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통일교육정책은 분단이 이루어진 순간부터 이루어져왔다. 통일교육정책은 북에 대한 적대심과 안보에 중점을 두고 이루어지는 경로의존적 경향이 있었다. 경로의존은 1987년 민...
우리나라의 통일교육정책은 분단이 이루어진 순간부터 이루어져왔다. 통일교육정책은 북에 대한 적대심과 안보에 중점을 두고 이루어지는 경로의존적 경향이 있었다. 경로의존은 1987년 민주화 이전 권위주의 정권과 이후 보수 정권에 의해 계속되었고 이들 정권은 모두 안보를 최우선 가치로 두고 북한을 적으로 간주하는 통일정책 및 통일교육정책을 통해 체제의 안정을 꾀하였다. 보수 정권의 안보 중심의 통일교육정책은 힘에 의한 우위, 봉쇄・압박 정책으로 인해 남북관계의 경색을 가져왔고 오히려 안보에 위협이 가해지는 상황이 생겨났으며 북한의 체제변화를 이끌어내지도 못하였다. 반대로 진보 정권은 북한에 대한 교류・협력을 통일 및 통일교육정책의 원칙으로 삼고 북한 체제의 변화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모색하였다. 그러나 이 또한 순진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양 진영 정권에 대한 비판과 갈등은 남남갈등을 일으켜 우리사회가 양 진영으로 갈라져 소모적인 논쟁을 하는 데에 일조하였다. 이에 따라 양측의 장단점을 따져 보완을 한 현실적으로 의미 있는 대북・통일정책 그리고 이를 반영한 통일교육정책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통일교육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한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통일교육정책의 변천과정을 역사적 제도주의의 경로변화 이론을 중점으로 분석하고자 하였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본 연구에서는 제 2장에서 관련 선행연구를 검토하여 통일교육정책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였다. 통일교육정책이란 “통일이라는 바람직한 사회 상태를 이룩하려기 위해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신념과 민족공동체 의식 및 건전한 안보관을 바탕으로 남북한 간 평화공존을 하는 데에 필요한 가치관과 태도 함양하는 데에 기여하는 교육을 행한다는 정책목표와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수단에 대하여 권위 있는 정부기관이 공식적으로 결정한 기본방침”이다. 이러한 통일교육정책의 개념 하에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펴낸 통일백서, 통일관련 지침 문서, 통일교육지원법, 통일교육기본계획 등을 통해 각 정부의 통일교육정책의 모습을 밝혀낼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이들 자료들을 중점으로 통일교육정책의 변천과정을 이승만, 장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정부별로 살펴보았다. 이와 함께 통일교육정책의 시기 구분하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서 통일교육정책의 시기 구분에 관한 다양한 학자들의 연구를 검토하였다.
이를 토대로 각 정부별 통일교육정책을 맥락적 기준을 가지고 시기구분을 하였다. 공통적인 특성이 나타난 통일교육정책끼리를 묶어 한 시기로 묶어 명칭을 붙인 것이다. 그리하여 이승만, 장면, 박정희, 전두환 정부까지의 통일교육을 ‘반공교육기’, 노태우, 김영삼 정부시기의 통일교육을 ‘안보교육기’,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기의 통일교육을 ‘통일교육기’,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통일교육을 ‘통일・안보교육기’로 시기 구분하고 그 특징을 살려 명칭을 붙였다. [반공교육기(19481987) → 안보교육기(19881997) → 통일교육기(19982007) → 통일・안보교육기(20082016) → 평화・통일교육기(2017현재)] 총 5시기로 통일교육정책의 변천과정을 시기 구분하였다. 역사적 제도주의에서 말하는 제도의 변화요인을 구조적 수준, 제도적 수준, 행위자 수준으로 나누어 보다 체계적으로 살피고 이를 기준으로 시기 구분을 하지는 못하였고 국제환경, 남북관계, 국내환경, 통일정책 등을 맥락적으로 살펴 통일교육정책에 변화가 나타나는 시점을 찾아 시기 구분하였다.
이어서 통일교육정책의 변천과정의 경로변화 양상을 분석하기 위한 논의로 본 연구에서는 역사적 제도주의, 특히 경로변화 이론을 중심으로 관련 문헌을 검토하였다. 이를 통해 우선 역사적 신제도주의가 무엇인지 개관하고 역사적 신제도주의가 등장하게 된 배경과 역사적 신제도주의에서 의미하는 제도의 정의, 역사적 신제도주의의 주요 특징을 제시하였다. 다음으로는 역사적 신제도주의가 설정한 경로변화에 대한 이론들, 경로창조, 경로의존, 경로진화의 개념 및 하위 유형을 분류하였다. 종래에 역사적 제도주의자들은 외부적 충격에 의한 ‘중대한 전환점의 우발성’으로 급격하고 단절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경로창조의 개념과, 이렇게 발생한 변화가 이후 점진적으로 지속되는 모습을 상정하는 경로의존의 개념에 주목하여 제도의 경로변화를 설명해왔다. 그런데 변화가 반드시 급격하고 단절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점진적인 변화가 쌓여 혁신적인 결과가 생겨날 수 있다는 누더기식 변화의 가능성을 상정한 경로진화 유형에 대한 관심이 생겨나게 되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통일교육정책의 변천과정상 경로변화에 있어 경로창조, 경로의존, 경로진화의 가능성을 모두 열어두고 통일교육정책의 경로변화 특성을 밝히고자 하였다.
