 연극에 도전하는 실험정신을 기본으로 하며, 상업주의
연극을 배격하고 예술성을 확립하기 위한 노력을 근본정신으로 삼는다.
‘제작극회’에서는 신극적인 낡은 감각을 배척하고 현대적 감각을 실
현하며, 생활적인 리얼리티와 주지주의적 비판정신을 고취할 것과 행
동적 휴머니즘으로 사회에 참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정신
은 차범석의 희곡에도 반영되어 나타난다. 본고에서 검토하고자 하는
작품들은 작가가 나름대로 기성극작가들과는 경향을 달리하고자 하는
의도가 뚜렷이 드러나며 「불모지」와「공상도시」，「껍질이 째지는 아
픔이 없이는」등은 ‘제작극회’에서 상연된 바 있다.
본고에서는 차범석의 초기 작품들을 중심으로 리얼리즘에 대한 작
가의식과 표현형식을 고찰하고자 한다. 논의의 대상이 되는 작품들이
거의 단막극으로 대부분의 극작가의 초기작에서 나타나는 미숙함이
노정되어 있다. 그러나 우리의 희곡사에서 리얼리즘의 본령을 고수하
고 그 전통을 계승한 극작가의 초기 작품세계를 규명함으로써 그의
극작세계 중 한 단계를 체계척으로 검토하고, 이를 통하여 1950년대
의 리얼리즘 희곡의 특징과 그 성과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
가 있을 것이다.

목차 (Table of Contents)

• 1 .머리말 1
• 2. 시대상의 변화와 윤리의 문제 3
• 3. 멜로드라마의 세계 6
• 4. 세대의식과 실험정신 9
• 5. 맺음말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