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치균열의 구조: 지역, 계층, 세대, 이념과 통합모형

국문 초록 (Abstract)

본 연구는 지역, 계층, 세대, 이념이라는 네 가지 주제를 각각 1년씩 심층적으로 파악한다. 그리고 마지막 5차 년도에는 4년 동안의 연구업적을 종합하여 한국의 균열지도를 생성하게 될 것이다. 위의 4가지 균열요인이 연구대상으로 선정된 이유는 이들 요인들이 선거과정에서 항상 중요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연역적으로 보아도 위에 제시한 요인들은 다른 요인들보다 중요성이 인정된다. 우선, 지역주의는 민주화 이후 한국정치를 설명하는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주의의 형성원인 조차도 제대로 규명되지 못하고 있으며, 구체적 실상에 대해서도 경험적으로 분석된 연구가 별로 없다. 대다수의 지역주의 연구는 지역주의가 선거 등 정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도출하고 있을 뿐, 정치의식으로서 지역주의가 국민들의 의식 속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증적 연구가 많지 않다. 따라서 지역별로 차별적인 지역주의 의식을 규명하는 작업이 수행되어야 하고, 지역주의가 얼마나 상대적인가에 대한 연구도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지역주의가 정치영역으로 표출되는 전개과정도 제대로 측정되어야 한다.
두 번째로, 한국에서의 계층균열이 립셋과 로칸(Lipset and Rokkan)이 서구국가에서 목도한 바와 같이 산업화에 따른 빈부격차의 확대와 노동자 계층의 집단화로 인해 나타나는 법칙을 따르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는 IMF 외환위기와 카드대란 그리고 최근의 경제침체를 겪으면서 중산층의 붕괴와 경제적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지게 되었다. 그런데 객관적인 경제계층의 변화가 실제로 국민들의 의식 속에서도 양극화로 심화되어, 대표자 선출이나 정책에 대한 태도를 결정할 정도인지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몰락에 따라 국가정책의 배려를 기대하는 것과 장기적으로 경제적 상층에 대한 하층의 적대적 태도를 갖는 것은 엄격히 다르다.
세 번째로 세대균열을 보면, 역동적이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한국정치에서 단기간에 다수에게 중대한 정치적 경험을 주었던 역사적 사건들이 많았다. 따라서 서구국가에서 발견되는 가치지향성의 차이나 사회의식의 차이가 한국에서는 세대별로 더욱 차별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세대 간 균열이 지속적 변화에 기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단절성이 높을 것으로 추측된다. 본 연구는 세대갈등이 삶의 성숙효과(life-cycle effect)에 영향을 받은 것인지 혹은 세대효과(generation effect)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두 요인의 상대적 중요성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념균열은 권위주의 정권시절 강제되었던 이념적 획일성이 반발적으로 민주화 이후 폭발적으로 표출되면서, 서구적인 이념경쟁이 아니라 극단적 보수와 급진적 진보의 적대적 관계가 정치영역에 반영되었다. 민주주의의 성숙화에 따라 자유로운 정치참여와 표현의 자유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정치이념을 중심으로 정치세력이 형성되고, 이들이 정치동원을 위하여 이념을 균열 축으로 삼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적 이념의 차별성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데 주력한다. 기존의 경험적 조사에서 밝혀졌듯이 인권이나 대북문제를 제외하고 경제적 이슈나 사회적 이슈에서 이념적 차별성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한국적 이념균열을 이해하기 위해 서구의 이념균열 구조를 분석틀로 이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실증적 결과를 볼 때 정치적 이념성향이 강한 국민들이 다수를 차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다수가 침묵하는 가운데 이념성향이 강한 정치세력이 이념균열을 강화해 온 것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