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현 담론 분석을 바탕으로 한 작품 연구 = A Study on Artworks through the Analysis of Representation Discourses

국문 초록 (Abstract)

일반적으로 재현이란 ‘원본’에 대한 ‘복제본’을 가리킨다. 그렇기에 재현은 의미상 원본과 복제본의 관계를 전제한다. 한편 재현주의는 재현에 관한 담론으로서 양자 사이의 권력관계를 실현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재현은 크게 존재론적 재현’, ‘인식론적 재현’ 그리고 ‘조형예술의 재현’, 이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존재론적 관점에서 재현은 무엇에 대한 ‘다시(re)’,‘나타남(presentation)’을 뜻한다. 이 관점에서 원본과 복제본은 존재론적 차이와 위계를 갖는다. 대표적인 예는 플라톤의 모방론으로 그의 존재론은 모든 존재를 본질과 현상으로 양분한다. 현상은 본질에 대한 모방이며, 본질에 비해 낮은 존재론적 위치에 배치되기 때문에, 플라톤의 관점에서 재현은 본질과 현상의 비대칭적 관계 위에 설명된다. 예술모방론으로 잘 알려진 그의 미학은 예술을 ‘모방의 모방’으로 보는 폄하를 바탕으로 한다.
둘째, 재현은 인식론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인식론은 서양 근대성을 설명하는 매우 중요한 이론적 틀이며, 그 틀을 확립한 인물 중 하나가 르네 데카르트이다. 데카르트는 의식을 우위에 놓는 근대적 주체와 그의 자기 동일성을 설명하기 위해 앎과 재현의 문제를 해명하고자 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는 사유를 본성으로 하는 실체로서의 ‘나(주체)’가 실제로 참인 존재라는 선언이다. ‘나’를 자기 증명하는 과정에서 데카르트는 일종의 내적인 표상 작용에 의존한다. 내적 표상은 마음의 재현, 즉 정신적 재현을 의미한다. 그래서 데카르트에게 시각은 이성의 눈이며, 이 때문에 그의 재현 이론은 시각성을 지식과 문화 권력으로서 정당화한다.
셋째, 조형예술 역사에서 재현은 인간의 현실과 인식을 반영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인간이 무언가를 설명하는 일은 자연의 조화를 재현하는 것이었고, 그중에서도 신은 가장 이상적인 존재로 그려졌다. 당시의 조형예술적 재현은 자연의 조화로운 자연의 질서를 모방하는 것이었고 그중에서도 신은 가장 이상적인 존재로 재현되었다. 중세에 들어서는 초월적인 유일신의 말씀을 예술적 상징들로 재현했으며, 르네상스 시대에는 그리스-로마 전통이 부활하면서 다시 조화로운 자연의 질서를 재현하게 된다. 그리고 조화로운 자연을 재현할 때 원근법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각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라 힘들의 작용 내지는 권력의 작동이다. 르네상스에서 이성 중심주의적인 근대성을 구축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 원근법은 자본주의와도 부합하는 시각 양식이다. 