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던져지고 휩쓸린-사카구치 안고와 손창섭의 문학과 전쟁 = Thrown Out and Swept Away-War and Literature of Sakaguchi Ango and Son Chang-sop

국문 초록 (Abstract)

이 논문은 일본과 한국의 서로 다른 ‘전후’를 대표하는 작가 사카구치 안고와 손창 섭의 문학을 그들의 서로 다른 전쟁 경험에 비추어 비교.대조한다. 이를 통해 두 ‘전 후’ 작가에게 나타나는 허무주의적 경향이 그들의 개성의 차이뿐만 아니라 그들이 경험한 전쟁의 성격을 반영하고 있음을 확인하고자 했다.
식민지/제국 일본의 본토에서 패전을 맞이한 사카구치 안고의 전쟁 경험은 공중 폭격으로 상징된다. 그는 도쿄를 불바다로 만든 미군의 압도적 공격을 ‘신적 폭력’처 럼 받아들이며 전쟁을 ‘재난화’한다. 이렇게 재난화된 전쟁은 기존의 신화와 도덕으 로부터 ‘타락’할 수 있는 계기로 추상화된다. 나아가 그는 재난 속에 ‘내던져진’ 자신 을 ‘내던지는’ 주체로 전도시키고, 패배의 현실을 결단의 순간으로 대체하며 패전의의미를 망각하게 만든다. 이같은 안고의 태도를 미학적 허무주의라고 칭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손창섭의 인물들은, 만주사변 이래 식민지/제국의 전쟁과 동원에 ‘휩쓸 리다’ 해방되자마자 내전을 겪으며 터전을 잃고 떠밀려 온 (포스트) 피식민자 인민들 의 삶의 양태와 만난다. 자기 모멸과 자포자기적 무기력에 휩싸인, 불능의 허무주의 라고 칭할 수 있는 손창섭의 태도는 지금–여기의 세계와 어떤 긍정적인 상호작용도 기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저 모멸과 절망을 ‘견디는’ 행위는 내부에 지금–여기가 아닌 다른 시간–공간의 존재를 간직한다. 손창섭의 불능의 허무주의는 역설적으로 전쟁의 ‘불능’을 입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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