경로진화의 유형을 구분하는 기준은 경로(제도)운영자의 재량 수준과 제도변화에 대한 정책 거부권자들의 거부 가능성을 양 축으로 하여 가겹(Layering), 표류(drift), 전환(conversation), 대체(수정, 전치)(displacement, revision)로 구분될 수 있다. 이러한 기준은 Hacker(2004)와 Mahoney & Thelen(2010)에 공통으로 활용되었다. 다만 이들은 경로진화 유형을 구분하는 기준의 해석에 있어서는 상이한 내용을 제시하였다. 그러나 각 유형에 대한 정의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합의를 이루었다.
가겹은 기존 제도가 대부분 그대로 유지되는 가운데 새로운 제도나 규칙, 구조들이 일부 추가되어 시간이 지남에 따라 기존 제도의 모습에 근본적인 변화가 초대됨을 말한다. 표류는 외부 환경이 변했음에도 기존 제도가 그대로 있어 제도나 정책이 애초에 의도했던 방식으로 운영되지 않거나, 의도했던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을 뜻한다. 전환은 기존 제도가 외형적으로 그대로 있지만 새로운 방식으로 해석되거나 법규화 되거나 새로운 목적이나 방향으로 활용되는 등 그 기능이 새롭게 바뀌는 경우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대체(수정, 전치)는 기존 제도가 새로운 제도로 공식적으로 개혁, 대체, 제거되는 경우를 뜻한다.
이러한 경로창조, 경로의존, 경로진화 유형의 개념을 토대로 통일교육정책의 변천과정을 분석하기에 앞서 3장에서는 분석대상의 정의를 분명히 하고, 통일교육정책의 변천과정을 분석하기 위한 경로변화의 분석틀을 제시하고 분석방법을 설명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우리나라 통일교육정책이 북한에 대한 적대감과 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기존의 경로에서 남북 대화와 교류・협력을 위한 노력, 그리고 평화와 통일에 대한 지향과 사회적 합의가 반영된 체계적이고 영속적이며 지속적인 통일교육에의 지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전제하였다.
이러한 전제하에 제 4장에서는 통일교육정책의 경로변화의 양상을 경로창조적 측면, 경로의존적 측면, 경로진화적 측면으로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 우리나라의 통일 및 통일교육정책에의 경로 발생은 분단과 6・25전쟁 시점부터 발생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최초의 경로는 반북한 성향의 반공 논리로부터 창조되었고 강화되었다. 이러한 기존 경로로부터 변화가 일어나는 중대한 전환점은 박정희 정부의 「7・4남북공동성명」으로서 평화와 남북대화라는 통일에의 새로운 경로창조적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보았다. 그러나 통일의 원칙으로 내세운 평화는 정권 유지 차원의 구호에 그쳤을 뿐 통일교육에까지 평화적 내용이 스며들지는 못했다고 판단하여 경로의존적 측면으로 분류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경로는 전두환 정부시기까지 이어졌다고 보았다.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돌파구가 보이지 않을 때 새로운 경로를 제시한 김대중 정부의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대표되는 통일정책 및 통일교육정책에서도 경로창조적 성격을 엿볼 수 있다고 보았다.
경로의존적 측면은 김대중 진보 정권의 뒤를 이은 진보 정권이 노무현 정부, 이명박 보수 정권의 뒤를 이은 박근혜 정부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노무현 정부나 박근헤 정부 모두 전 정권의 통일교육정책을 계승하면서도 보다 발전시킬 기회를 찾고자 하였지만 격화되어 가는 남남갈등의 국내적 상황과 해결되지 않는 북핵문제 등에 가로막혀 경로의존에만 머물게 된 것이다.
경로진화는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정부시기에 경로진화가 일어났다고 보았고, 각각 ‘수정(전치, 대체)’, ‘표류’, ‘수정(전치, 대체)’로 판단하였다. 문재인 정부에 대해서는 아직 진행 중이라 단정적인 판단은 보류하였다.
한편, 형식적・제도적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통일교육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경로는 경로진화적으로 점진적으로 변화되어 왔다고 보았다. 국토통일원 수립부터 통일교육지원법 제정, 통일교육지침서 배포 등의 일련의 경로진화적 시도들을 ‘가겹’으로 분류하고 판단하였다.
마지막으로 통일교육정책의 변천과정에서 나타난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통일교육정책은 가치・이념적 내용을 담은 통일교육을 다루는 정책으로서 국내외 환경, 남북관계, 통일정책 등 제도적 맥락이 변화하여도 기존 경로가 유지되는 경로의존성이 더욱 강하게 나타났음을 들 수 있다. 둘째, 통일교육정책의 변화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제도적 맥락은 국내적 요인 중에서도 정권 교체였다는 점이 드러났다. 셋째, 남남갈등은 통일교육정책의 경로변화에 영향을 끼치는 새로운 제도적 맥락의 주요한 요인이 되었다. 넷째, 통일교육정책은 장기간의 관점에서 보면 평화・통일의 방향으로의 일정한 방향성을 띠고 변화되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