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언어 숙달도가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오류가 발견되는 한국어 학습자의 ‘이/가’와 ‘은/는’의 사용을 문장의 화용적 기능에 따라 분석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 연...
본 연구는 언어 숙달도가 높아짐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오류가 발견되는 한국어 학습자의 ‘이/가’와 ‘은/는’의 사용을 문장의 화용적 기능에 따라 분석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 연구에서는 담화 내에서 문장의 화용적 기능을 4가지로 분류하였다. 먼저 ‘이/가’를 사용하는 문장은 첫째, 새로운 지시체의 도입과 사건 제시/보고문, 둘째, 수정하여 말하기와 확인하기, ‘은/는’을 사용하는 문장은 첫째, 화제에 대한 설명, 둘째, 대조의 의미를 가지는 문장이 그것이다. 이 네 가지의 항목을 기준으로, 한국어 학습자를 대상으로 한 테스트 결과와 학습자들의 작문을 분석하고 학습자 면담을 통하여 학습자들의 인식 양상과 사용 전략을 알아보았다. 이 연구에서 밝혀진 바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테스트 결과를 종합해 보면 테스트에서는 ‘이/가’의 정답률이 ‘은/는’의 정답률보다 더 높았고, 문장의 화용적 기능 가운데 ‘화제에 대한 설명’의 기능을 가진 문장에서 ‘은/는’의 정답률이 가장 높았고 ‘대조의 의미를 가지는 문장’에서 ‘은/는’의 정답률이 가장 낮았다.
둘째, 테스트와 달리 학습자들의 작문에서는 ‘대조의 의미를 가지는 문장’에서 정확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는데, 이 영향으로 작문 자료에서 ‘은/는’의 정확도가 ‘이/가’보다 더 높았다. 학습자들은 테스트에서 담화 맥락을 통해 대조의 의미를 파악해야 하는 경우, 이것을 대조의 상황으로 인식하지 못해 정답률이 낮았으나 자신이 대조의 의도를 가지고 주도적으로 사용하는 것에서는 테스트에서보다 더 정확하게 사용하고 있었다.
셋째, 두 조사의 사용을 학습자의 언어 숙달도별로 살펴보면, 초급학습자부터 중・고급학습자들까지 모두 ‘이/가’가 사용된 문장의 화용적 기능 가운데 지시체 도입·사건 제시/보고문의 경우보다 수정문·확인문에서 정답률이 더 낮게 나타났다. 이것은 학습자들이 수정문·확인문을 화제에 대해 설명하는 문장으로 보고 ‘은/는’을 결합시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은/는’은 일반적인 화제에 대한 설명보다 대조의 의미를 가지는 문장의 경우 정답률이 더 낮게 나타났다. 학습자들은 대조의 의미를 가지는 문장을 ‘초점’이나 ‘특별히 지정’의 의미로 받아들여 ‘은/는’의 위치에 ‘이/가’를 결합시키는 경향이 있었는데 이것이 그 원인으로 보인다.
넷째, 중급학습자들의 경우, 수정문·확인문에서 ‘이/가’의 사용과 대조의 의미를 가지는 화제에 ‘은/는’을 결합하여 사용하는 것에서 특히 오류가 많았으며, 이 항목들에서 초급학습자들보다 더 낮은 정답률을 보였다. 학습이 심화되어 감에 따라 한국어 조사 체계에 대한 재구조화 과정에서 제 2언어 또는 외국어를 학습할 때 나타나는 U자형 발달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섯째, 학습자 개별 인터뷰를 통하여, 학습자들은 ‘의사소통 상황에서 ’이/가’와 ‘은/는’의 선택이 어려운 경우, 많은 학생들이 조사를 생략해 버리거나 자신의 추측에 의지한 채 느낌대로 사용하며 일반적으로 ‘이/가’보다는 ‘은/는’을 선택하는 전략을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동안 수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이/가’와 ‘은/는’의 오류가 지속으로 발생되는 현상이 개선되지 않음을 볼 때, 이 항목에 대해 한국어 교육의 관점에서 더 실용적인 접근을 시도할 필요성을 느낀다. 그래서 나는 한국어 학습자에게 ‘이/가’와 ‘은/는’을 명시적으로 설명할 것을 제안하며 본 연구에서 분석의 기준으로 삼았던 문장의 화용적 기능의 측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학습자들의 명확한 이해에 도움이 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