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전 이라는 서구의 장르와 개념이 식민지 조선에 들어와 유통되기 시작한 것은 1920년경이지만, 일제 강점기 내내 자신의 자서전을 신문에 연재하거나 단행본으로 출판한 사람은 거의없...
자서전 이라는 서구의 장르와 개념이 식민지 조선에 들어와 유통되기 시작한 것은 1920년경이지만, 일제 강점기 내내 자신의 자서전을 신문에 연재하거나 단행본으로 출판한 사람은 거의없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단행본은 아닐지라도 단편 자기서사라 부를 수 있는 짧은 자전적 서사가 1920년대 후반부터 1930년대에 걸쳐 잡지 지면을 통해 속속 출판이 되었고, 특히 이 장르의생산과 토착화에 여성들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일제 강점기에 생산된 근대 여성의 단편 자기서사들은 나름대로의 특성과 다양한 존재방식으로 일종의 독립적인 장르를 형성함으로써, 장르와 필자의 성별 정체성 사이에 특별한 친화력을 드러낸다.
이 논문은 근대 여성의 자기서사의 형식적 내용적 특성, 그와 관련된 주요 쟁점들을 역사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것을 목적으로, 일제 강점기에 잡지 지면에 출판된 여성들의 단편 자기서사의 역사와 특성, 문화적 의의를 분석한다. 잡지를 통한 출판이라는 근대적 생산조건과 피식민지경험이라는 정치적 문화적 특수성이 일제 강점기의 여성의 자기서사 장르에 미친 영향을 검토하는데 중점을 두어,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른다. 첫째, 단편 여성 자기서사의 형식과 선택적 주제는 당시 증대되는 근대 여성독자군을 상대로 여성근대화의 요구에 부응한 잡지 출판계의 생존전략과 밀접히 연결되어 있었다. 둘째, 여성들이 필자로서 독자로서 이 단편 자기서사의 생산과 수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과정에서, 이 장르는 근대적 여성성에 대한 대중교육과 사유촉진에 중요한 매개적 역할을 하였다. 마지막으로, 여성필자의 높은 장르 점유도는, 민족이나 계급문제를통한 체제비판적 담론이 검열제도에 의해 억압되고 남성의 자기서사 생산이 상대적으로 부진한상황에서 발생한 식민지적 특수상황의 산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