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백민석의 소설이 보여준 해체적인 양식과 하위 문화에 대한 친화력에 주목하여, 그의 소설을 근대 이전의 이야기 양식과 관계하여 이해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해 백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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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문 초록 (Abstract)
본고는 백민석의 소설이 보여준 해체적인 양식과 하위 문화에 대한 친화력에 주목하여, 그의 소설을 근대 이전의 이야기 양식과 관계하여 이해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해 백민석...
본고는 백민석의 소설이 보여준 해체적인 양식과 하위 문화에 대한 친화력에 주목하여, 그의 소설을 근대 이전의 이야기 양식과 관계하여 이해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그 결과를 통해 백민석 소설의 구조 원리를 파악하고, 그 미학적 구조와 효과를 밝히고자 하였다. 또한, 이 과정에서 그가 소설에서 보여주었으나 아직 해명되지 않은 여러 실험들의 서사적 의의를 규명하고자 하였다. 끝으로 그 결과 파악된 미학적 구조와 효과를 타자성과의 관련 아래 살피고 백민석의 소설이 타자성을 가능하게 하는 형식을 보여주고 있음을 분석하였다.
본 논의는 백민석의 소설에 대한 기존의 논의가 현실에 대한 비판과 전복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데에 의문을 품고, 근대적 사고로부터 자유로운 서사형식으로 그의 소설을 이해하고자 시도하였다. 근대적 서사물의 형식으로 소설을 이해하는 과정은 이성중심주의적 사고를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이성의 논리로 이해되지 않는 형식은 온전히 해석되지 못하거나 누락된다. 이성의 논리로 이해할 수 없거나, 이성중심주의적 사고에 기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는 특성이나 요소들은 가치 없다고 평가되기 쉽다는 것이다. 본고에서는 백민석의 소설에는 이와 같이 이성과 논리를 중심으로 파악할 수 없는 형식과 내용상의 실험이 소설에서 갖는 의미를 밝히고자 하였다.
백민석의 소설을 ①민담의 형식과 ②민담과 전설의 형식이 혼재하는 형식, 그리고 ③전설의 형식으로 나누어 살펴 보았다. 민담의 문체와 구성상의 미학적 특성을 정리한 막스 뤼티 막스 뤼티, 앞의 책.
의 이론에 기대어, 민담의 세 가지 특성인 “평면성”, “추상성”, “일차원성”을 근거로 백민석의 소설과 ①, ②, ③ 세 형식의 관계를 고찰하였다. 그 결과 민담의 형식과 가까울수록 절대적 타자에 대한 환대에 가까워질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서 절대적 타자는 신적인 존재나, 정치ㆍ사회적인 현상을 뜻하지 않는다. 보다 보편적인 의미의 해석불가능한 모든 대상을 이른다. 무의식이나 광기도 이 타자에 해당될 수 있으면 인간으로서의 타자도 가능하다.
백민석은 언어에서 기표와 기의의 단절, 기표와 대상의 단절에 주목하여, 견고해 보이는 언어의 허위를 드러내고, 언어 너머에 있는 물질성에 기반한 실재를 소설에서 구현하고자 하였다. 민담의 세 특성인 “평면성”, “추상성”, “일차원성”은 그의 소설에서 이루어지는 언어적 실험을 살피는 유용한 틀이 될 수 있었다. 이 세 특성은 모두 인물의 층위에서, 담론과 사건의 층위에서, 서술의 층위에서 작용하여 절대적 타자를 가능하게 한다. 서술이나 인물의 층위에서 인물이나 대상에 대하여 판단하지 않음으로써 절대적 타자의 해석불가능성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민담에서 평면성은 민담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소재를 비롯한 모든 구조가 평면적임을 뜻한다. 인물은 시간적 역사를 갖지 않고, 공간적 관계도 갖지 않으며, 정신적이고 내면적인 깊이도 갖지 않는다. 반면에 전설의 소재와 인물들을 깊이를 갖는다. 깊이를 갖지 않는 인물은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닌 이름을 가진 기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서사의 인물이지만 종이 인형과 같은 인상을 줌으로써, 서사에 대한 인간중심주의 해석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추상성은 대체로 극단성으로 제시되는데, 구체적이고 사소한 부분을 버리고 가장 중요한 특징들의 윤곽을 선명하게 제시하는 특성이다. 반면에 전설은 상당히 사실적이며 구체적이어서 인물들은 일상적이고 비유적인 의미들을 갖게 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민담의 추상성 사물이나 대상을 현실과 일상의 질서 밖에서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끝으로 일차원성은, 비현실적인 세계의 비현실성에 대해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음으로써,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없애고 서사가 일차원의 세계로 이루어지는 구조이다. 비현실성에 대한 놀라움은 현실을 기준으로 판단하였을 때 발생한다. 비현실성에 대해 놀라지 않음은 비현실 세계를 현실 세계의 기준으로 판단하지 않음을 뜻한다. 비현실성에 대한 놀라움 때문에 생겨날 수 없었던 세계가 일차원성을 통해 가능하게 된다.
2장에서는 민담의 형식에 가까운 소설을 대상을 인물의 평면성과 담론의 극단성, 판단 정지 서술을 통한 일차원성을 통해 백민석의 소설이 절대적 타자로의 열림이 가능한 구조를 갖게 됨을 살펴보았다.
3장에서는 민담의 형식과 전설의 형식이 혼재하는 소설을 대상으로 도플갱어와 인물의 평면성의 관계, 그리고 그로테스크 구조의 이질성과 죽음의 타자성이 갖는 관계를 논의하였다. 그 결과 발생하는 함축적 서술이 만들어내는 비밀의 서술을 징후로 해석하고, 더불어 혼재의 형식에서 민담의 가능성을 정리하였다.
4장에서는 전설의 형식에 가까운 소설을 대상으로 심리적 표상이 인물 내면의 확장임을 밝히고, 폭력에 대한 해석의 동일성이 소설 세계의 일차원성을 없애고 있음을 살폈다. 이러한 형식의 결과로 의미를 고정하는 서술이 모순을 징후로 가짐을 분석하고, 전설의 형식에서 민담의 가능성을 정리하였다.
민담, 혼재, 전설의 형식으로 통해 백민석 소설이 근대 이전의 이야기 구조를 통해 그 구조 원리를 보다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음을 살펴보았다. 민담의 형식에 가까운 구조를 가짐으로써, 근대에 대한 저항이 아닌 비-이성의 세계를 소설에서 구조해 낼 수 있었다. 비-이성의 세계는 이성적 합리성의 질서로는 해석불가능한 세계이며, 그러한 세계를 통해 서사가 절대적 타자에 대한 환대를 시도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본고는 백민석 소설의 구조 원리를 근대성에 대한 저항을 넘어서는 담론으로 이해하고자 한 시도로써 의의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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