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스웨덴의 통합형 후기중등교육체제 형성 과정의 특징과 조건을 분석한다. 뿌리 깊은 복선제의 전통에도 불구하고 통합형 체제로의 제도변화를 사회적 합의 속에서 이루어낸 스웨...
본 연구는 스웨덴의 통합형 후기중등교육체제 형성 과정의 특징과 조건을 분석한다. 뿌리 깊은 복선제의 전통에도 불구하고 통합형 체제로의 제도변화를 사회적 합의 속에서 이루어낸 스웨덴의 역사적 경험에 대한 분석을 통해 중등교육 팽창의 압력이 한 사회의 다층적 맥락 속에 특정의 경로를 구성하도록 작용하는 조건들을 해명하고 이를 통해 한국 교육개혁에서 제기되는 현재적 쟁점인 고등학교교육 문제에 대한 이론적, 현실적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하였다.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스웨덴의 후기중등교육 개혁에서 나타나는 특징은 무엇인가? 둘째, 왜 통합이 개혁의 중심문제가 되었는가? 셋째, 통합형 체제의 형성을 가능하게 한 조건은 무엇인가? 넷째, 스웨덴의 사례가 후기중등교육체제에 대한 논의에 시사하는 점은 무엇인가? 본 연구는 제도변화를 구조와 행위가 제도를 매개로 하여 상호작용하
는 시간 속의 과정으로 바라보는 역사사회학과 역사적 제도주의의 틀로
스웨덴의 통합형 체제 형성과정의 경제적, 이념적, 정치적, 제도적 맥락을 검토하였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스웨덴 중등교육 개혁의 특징은 직업교육 중심성이다. 두 차례에 걸친 개혁은 모두 직업교육 문제로 촉발되었으며 그 방향성 또한 일관되게 학문-직업교육의 연계와 공통성 확대를 통한 직업교육의 강화 및 위상 제고를 추진하였다.
둘째, 학문-직업교육 간의 동등화를 그 내용으로 하는 통합이 개혁의 중심 문제가 된 것은 산업의 요구에 의한 직업교육 개편의 필요성이 계급타협체제로서의 조합주의 국가라는 정치체제의 특성과 결합되었기 때문이다. 스웨덴 경제의 특성과 노동계급의 정치적 우위에 기인하는 직업교육 문제의 중시, 계급 노조주의에 기반한 스웨덴 노동 진영의 직업교육동등화 전략, 학문교육의 전통적 우위 약화, 직업교육 문제의 해결 방향에 대한 계급타협이라는 조건들의 결합을 통해 통합은 개혁의 중심 의제가 되었다.
셋째, 정치적 지지를 극대화시키는 개혁의 내용과 선행 개혁에 의해 구조화된 제도적 조건은 후기중등교육의 개편이 통합형 체제로 귀결되도록한 조건이었다. 교육기회의 양적 확대와 질적 동등화를 병행한 개혁의 내용은 제 계급의 요구를 모두 포괄하면서 개혁에 대한 기대이익을 최대화하여 변화된 권력분포에서도 정치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게 하였다. 직업교육의 학교교육화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은 분리를 제약하고 통합으로 유인하는 조건으로 작용하였고 종합학교 개혁과 고등교육 개혁과 같은 연계된 교육개혁의 결과로 확보된 제도적 동형성은 개혁이 초래할 변화의 폭과 깊이를 단순화함으로써 제도변화를 용이하게 하였다.
넷째, 스웨덴 사례에 대한 역사적 제도주의 분석은 역사적 분석에 따라 시간성이 개입될 때 교육체제에 대한 정밀한 이해가 가능해진다는 점, 후기중등교육체제의 형성과정과 그 결과로서의 체제의 성격은 정치와 경제의 동학을 매개하고 규율하는 제도에 의해 규정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따라서 한국 고등학교교육에 대한 논의 역시 민주주의와 노동시장이라는, 정치와 경제의 양 측면 모두에 대한 천착과 함께 이들의 동학을 매개하고 규율하는 교육체제 내?외부의 제도에 대한 검토를 기반으로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다섯째, 스웨덴의 교육개혁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었던 것은 이념적 공통성과 정치적 대표성, 제도적 동형성이 확보되었기 때문이다. 공공성과 통합의 우선성이라는 교육에서의 공통의 준거틀의 존재, 사회적 대표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의사결정 및 정책형성구조, 이해분포를 단순화하고 공통이해의 창출 가능성을 높인 제도적 동형성의 확보는 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가능하게 한 조건들이다. 이러한 스웨덴의 조건은 우연성과 특수성에 힘입은 역사적 경험으로부터 창출된 것인 동시에 지속적인 제도 개혁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점에서 스웨덴의 사례는 제도의 변화를 추구하는 의도적 행위는 역사적으로 형성된 구조적 조건들에 제약받지만 그러한 조건 자체가 의도적 행위의 산물이라는 점, 그리고 의도적 행위의 누적이 결국 구조의 결합을 이완·변형시킴으로써 새로운 구조를 창출하기도 한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