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압지 출토 목간으로 본 신라의 궁정업무 -궁중잡역의 수행과 궁정경비 관련 목간을 중심으로-

국문 초록 (Abstract)

이 글은 이미 출토된 지 30년이 지난 안압지 목간에 대한 재검토를 시도하였다. 이 시점에서 새삼스럽게 이러한 작업을 진행한 것은 󰡔木簡󰡕의 간행으로 자료 환경이 현저하게 개선되었으며, 또 이 자료가 궁원지 출토 목간이므로 이를 통해 문헌자료만으로는 전혀 드러나지 않는 신라의 궁정업무의 구체상이 해명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이 글에서는 지면의 제약으로 매우 다양한 신라의 궁정업무 가운데서 “助史” 기록 목간을 통한 宮中 雜役의 수행과 “門” 이름이 기록된 목간을 통한 궁정경비 업무, 두 가지만을 한정하여 검토할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이 있다.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확인된 신라의 궁정업무에 대한 내용을 정리하여 결론으로 삼고자 한다.
첫째, 안압지 목간의 전반적 성격과 관련하여 가장 유의할 것은 그것의 제작지나 작성자가 어떠하든 간에 신라의 궁정업무와 무관할 수 없다는 점이다. 궁중의 苑池인 안압지에 폐기되었던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안압지 목간의 연대는 목간에 기록된 唐의 年號와 干支, 洗宅이라는 관부 명칭, 年을 載로 고쳐 쓴 사례 등을 근거로 경덕왕대를 중심으로 하는 8세기 후반으로 비정되어 왔다. 이 견해는, 종래 간과되어 온 干支가 기록된 새로운 자료를 추가로 검토한 결과, 타당함이 입증되었다.
셋째, 안압지 목간 가운데는 “助史”라는 職名을 기록한 5점의 목간이 있다. 여기에서 확인되는 조사는 “徒水助史”ㆍ“加火軍助史”ㆍ“木陶別助史”ㆍ“尙巾助史”ㆍ“倌獐助史” 등 5종류인데, 명칭에 각각 물, 불, 木器ㆍ陶器ㆍ土器 등의 容器類, 모자ㆍ衣服이나 服飾類, 노루 등 동물을 의미하는 단어가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이들이 명칭에 포함된 바와 같은 궁중의 잡역을 수행하던 존재임을 알려준다.
넷째, “助史”는 말단 관원인 史를 보조하던 宮中의 使役人으로서, 궁내의 일상생활을 뒷바라지하는 여러 가지 잡역을 수행하였다. 이들로 인하여 매우 간단한 관원으로 구성된 內廷의 여러 관사들이 소관 업무를 원활하게 집행할 수 있었다.
다섯째, 안압지 목간 중에는 東門ㆍ開義門ㆍ隅宮 北門ㆍ閣宮 등의 宮門과 殿閣을 左右로 나누어 서서 경비하는 문지기 혹은 파수꾼을 기록한 것이 있고, 洗宅의 관원이 출입구인 策事門과 溫少門ㆍ思易門을 담당하여 當直하던 상황을 알려주는 것도 있다. 이를 통해 신라의 궁정경비의 구체적인 양상이 파악된다.
이상이 검토한 내용의 요약이거니와, 소략하기 짝이 없는 문헌자료에서는 전혀 파악되지 않는 신라의 궁정생활의 일면이 구체적으로 확인되었다는 점에서 일정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신라 왕궁의 生活史的 접근을 위한 단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앞에서 밝혔듯이 신라의 궁정업무는 매우 다양했으며, 그 구체적인 편린들이 안압지 목간에 투영되어 있는 경우가 종종 발견되므로 차후 계속적인 검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