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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용(Yoo Byong-Yong) 한국정치학회 1996 한국정치학회보 Vol.29 No.4
지금까지 한국의 중도파 정치사상에 대한 연구는 그 중요성에 비해서 부진한 상태이며, 특히 안창호의 정치사상에 대해서는 연구자들의 관심이 거의 미치지 못한 실정이다. 이 글은 한국정치사상의 전개과정 속에서 중도파 정치사상이 갖는 의미를 도산 안창호의 대공주의를 중심으로 고찰해 보고자 한다. 중도적 민족주의론인 대공주의는 사회주의가 유입되고 사상적으로 민족운동 진영이 분열된 시기에 태동되었다. 이는 균등의 원리에 입각하여 좌우합작과 민족적 단결을 달성할 수 있는 정치이론을 모색해 가던 안창호에 의해 추구되었으며, 좌우합작ㆍ남북협상에 이르는 중도세력 특히 중도 우파노선과 연결된다. 중도파 민족주의론은 민족을 최고의 가치로 인식하고 민족의 단결과 자주독립ㆍ민족발전과 같은 목표를 설정한 점에서 이전의 민족주의와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안창호의 대공주의 정치사상은 민족 내부에는 계급 갈등이 존재하고 있고, 민족의 단결은 애국심과 같은 심정적 호소와 국민국가 논리만으로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민족주의와 달랐다. 대공주의의 균등론은 우익민족운동 전선의 이론으로 제시된 것이지만 역사발전의 진보적인 방향에 섰고, 이 시기 중도우파 민족주의운동의 방향이기도 하였으며, 좌우의 대립을 해소하여 해방 후 통일된 민족국가를 수립하기 위해 제시된 이론이었다. 그러나 대공주의의 민족단결론은 민족내부에 존재하는 반민족적 요소를 척결하는데 불철저해질 여지를 갖고 있었으며, 전민족의 화합만을 외치는 것은 자칫하면 진정한 민족의 발견을 호도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었다. 결국 좌우 이데올로기가 대립되는 상황 속에서 사회발전의 논리가 배제된 채 민족의 균등과 단결을 외치는 대공주의는 역사적 현실을 수용하지 못하는 이상론적 성격이 강했던 것이다. 또한 대공주의는 독립운동 세력의 대동단결이라는 현실적 필요성에 의해 주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천방안의 미흡으로 독립운동세력의 통합은 궁극적으로 달성해 내지 못했으며, 도산이 그토록 주장하였던 임시정부의 실질적이고 조직적인 결합도 이루어내지 못했다는 점이 한계점으로 지적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