원근법이 의존하는 수학과 기하학을 기반으로 조형예술을 이윤 창출의 수단으로 삼는 지배계급의 자본축적 공식이 성립한다. 자본주의는 근대성의 시각 장치인 원근법과 다양한 광학 미디어를 가지고 재현을 실현한다. 동시에 이러한 장치들은 시각의 자동화를 촉진하고 ‘생산하는 자율적 주체’ 대신 ‘기계적으로 순응한 인간 주체’를 재생산한다. 시각의 자동화는 인간적인 이성의 눈을 토대로 대상을 재현하는 일이 순진한 태도라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대도시의 확산과 대중 사회의 구축 과정에서 시각의 자동화는 대중과 재현을 연결하는 새로운 방식의 재현 예술을 등장시킨다.
자동화된 재현은 초현실주의의 오토마티즘에서 나타난다. 초현실주의자들은 오토마티즘이 무의식의 표현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들이 사용한 ‘회화’의 정지된 표면이 모순을 만들고 만다. 본고는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핼 포스터의 논의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바탕으로 언캐니(Uncanny) 개념을 활용한다. 포스터는 언캐니의 개념 중 ‘이중과 닮음’을 통해 초현실주의적 재현의 난점을 해결하고자 한다. 그는 초현실주의가 오토마티즘을 통해 재현주의적인 충동을 강박적으로 반복 실험하고 있으며, 초현실주의 자체에 오토마티즘적 재현과 산업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담겨 있다고 본다.
재현주의는 욕망, 자본, 권력의 표현이다. 세계를 대상으로 규정하는 과정은 재현 과정이며 이것은 인간을 주체로 구성하는 과정과 동일하다. 주체의 생성 과정은 주체가 어떻게 타자를 포획하려 하는지, 혹은 배재하려는 것인지를 구조적으로 보여준다. 주체는 시각장에서 이미지를 오인하며 주체성은 시각적인 것들과 얽힌 불완전한 존재이다. 불완전한 주체가 남겨놓은 대상a를 시각장에 출현시키는 ‘응시’라는 개념은 재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 포스터는 ‘실재의 귀환’에서 라캉의 정신분석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여, 응시와 실재가 작용하는 과정을 토대로 재현 작용을 ‘외상적 리얼리즘’, ‘외상적 환영주의’, ‘아브젝션 책략’ 등으로 설명한다.
이상의 논의는 재현과 재현주의를 설명하는 주요 세 가지 개념을 도출한다. 재현을 구현하는 시각 권력으로서의 시각성, 재현주의가 은폐한 무의식의 작동으로서 언캐니, 그리고 무의식의 체계에서의 균열을 뜻하는 응시가 그것이다. 이와 같은 개념들을 토대로 연구 작품이 실험한 재현의 특징들을 분석한다.
본 연구를 통해 연구 작품에서 권력 장치로서의 시각성, 무의식적 욕망의 작동과 언캐니의 논리, 나아가 상징 질서로부터 이탈한 실재의 흔적과 응시가 나타남을 확인할 수 있다. 재현은 담론적인 방식으로 작동하는 표현 양식이다. 분산적인 시각성의 표현, 언캐니와 응시의 논리를 구현하기 위한 표현 방법의 탐색이 연구 작품을 단순한 재현이 아닌 재현주의 비판으로 나아가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국어 초록 (Multilingual Abstract)

