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명현 중 충암 김정과 그의 십일잠을 통해 문학사상을 탐토하고자 한 이유는 조광조와 함께 김굉필의 학맥을 직계한 정통사림이자, 핍당의 문풍으로 목릉의 성세를 앞서 솔선한 당대 문...
기묘명현 중 충암 김정과 그의 십일잠을 통해 문학사상을 탐토하고자 한 이유는 조광조와 함께 김굉필의 학맥을 직계한 정통사림이자, 핍당의 문풍으로 목릉의 성세를 앞서 솔선한 당대 문원의 선각이었기 때문이며, 잠(箴)이란 자아실현의 지표, 혹은 인간다운 자기 경영의 지향, 곧 화자의 가치관사상의 집적물이자 포괄적 인간학의 표출이기 때문이다.아울러 십일잠에 내재한 학문적 기저는 유가의 경전을 기본으로 백가의 잠언 경구가 조화롭게 인증된, 이른바 거경궁행(居經躬行)의 실천적 행동강령임을 논증했다. 예컨대,1) 언잠은 성인의 화평중정(和平中正)한 언어생활을 다짐한 수신장임을 밝히고, 그 사상적 기저는 시경 백규장과 민자건의 고사, 나아가 논어의 이인 학이편을 준거했으며, 2) 행잠 역시 의에 근거한 적선 및 신독(愼獨) 장으로 떳떳한 군자행의 다짐편이니, 주역 곤괘의 문언전(文言傳) 소학 가언 및 중용, 맹자 양혜왕장에 근거하고 있다. 3) 지잠은 ‘시적 주체의 함양된 인격’을 읽을 수 있는 장이라 규정하고, ‘마음에 비춰진 사물의 미추에 따른 호오(好惡)를 제어할 수 있는 덕이 있어야 인간 감정을 절제할 수 있다’고 전제하며, 부서질지언정 형을 바꾸지 않는 불굴의 지절(志節)을 돌의 수성(守性)에 비유해 결구했다. 역시 대학 명덕장과 탕(湯)의 반명盤銘을 규감으로 행동강령을 삼고 있다. 4) 용잠은 만용이 아닌 대범하고 겸손한 마음으로 중화의 도를 익힌 군자의 용기, 그런 용기를 가진 군자이고자 다짐했다. 그 이상형은 물론 논어의 ‘松柏에 비할 수 있는’, 그러므로 누지(陋地)가 없는 ‘떳떳함’을 살고자 했다. 5) 논어 위령공편을 기저로 한 우잠은 목전의 하찮은 이익보다 심원(心遠)한 미래 설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6) 일락잠은 불후의 철인 의지를 스스로에게 권면한 장이다. 사상적 기저는 좌전 양공편에 근거한 의지의 표현으로 읽을 수 있다. 7) 우구잠은 인간적 숙명을 천명으로 승화함으로 천인동심론(天人同心論), 나아가 초탈한 군자상을 각인시켰다. 8) 욕잠은 '범인도 무욕할 수 있다'하므로 자못 성인의 경지를 지향한 의지의 표출이다. 9) 용의잠은 ‘명절(名節)과 용지(容止)를 중시해야 명철보신할 수 있다’는 논리로, 자중해서 용의를 닦고자 한 자계장이라 했다. 10) 분한잠은 논어의 충서(忠恕)에 근거해 천인동심의 군자도를 궁행하고자 서맹한 장이다. 11) 호오잠은 군자의 인간 관계에 대한 다짐장임을 논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