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의 비디오 작업을 통해 본 기술과 예술의 상호작용에 대한 고찰

국문 초록 (Abstract)

백남준의 비디오 작업을 통해 본 기술-예술 관계를 분석하는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탐구할 것이다. 1) 비디오 합성기나 로봇과 같은 기술을 만들 때, 피드백을 통한 참여와 기술의 인간화를 강조했던 백남준의 예술 사상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2) 이렇게 만들어진 기술이 그의 기술관이나 예술관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 백남준이 1975년 한 인터뷰에서 언급했던 “기술을 반대하기 위한 기술”(anti-technology technology)이나 “기술을 조롱하기 위한 기술”이라는 생각이 그의 기술적 발명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3) 그가 기술을 개발할 때, 테크니컬한 아이디어와 지식은 어떻게 얻었는가? 당시 비디오 합성기나 로봇을 개발하던 다른 발명가나 예술가들과의 상호작용은 없었는가? 4) 마지막으로, 그의 기술이 그의 예술적 실행(artistic practice)과 비디오 아트의 발전 방향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당시 휘트니 박물관 관장 David Ross가 지적했듯이, 초기 비디오 아트의 급진성과 전복성이 급격하게 사라진 데에, 기술적 혁신이 영향을 미친 것은 없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면서,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조금 더 확장된 질문에 대해서 답을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1) 백남준이 생각했던 기술과 예술의 관계의 핵심은 무엇인가? 기술은 어떤 점에서 예술과 다르고, 또 어떤 점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고 그는 생각했는가? 그의 이러한 생각은 어떻게 발전해 왔는가? 2) 기술-예술의 관계에 대한 백남준의 생각은 얼마만큼 일반화될 수 있는가? 그의 생각과 경험이 과학기술을 이용하거나 소재로 하는 다른 예술에도 적용될 수 있는가? 3) 기술이 새로운 가능성과 위험을 예측하기 힘든 방식으로 만들어내고, 예술은 점점 더 난해해지고 접근하기 힘든 것이 되어가는 지금, 기술-예술의 접점에 관심이 있는 엔지니어와 예술가가 취해야 할 태도는 어떤 것인가? 백남준의 사례는 이 점과 관련해서 우리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면서 본 연구는 백남준의 사례가 20세기 기술-예술의 관계 일반에 주는 함의를 모색해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