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변동의 측면에서 살펴본 기행문학

국문 초록 (Abstract)

1. 연구 방법
본 연구는 우리나라 기행문학의 역사적 흐름을 시대별 대표 장르, 해당 양식의 미적 특성, 여행에 대한 인식의 변화 등의 측면에서 구명해 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우선, 삼국시대〜20세기 중반까지의 기행 관련 고전문학 작품을 수집 정리하여 연구 대상을 확정지을 것이다. 이 단계에서 기행문학에 대한 개념 규정과 기행문학 작품의 유형별 분류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다.
둘째, 여행과 관련되는 문헌자료를 최대한 수집하여 작품 및 여행 담론 분석의 자료로 활용할 것이다.
셋째, 철학, 역사, 문화사 등 다방면의 연구 성과를 수용하여 기행문학 작품의 생성 배경과 당대적 함의를 파악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위에서 제시한 인접 분야에 대한 연구 및 기초 자료 분석, 구체적인 작품 해석 등을 통해 시대에 따라 여행의 의미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들은 여행 체험을 주로 어떤 문학양식으로 표출했는지, 특정 장르의 미적 특질은 무엇인지, 기행문학 작품을 통해 그려낸 그들의 세계는 어떠한지 등을 일목요연하게 그려낼 것이다.

2. 연구 내용
기행문학 작품을 창작한 작가가 누구인지, 작품의 창작 계기가 된 여행은 어떤 성격의 여행이었는지, 기행문학 작품을 통해 그들이 힘주어 말하고자 한 메시지는 무엇이었는지, 특정 양식을 채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등에 대한 해명은 각 시대의 문화를 해명하는 중요한 방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에 기대어 삼국시대부터 20세기 중반까지의 고전 기행문학의 흐름을 선명하게 그려내고자 한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등의 문헌을 통해 보면, 삼국시대에도 다양한 형태의 여행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삼국시대의 여행 형태로는 불교적 여행(求道旅行, 불교행사 관람), 사행(使行), 왕의 순행(巡行), 중국 유학, 화랑의 여행, 뱃놀이․사냥․온천행 등의 유람이 발견된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여행이 이루어졌으나 현전하는 기행문학 작품은 그다지 많지 않아 기행문학의 면모를 설명하기에는 아쉬운 감이 있다. 다만 여행 관련 기록이나 현전하는 몇몇 작품을 통해 당대의 여행 형태 및 여행의 의미는 추출해 볼 수 있을 듯하다.
고려시대의 여행 형태로는 상사(上寺), 종교행사 참여, 격구(擊毬)․석전(石戰) 등의 체육행사, 등고(登高) 풍속, 관등(觀燈)놀이와 선유(船遊)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여행에는 자연을 찾아 속세의 욕심을 씻는다는 세리욕(洗利欲), 인자요산(仁者樂山), 지자요수(知者樂水) 사상 및 자연에는 인간의 여섯 벗(눈, 꽃, 산, 강, 달, 바람)이 있다는 육우사상(六友思想)이 반영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고려시대에는 삼국시대에 비해 기행한시 등 더 많은 기행문학 작품이 전하며, 고려후기에 이르면 안축의 <관동별곡>과 같은 기행 소재 경기체가 작품이 발견된다. 여행 관련 기록과 기행 작품을 통해 볼 때 고려시대의 여행 인식은 불교적 세계관과 유교적 세계관이 공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시대에는 다양한 양식의 기행문학이 창작되고 향유되었다. 사대부들의 성리학적 자연관을 토대로 한 유산기(遊山記)를 위시하여, 기행한시, 기행가사, 기행시조, 기행산문(수필) 등이 창작되었다. 여행자의 신분, 여행의 목적, 여행의 형태에 따라 구체적 내용과 형상화 방식에서 차이를 보이기는 하지만 조선시대 기행문학을 관통하는 원리는 자연에서 성리학적 이념을 확인하고 세계와의 관계에서 유교문화의 우월성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후 근대로 접어들게 되면서 여행의 의미는 말 그대로 유람(遊覽) 혹은 관광(觀光)의 개념으로 전환되고 기행문학 또한 새로운 문물에 대한 경험을 담아내는 방향으로 변화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