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등장과 동아시아 정치·경제질서

국문 초록 (Abstract)

탈냉전 시기 동아시아 국제질서는 변화 중에 있다. 동아시아 국제질서의 변화를 촉진하는 요인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는 중국의 등장이다. 계속 되는 경제 성장과 냉전종식 이후 오히려 본격화되고 있는 군사력 증강 노력이 중국의 등장과 그 의미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킨다. 과연 중국의 등장이 동아시아 질서에 끼칠 영향은 무엇인가? 특히 그것은 동아시아 질서에 본질적이고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現代中國』 창간호는 이러한 문제를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現代中國』 창간호에 실린 글들은 "중국의 등장과 동아시아 정치 경제질서"라는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이 프로젝트는 최근 서방세계에서 활발하게 제기 되고 있는 '중국위협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려는 시도로 기획되었다. 최근 들어 서방세계에서는 중국의 등장과 그 의미를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의 등장이 동아시아 정치경제질서에 커다란 충격을 가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우려는 많은 부분 역사적 사실로부터 추론된 통찰에 근거하고 있다. 국제관계에서 국가들간의 힘의 배분과 같은 구조적 문제에 관심을 갖는 국제정치학자들은 역사적 사례에 대한 분석을 통해 강대국의 등장과 쇠퇴가 국제질서의 변화를 요구한다는 사실을 설파해왔다. 길핀(Robert Gilpin)에 따르면, 국가들간의 경제성장률의 격차 때문에 국제체제에는 기존질서와 국가들 사이의 힘의 배분이 괴리되는 현상이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이러한 질서와 힘의 배분간의 괴리는 기존의 지배적 국가(또는 패권국가)와 새롭게 부상하는 도전국간의 직접적 경쟁을 초래한다. 즉, 새롭게 부상하는 국가는 자신의 힘이 증대됨에 따라 국제질서를 자신의 이익에 더욱 부합되게 변화시키려 드는데, 이러한 변화 노력은 다시 기존 패권국가의 대응을 초래함으로써 국제체제에서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과 갈등을 가져온다. 모델스키(George Modelski)에 따르면 이러한 현상은 현대 국제체제의 본질적 속성으로서 주기적으로 발생한다. 이러한 통찰에 주목하는 학자들은 중국의 등장이 지역질서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이들은 특히 그 동안 중국이 서구 중심의 지역질서를 수요하기를 거부하는 태도를 취해왔다는 사실을 들어 중국의 등장이 동아시아에서 지역 패권을 둘러싼 경쟁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중국의 등장과 동아시아 정치 · 경제질서" 프로젝트는 이러한 주장이 많은 부분에서 보다 세밀한 검증을 필요로 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구체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급속하게 성장하는 중국이 지역질서에 커다란 도전세력이 될 것임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과연 이 지역의 패권국가로서의 능력을 구비하게 될 것인가, 중국이 패권을 추구할 의도를 갖게 될 것인가, 그리고 미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의 주요국가들이 중국의 등장에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전제 아래 기획되었다. 이러한 전제에 따라 프로젝트는 다시 다섯 부분으로 나뉘었다. 첫째 부분은 강대국의 등장과 지역질서간의 관계에 관한 이론적 논의로 중국의 등장이 갖는 의미를 이해하는 이론적 틀을 제공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둘째 부분은 중국의 능력에 관한 논의로 경제적 능력과 정치군사적 능력으로 구분된다. 이 부분은 중국의 성장의 현황과 그 가능성을 전망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셋째 부분은 중국의 의도에 관한 논의로 미국에 의해 구축되고 유지되어온 현재의 지역질서를 보는 중국의 시각을 집중적으로 규명하기 위한 부분이다. 이 부분도, 둘째 부분처럼, 경제적 측면과 정치적 측면으로 나뉘다. 넷째 부분은 중국의 등장에 대한 주요 지역국가의 대응에 관한 논의이다. 중국의 향방은 미국 및 일본과 같은 주요 국가들의 대응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제 아래 이 부분은 미국과 일본의 대응을 살펴보는 데 그 초점을 두고 있다. 마지막 부분은 이상의 논의를 종합함으로써 중국의 등장이 동아시아 질서에 끼칠 영향을 전망하려는 시도이다. 이 부분은 가능한 모든 대안들을 검토하기보다는 중국의 성장을 전제로 하고 그것이 지역질서에 끼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데 그 초점이 있다.
이러한 기본 구상 아래 8명의 프로젝트 참가자들은 1997년 2월부터 4차에 걸친 자체 토론모임을 거쳐 1997년 10월 가톨릭대학교에서 학술연구발표회를 가졌다. 그 목적은 그동안 준비해온 참가자들이 공개발표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고 또 프로젝트에 참가하지 않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데 있었다. 회의에서 발표자들은 토론자 및 사회자들과의 토론과 문답을 통해 자신의 논문을 돌아보고 수정할 귀중한 기회를 가졌으며, 이에 대해 당시 토론이나 사회를 맡아주신 박 정동, 신 상진, 안 병욱, 이 삼성, 정 재호 등 여러 선생님들께 감사를 표한다. 아울러 이 모든 과정이 1996년도 교육부 학술연구조성비(해외지역연구)에 의해 가능했음을 밝혀둔다.
물론 여러 차례에 걸친 자체 토론과 공개발표의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과 쟁점들이 제기되었고, 이것들은 다시 이 특집호에 분명히 나타난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여러 논문들간의 경계확정과 연계설정의 어려움이었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몇몇 논문들간에 논의의 중복 또는 연계부족이라는 문제점들이 남아 있다. 물론 이러한 문제점은 중국의 능력과 의도가 밀접하게 연관된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중국의 의도가 문제가 된다'는 프로젝트의 전제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실린 논문들이 중국의 등장에 대한 보다 폭넓은 관심과 본격적인 논의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목차 (Table of Contents)

• 서 언(김재철)
• 강대국의 부침과 국제질서의 변동 -중국과 동아시아-(김태현)
• 중국경제력 현황과 전망(오승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