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중고기의 군역과 군사동원

국문 초록 (Abstract)

본 연구에서는 먼저 중고기 군역과 관련한 사료를 재검토해 보고자 한다. 특히 <수서> 신라전의 “選人壯健者 悉入軍”라고 한 기사와 <삼국사기> 薛氏女傳을 주목해 볼 것이다. 기존의 개병제설은 이 두 사료를 통해 제시되었는데, 사료 해석에 재고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수서> 신라전의 경우 ‘選人’의 의미를 간과하였고, 설씨녀전의 경우 내용적인 검토가 소홀하였다. 그러므로 이러한 두 사료의 내용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해 본다면, 신라의 군역 문제는 새롭게 바라볼 수 있다.
물론 중고기 군역의 부과대상이 이 두 사료를 통해서만 밝혀질 수는 없다. 현전 자료를 가지고, 이를 명확히 제시하기도 어렵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공시적⋅통시적 비교 연구를 진행하고자 한다. 즉 중국과 일본 고대국가의 군역, 고려시기와 조선시기의 군역을 비교⋅검토해 보려는 것이다. 최근의 중국 수⋅당사 및 한국중세사 연구를 통해 밝혀진 것처럼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군역은 개병제와 거리가 멀었다. 대부분 상층민을 대상으로 하였고, 이렇게 동원한 병사를 전문적인 군인집단으로 운용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러므로 동아시아 다른 여러 나라의 사례와 그에 대한 최신의 연구성과를 참고하면, 신라의 군역 부과대상도 제한적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동아시아 여러 나라의 군역은 사회구조와 밀접하였다. 이 점은 신라 중고기의 군역을 이해하는 데에도 중시되어야 할 사항이다. 이를 염두에 두고 보면, 신라의 군역은 골품제를 기반으로 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므로 일단 왕경인과 지방민의 군역은 구분되어 운영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왕경인은 왕경의 군사조직 즉 大幢의 병롲집단을 구성하는 한편, 지방 변경지대의 군사적 요충지에 파견되었다.
이와 비교해 지방민은 지방과 변경의 군사조직에만 충원되었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은 전쟁 관련 사료를 분석해 봄으로써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런데 중고기 전쟁 관련 사료는 전시의 군사편제를 담고 있다. 평시의 군역을 직접 말해주기는 않는다. 그러므로 전시 군사동원의 문제를 주의하면서 평시 지방 군사조직의 병졸집단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사료 속에서 예비군과 상비군을 구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상비군 중에서 왕경에서 파견된 병졸집단, 전문적인 병졸집단, 그리고 군역의 의무를 진 병졸집단을 추출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신라의 군역은 兵部에서 관할하였다고 보인다. 그런데 군역이 왕경인만 아니라 지방민을 대상으로 하였고, 지방민의 군사동원과 밀접하였다면, 이는 지방제도의 정비를 전제로 성립하였다고 생각된다. 특히 지방민에 대한 국역체제의 정비와 그에 대한 규정 즉 律令의 반포를 기반으로 하였다고 예상된다. 따라서 5세기 후반~6세기 전반 각종 金石文에 나타난 역역의 운용실태와 선행 연구를 통해 밝혀진 수취체제를 참고해 보면, 중고기 군역의 성격과 의미를 보다 분명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