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진건 소설과 맹세의 인간학 = Hyun Jin-geon's Novel and Anthropology on Oath

국문 초록 (Abstract)

이 논문은 맹세의 시각에서 현진건의 소설을 다시 읽었다. 현진건은 작품활동 초기부터 지속적으로 맹세를 인물을 설정하거나 사건을 전개하는 원리 또는 숨겨진 진실을 발견하는 시각으로 사용했다. 현진건 소설에서 맹세가 지켜지지 않거나 맹세를 지키지 않는 비윤리적 상황은 맹세의 쇠퇴와 타락으로 구분되고, 맹세의 타락은 다시 거짓맹세와 이중맹세로 구분된다. 맹세의 쇠퇴는 위기상황을 드러내는 기능을 담당하고, 맹세의 타락은 비윤리적 인물이 몰락하는 계기로서 기능한다. 현진건은 맹세를 통해 위기상황을 드러내는 것을 넘어, 맹세와 자신을 일치시키려는 윤리적 인간의 모범을 제시함으로써 그 극복방안을 모색하려 했다.
현진건은 초기 단편에서부터 맹세하는 인간을 탐구하고, 맹세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부정적 현실을 직시하며, 맹세의 쇠퇴와 타락을 비판했다. 또한 낡은 관념에 대한 부정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맹세에 부여하기도 했다. 현진건은 장편 『적도』에서 억압적 현실을 부정하고, 타락한 맹세를 구원할 윤리적 인간을 기획한다. 타락한 맹세의 주체인 석호, 질문하는 주체인 명화, 책임지는 주체인 영애, 희생하는 주체인 여해를 통해 맹세하는 인간을 종합적으로 탐색한다. 특히 여해는 현실을 재구성하는 언어의 힘, 즉 언어의 수행성에 감응하는 인물로서, 자기가 읽은 언어와 일치하려는 주체로 변화한다. 이 주체가 현진건이 기획한 윤리적 인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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