In general, a representation means a ‘copy’ of an ‘original’. Therefore, representation semantically presupposes a relationship between the original and its replica. Representationalism, on the other hand, is a discourse about representation, which is used as a device to realize the power relationship between two. Representation can be broadly categorized into three types: Ontological Representation, Epistemological Representation and Representation in Plastic Arts. From an Ontological perspective, Representation refers to ‘re’ ‘presentation’ of something. From this point of view, the original and the reproduction have an ontological difference and hierarchy. A classic example is Plato's Theory of Imitation, whose ontology divides all beings into essences and phenomena. Since phenomena are imitations of essences, and are placed in a lower ontological position relative to essences, representation is explained on top of the asymmetrical relationship between essences and phenomena in Plato's view. His aesthetics, known as the Artistic Imitation Theory, is based on this disparagement of art as Imitation of Imitation.
Second, representation is deeply connected to epistemology. Epistemology is a very important theoretical framework that explains Western modernity, and one of its founders was René Descartes. Descartes sought to unravel the problem of knowing and representation in order to explain the modern subject's self-identification with consciousness. “I think, therefore I am” (Cogito, ergo sum.) is a declaration that the ‘I’ as a being whose nature is thinking is indeed true. In self-attesting the I, Descartes relies on a kind of internal representation. An internal representation is a representation of the mind, a mental representation. For Descartes, sight is the eye of reason, and his theory of representation thus legitimizes visuality as a knowledge and cultural power.
Third, in the history of plastic arts, representation reflects human reality and perception. In ancient Greece, the way humans explained things was to reproduce the harmony of nature, and the gods were depicted as the most idealized beings. At that time, plastic arts representations were meant to mimic the harmonious natural order of nature, and the gods were represented as the most idealized beings. In the Middle Ages, the word of the transcendent One God was reproduced through artistic symbols, and in the Renaissance, the Greek-Roman tradition was revived to reproduce the harmonious order of nature again. And perspective plays an important role in recreating the harmonious order of nature.
Seeing is not just seeing, it is the operation of forces, the operation of power. Perspective, which played a key role in the Renaissance's construction of rationalistic modernity, is a visual mode that is also compatible with capitalism. The math and geometry that perspective relies on establishes a formula for capital accumulation for the ruling class, which uses the visual arts as a means to generate profits. Capitalism makes representation with the visual devices of modernity: perspective and various optical media. At the same time, these devices promote the automatization of vision and reproduce the ‘mechanized human subject’ instead of the ‘autonomous subject who produces’. The automation of vision reveals the naivety in representing objects based on the human eye of reason. In the process of the spread of metropolitanization and the construction of mass society, the automation of the visual gives rise to a new form of representational art that connects the public with representation.
Automated representation is manifested in Surrealism's automatism. The Surrealists claimed that automatism was an expression of the unconscious, but the static surface of their ‘paintings’ makes a contradiction. In order to resolve the contradiction, this paper draws on Hal Foster's discussion and Freudian psychoanalysis to utilize the concept of the Uncanny. Foster uses the Uncanny's concept of ‘double and resemblance’ to resolve the difficulties of surrealist representation. He argues that Surrealism obsessively and repeatedly experiments with the representational impulse through automatism, and that Surrealism itself contains a critique of automatic representation and industrial capitalism.
Representationalism is an expression of desire, capital, and power. The process of defining the world as an object is a process of reproduction, which is the same as the process of constructing human beings as subjects. The process of creating the subject shows how the subject is structured to capture or exclude the other. The subject mistakes the image in the visual field, and subjectivity is an incomplete being entangled with visual things. The notion of ‘gazing’, which is the appearance in the visual field of an Objet a left behind by an incomplete subject, is an important clue to solving the problem of representation. In The Return of the Real, Foster critically engages with Lacan's psychoanalysis and explains representation as ‘Traumatic Realism’, ‘Traumatic Illusionism’ and ‘The Artifice of Abjection’ based on the processes of gaze and the Real.
The above discussion leads to three main concepts that explain representation and representationalism. These are visuality as the visual power that enables representation, uncanny as the operation of the unconscious that is concealed by representationalism, and gaze as a crack in the system of the unconscious. Based on these concepts, the characteristics of the representation explored in the research artworks are analyzed.

목차 (Table of Contents)

• Ⅰ. 서론 = 1
• Ⅱ. 재현주의의 ‘스냅 샷’ = 9
• 1. ‘재현’에 관한 개념적 개괄 = 9
• 2. 조형예술 역사에서 재현의 기능 = 27
• Ⅲ. 재현주의와 시각성 = 45
• 1. 모더니티의 시각 체제와 재현 = 45
• 2. 시각의 자동성 = 65
• Ⅳ. 재현주의와 언캐니 = 80
• 1. 초현실주의에서 재현 = 80
• 2. 무의식의 자동성과 언캐니의 논리 = 97
• Ⅴ. 재현주의와 응시 = 111
• 1. 라캉의 ‘응시’ 이론에서 재현 = 111
• 2. 귀환하는 실재 = 126
• Ⅵ. 작품 분석 = 140
• 1. 재현하는 시선과 < 공존(Coexistence) > 연작 = 140
• 2. 언캐니와 < 휴식 시간(Coffee Break) > 연작 = 155
• 3. 응시와 < 스틸(Still) > 연작 = 165
• Ⅶ. 결론 = 184
• Ⅷ. 참고문헌 = 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