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 존재론의 역사적 기원에 관한 연구: 고전 그리스어 einai의 비정언적 존재 의미에 관한 고찰

국문 초록 (Abstract)

서양 존재론의 토대가 형성되는 역사적 과정을 새롭게 조명하고자 하는 본 연구가 일차적인 연구 대상으로 삼는 것은, 서양 존재론의 형성에서 큰 획을 그은 철학자들인 파르메니데스와 플라톤,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텍스트들이다. 물론 그리스어 einai의 의미 분석이 본 연구의 중심에 놓여 있는 만큼, 이들 외의 다른 저자들의 텍스트에서 einai 동사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도 모두 본 연구의 원칙적인 관심사이다. 예컨대 호메로스에서 einai 동사가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빼 놓고 그리스어 einai의 의미 분석을 하는 작업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 것과, 그 단어 자체에 대해서 혹은 그 단어가 지칭하는 사태 자체에 대해서 반성하는 것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본 연구에서 einai의 의미 분석은 언어학적 차원의 분석이 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 차원의 분석이 주가 될 것이다. 철학적 차원의 의미 분석에서는 모든 용례가 동등한 무게를 갖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 중요성을 갖는 맥락에서의 용례에 초점이 맞추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단순히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되는 그 언어, 그리고 그에 해당하는 사태 자체에 대해서 반성하는 맥락이 철학적으로 대단히 큰 중요성을 갖는 맥락이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파르메니데스 이전에도 einai하는 것, 즉 있는 것(to on)에 대한 철학적 반성의 작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einai와 to on(있는 것) 자체에 대해서 본격적인 철학적 반성의 작업을 시작한 사람이 파르메니데스라는 데 대해서는 이견의 여지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파르메니데스와 더불어 서양 존재론과 형이상학이 탄생했다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파르메니데스의 반성 작업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 그 이전의 종교적, 철학적 사상들과 관련 하에서, 또 당시 일상 언어로서의 einai의 사용방식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수행된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관련 방식을 조명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한에서 그 이전의 사상가, 철학자들의 작업 중 일부가 연구의 범위 안에 들어오게 될 것이다.
파르메니데스 이후의 철학자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그의 작업에 대해서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러한 반응이 어떤 양태로 전개되었는지를 살피는 것도 당연히 서양 존재론의 기원을 밝히는 작업이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일 것이다. 따라서 파르메니데스를 어느 정도 수용하면서 일정 정도의 변형을 가하는 다원론자들이나, 파르메니데스를 거부하는 소피스트들의 작업도 본 연구의 범위에 기본적으로 포함된다. 하지만, 파르메니데스의 적자임을 자처하면서도, 새로운 방법론을 도입함으로써 einai와 to on의 탐구에 혁명적인 비약, 발전을 가져온 플라톤이 본 연구의 중심 연구 대상이 될 것이다. 특히 플라톤의 텍스트들은 “einai”가 비정언적 존재 개념이었다는 데 대한 가장 강력한 증거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본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연구 대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이 도입한 새로운 방법론, 즉 언어의 문법적 형식과 논리적 형식을 구별하고 언어학적 차원의 의미 분석과 철학적 차원의 의미 분석을 결합하는 방법론을 더욱 발전시켜서 자신의 철학함의 특징적인 방법론으로 삼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그러한 방법론을 einai의 분석에 적용하고, 그 결과 여러 가지 방식으로 einai의 의미 구별을 하게 된다. 그리고 “있는 것인 한에서의 있는 것(to on hēi on)에 대한 탐구”라는 서양 존재론에 대한 규정이 정식화되는 것이 바로 아리스토텔레스에 이르러서이다. 따라서 본 연구의 연구 범위는 서양 존재론의 탄생에서 기본적 정식화에 이르는 과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