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케이션의 시원

국문 초록 (Abstract)

우리는 고대 그리스 시대의 커뮤니케이션은 그 시대를 사는 구성원들이 모두 동등한 지위에서 서로의 의사를 교환하고 그 결과로써 공동의 가치, 곧 공동의 선을 발견하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그 작업을 위해서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른바 에피코이노니아(Epikoinonia)를 수행했으며 그것으로써 발견한 가치를 공유하고 공존하는 지혜를 터득했다.
오늘날의 커뮤니케이션은 미디어의 측면이 강해 공동의 가치를 창출하기보다는 정보의 제공과 알 권리라는 미명 하에 갈등을 유발함으로써 미디어의 영업을 수행하고 부를 축적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오늘날의 모든 미디어들은 겉으로는 언론의 자유를 말하지만 실상은 사회적 갈등을 과대 포장하여 돈을 버는 회사들이다. 그리고 그런 행위들은 궁극적으로는 그 사회를 해체할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미디어는 그 사회에서 가장 큰 해악이다.
반면에 그리스의 에피코이노니아는 서양 역사상 최초의 진정한 의미에서의 가치를 소통하고 공유하는 행위이다. 즉 에피코이노니아는 그리스 폴리스의 시민들이 살았던 방법이자 동시에 이념이다. 이 연구에서는 폴리스 시대부터 시작된 에피코이노니아의 방법에 대한 규명, 에피코이노니아가 추구했던 이념의 내용이 에피코이노니아의 방법과 어떤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고찰, 나아가 에피코이노니아가 서구사상사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한 탐구 등을 진행하였다.
역사적인 측면에서 볼 때 커뮤니케이션의 주요수단인 수사학 내지 언어설득기술은 고대 그리스의 대중 집회나 법정공방 등에서 청중을 설득시키는 강력한 힘을 발휘하였으며, 나아가서 의사소통 전반에 대한 탐구와 숙고는 서양지성사에서 이성적인 세계관을 개발하고 추상적이면서 분석적인 담론문화를 형성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플라톤은 자신과 같은 철학자들에게 최고의 의무는 비이성적인 힘에 의해서가 아니라 설득에 의해 사회를 인도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이 보여주었던 효율적인 의사소통 및 언어의 분석적 사용에 대한 연구는 그들의 합리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현대사회가 요청하는 새로운 가치공유와 타자와의 공존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아가는 지침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