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휘 교육은 비단 국어과에서뿐만 아니라 범교과적으로 대단히 큰 비중을 지니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어휘 교육에 대한 인식이 대단히 부족한 상황이며, 제대로 된...
어휘 교육은 비단 국어과에서뿐만 아니라 범교과적으로 대단히 큰 비중을 지니고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어휘 교육에 대한 인식이 대단히 부족한 상황이며, 제대로 된 어휘 교육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어휘 교육은 교사가 일방적으로 어렵거나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어휘의 사전적 정의를 언급하고 넘어가는 수준에 불과한 것이며, 이러한 교사 주도의 수업 방식은 어휘력 신장 문제뿐만 아니라 어휘 학습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지 못하다. 어휘 교육의 취지가 ‘단어의 의미’자체를 익히는 것보다는 ‘모르는 단어가 나타났을 때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고 볼 때, 이와 같은 고전적인 어휘 지도 방식은 커다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기존에 이미 어휘력 신장을 위한 많은 선행 연구들이 있었으나, 이러한 연구들은 대부분 어휘력 문제를 독서 지도의 하위 항목으로 전제하고 있어 깊이있는 연구 결과를 얻기는 어려웠다. 또한, 어휘력 신장 부분에만 초점을 맞춘 연구들도 다양한 방법론의 모색에만 급급한 나머지 한가지 방법론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이를 실험을 통하여 검증하는 데에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 연구에서는 선행 연구들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특히 상황 맥락을 활용한 어휘력 신장 방안에 대하여 연구하고자 하였다. 이는 기존에 연구되었던 문맥을 통하여 단어의 의미를 유추하는 방법을 보다 확대 · 심화시킨 방안이라 할 수 있으며,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바탕으로 학습자 스스로 텍스트 내의 정보를 수집하는 과정이 낯선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추론하고 활용하는 능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으리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 즉, 상황 맥락을 활용하여 학습자가 어휘의 의미를 추론하는 과정이 어휘의 기본적 의미 파악 및 어휘 의미의 심화와 활용에까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실험 연구를 통하여 증명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었다.
본 연구를 위하여 서울 응암동에 위치한 J학원 수강생 중,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상황 맥락을 활용한 어휘 수업을 진행하고, 실험학급과 통제학급의 사전 · 사후 검사지, 사전 · 사후 설문지의 비교 · 분석을 통하여 이러한 수업이 어휘력 신장에 미치는 효과를 검증하였다.
이러한 실험 연구의 통하여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첫째, 상황 맥락을 통한 어휘력 신장 방안은 기존의 교사 중심 수업 방식에 비해 학습자들의 흥미와 참여도를 유발하는 데에 효과적이었다. 실험 전후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서 지도를 통한 어휘 수업을 진행하였던 실험집단의 학생들은 어휘학습에 자신감을 보였으며, 수업 시간 내에도 평소의 수업에 비해 훨씬 능동적인 자세로 수업에 임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이는 어휘 학습에 대한 학습자들의 태도면에서 이러한 수업 방식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시사한다.
둘째, 실험집단과 통제집단의 학습자들은 낯선 단어의 기본적인 의미를 파악하는 부분에서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어휘의 1차적 의미만을 습득하는 데에는 교사 주도의 일방적인 의미 전달 방식과 학습자의 능동적인 활동을 강조한 독서 지도를 통한 어휘 지도 방안 사이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셋째, 단어의 기본 의미를 파악하는 데에서 더 나아가 의미를 심화시키고 이를 활용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실험집단의 학습자들이 통제집단의 학습자들보다 훨씬 우세하였다. 실험집단의 학습자들은 텍스트 내의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낯선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는 단서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단어의 의미를 보다 심도있게 이해하게 되며, 이는 낯선 단어를 체화시켜 활용하는 단계로까지 이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이 연구는 하나의 텍스트를 선정하여, 3주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진행된 것이므로, 지적될만한 제한점을 많이 안고 있다. 연구 대상이 단 20명뿐이었으며, 연구 대상자의 범위도 중학교 2학년 학생들로 제한되어 있어, 더 넓은 범위의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본 연구의 성과가 재검토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이 연구에서 선택한 텍스트는 문학 작품이었으나, 그 외의 설명문이나 논설문 등에서 학습자들이 얼마나 상황 맥락을 적절히 활용하여 낯선 단어의 의미를 유추해낼 수 있겠는가 하는 점도 과제로 남는다. 이러한 본 연구의 제한점이 충족된 후속 연구 결과가 나온다면, 상황 맥락을 통한 어휘력 신장 방안의 유효성이 더욱 철저히 검증될 수 있으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