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주 시에 나타난 ‘사제 되기’ 주제의 작동 양상 연구

국문 초록 (Abstract)

본고는 이연주의 시 세계에 나타나는 ‘사제 되기’의 주제 및 그에 작용하고 있는 중층적인 욕망을 분석한다. 시작(詩作) 초기부터 이연주의 시적 주체는 절망적인 세계를 구원하고자 하는 사제적 자의식을 드러낸다. 세계의 저층을 파고들어 세계를 구제하고자 하는 사제의 자의식은 표면상으로는 이타적이고 희생적이다. 하지만 사실 그가 사제를 자처하는 이유는, 자포자기적이고 자학적인 자신의 삶을 ‘사제 되기’의 주제 아래 의미화함으로써, 허무에 빠진 그 자신에게 삶의 의미를 부여하기 위함이다. 자신의 내부에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자는 자신의 외부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자 시도한다. 그러나 자학적인 자의식을 폐기하는 대신 오히려 재생산하기에, 이연주의 시편에 나타나는 사제 되기의 주제는 근본적으로 위태롭다.
제2시집 『속죄양, 유다』의 시점에 이르러 이연주의 시적 주체는 사랑의 주제를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구제의 완수를 도모한다. 그러나 진정한 사랑을 통해 타자 또는 세계를 구제하겠다는 ‘사랑하기’의 의무에는, 그 자신을 진정한 사랑의 관계에 투입함으로써 스스로를 구원받고 싶다는 ‘사랑받기’의 욕망이 착종되어있다. 현실의 사랑은 구원보다 폭력의 양태로 나타나기에 사랑을 통한 사제 되기의 주제는 실패한다. 사제 되기의 주제를 통해 자신의 고통을 의미화하려 했던 시적 주체는, 자멸적이고 자학적인 자신의 삶에 더 이상 어떠한 의미도 부여할 수 없게 될 때, 사랑이나 삶이 아닌 대속과 죽음의 형태로 사제 되기의 주제를 변용 및 완성한다. 제1시집의 매음녀 모티프부터 제2시집의 ‘사랑의 사제 되기’ 주제, 시인의 죽음 직전 인신공양의 모티프에 이르기까지, 사제 되기의 주제는 일련의 변용을 통해 이연주의 시적 세계 전반을 관통하고 있었다. 정치성만큼이나 실존의 문제와 중차대하게 결부되어 있던 이연주 시의 면모를 구명함과 동시에, 타자의 구원으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받고자 하는 ‘바리데기 의식’의 암면(暗面)을 짚고자 한 데에 본 연구의 의의가 있다.

다국어 초록 (Multilingual Abstract)

This paper analyzes the theme of becoming-a-priest in Lee Yeon-ju’s poetry and the interlayered desires on it. Lee Yeon-jus poetry establishes a priestly self-consciousness to succor the desperate world. The priests self-consciousness to investigate and rescue the world is ostensibly altruistic and sacrificial. But in fact, the reason why she claims the theme of becoming-a-priest is to give herself a meaning of life under that theme. She attempts to find the meaning of life outside themselves, as she cannot find the meaning of life within herself. However, as the self-abusive consciousness is reproduced rather than discarded, the theme of becoming-a-priest in Lee Yeon-jus poetry is fundamentally dangerous.
In her second poetical work, Lee Yeon-ju’s poetry seeks the theme of love to achieve redemption. However, in the duty of ‘loving’ to save others through love, the desire to ‘be loved’ is embedded to save herself by a true love relationship. But the theme of becoming-a-priest through love fails because of the violence of love in the real world. When she could no longer grant sacred meaning to her self-destructive and self-torturing life, she decided to fulfill her duty as a priest by sacrificing herself. The theme of becoming-a-priest penetrates the entire poetry of Lee Yeon-ju through a series of transformations. This study investigated aspects of Lee Yeon-jus poetry from the perspective of existence. At the same time, this study attempted to investigate the dark side of ‘Baridegi consciousness’, which seeks to prove its existence by redeeming others.

목차 (Table of Contents)

• 국문 초록
• Ⅰ. 서론
• Ⅱ. 자의식 혹은 존재 의의의 확보, 자살 유예의 방편으로서의 ‘사제 되기’
• Ⅲ. 구원하기/구원 받기의 중층적 욕망과 균열
• Ⅳ. 바리데기 신화의 파산, 자기혐오의 종착지로서의 자기공양
• Ⅴ. 결론
• 참고문헌
• Abstra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