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4세기 몽골의 일본인식과 고려의 독자성

국문 초록 (Abstract)

① 몽골의 전통적 세계관과 일본에 대한 인식 : 1장에서는 13∼14세기 몽골-고려 관계 성립에 사상적 기반을 제공한 몽골의 일본인식에 관해 살펴볼 것이다. 당시 몽골인들은 세계정복 전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결과 세상 모든 사람과 지역을 자신들의 지배 대상으로 간주하고 몽골에 복속하지 않은 나라를 ‘적국’으로 인식하는 철저한 2원적 세계관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몽골에 귀부한 고려는 그들의 ‘지배’를 받는 존재이고, 복속하지 않은 일본은 응당 ‘적국’이자 향후 정복해야할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몽골의 일본침공 종료 후에도 몽골은 항시 일본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그들의 군사행동을 경계했다. 이 같은 몽골의 일본인식은 몽골의 ‘영역’ 안에서 일본과 가장 가까운 지역에 위치한 복속국 고려와 외교관계를 형성할 때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② 고려의 지정학적 특징 : 몽골의 전통적 세계관에 비춰 볼 때 복속국 고려는 몽골의 ‘영역’ 안에 편입된 존재였다. 이러한 고려의 존재성은 사료 상 東藩이라는 용어로 표현된다. 몽골시대 고려가 비록 국체를 보전했다고 하더러도 그들이 인식하는 고려의 독자성이란 어디까지나 몽골의 영역 안에서 다른 복속지역과 구별되는 특징이었을 뿐이다. 이 같은 관념에 비춰 볼 때 고려는 몽골의 ‘영역’ 안에서 유일한 ‘적국’ 일본과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지역이라는 중요한 지정학적 특징을 갖게 된다. 이에 따라 고려는 자연스럽게 일본의 침입을 방어하는 최전방 군사기지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이러한 고려의 지정학적 특징으로 말미암아 몽골의 고려정책은 군사방면에 집중되었다. 일본침공을 위해 고려에 설치한 征東行省을 계속 유지시켜 지속적으로 일본을 방어하는 임무를 맡게 하고, 한반도 동남 해안지역에 萬戶府를 설치하고 군대를 배치하여 일본의 침입에 대비하고, 각 지역에 여러 몽골식 역참을 설치하여 고려에서 遼東과 大都로 연결되는 육로교통을 용이하게 한 정책 등은 ‘일본을 방어하느 최전방 군사기지’라는 고려의 지정학적 중요성과 무관하지 않다. 이와 같이 13∼14세기 몽골-고려 관계는 東藩이라고 표현되는 몽골의 고려인식과 ‘대일 방어기지’라는 고려의 지정학적 특징의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③ 몽골에 대한 고려의 외교정책과 독자성 보전 : 몽골시대 고려는 몽골 지배층의 전통적 세계관과 자신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이에 따라 고려는 몽골이 정치적 자주성을 훼손하려 시도할 때마다 이 같은 고려의 지정학적 중요성과 역할을 내세워 독자성을 보전했다. 이 같은 고려의 대응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그 논리가 몽골의 지배층 사이에서 여전히 유지되었던 전통적 세계관에 부합하여 그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몽골시대 고려가 독자성을 보전할 수 있었던 요인은 몽골의 유일한 적국인 일본에 인접하는 고려의 특수한 지정학적 조건과 몽골의 전통적 세계관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것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고려의 뛰어난 외교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