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회주의 개혁 모델의 탐색

국문 초록 (Abstract)

이 연구는 궁극적으로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되어온 베트남의 개혁과정에서 베트남식 체제전환 및 발전모델은 어떠한 형태를 나타내고 있는가에 대하여 탐구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사회주의 경제부문의 근간(commanding heights)이라고 할 수 있는 국영기업의 변화과정을 탐색하여 개혁 이전의 정부-기업 간 관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국가의 경제에 대한 지배는 어떻게 관철되고 있는가를 탐색하고자 한다. 이어 탈사회주의 개혁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 체제가 지속되는 요인에 대하여 분석하고, 이를 종합하여 베트남식 체제전환 및 발전모델의 특성을 찾아보고자 한다.
첫째, 베트남은 개혁 이전 공산당 1당 지배를 추구하는 사회주의 당-국가(party-state) 체제 하에서 국가가 사회의 모든 영역에 대한 통제와 관리의 주체였다. 정부는 ‘주관기관’을 통하여 기업들에 대하여 직접 명령을 통해 생산과 유통, 분배를 실현하였다. 그러나 개혁과정에서 나타난 새로운 현상들은 기존의 정부-기업 관계와 기업-노동 관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국영기업의 전환 및 사영기업의 성장을 통한 경제의 사영화가 확대되면서, 정부의 소속 기업에 대한 직접적 지배는 시장을 통한 간접적 지배로 전환되고 있다. 단지, 국가-노동 관계는 변화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가조합주의적 틀 내에서 기존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기업과의 관계에서 조응하지 않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렇게 변하는 정부-기업 관계와 기업-노동 관계에서 기존의 지배 메커니즘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탐구하는 것은 사회경제적 변화의 역동성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둘째, 베트남은 1970년대 말부터 부분적 경제개혁을 수행한 후 1980년대 후반부터 전면적 개혁정책을 수행하고 있다. 베트남의 개혁의 방향은 탈사회주의임을 부정할 수 없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요인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답을 구하고자 한다. 체제의 지속은 이론적 정당화와 동시에 현실적 변화를 통하여 수행되고 있다.
베트남 공산당과 정부는 현재의 경제개혁이 사회주의로 이행하기 위한 과도기의 한 전략이라며 이론적 정당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주의를 지향한다는 공식적 견해와는 달리 자본주의적 요소를 이용하려는 제한적 개혁으로부터 1980년대 말을 전후하여 전반적인 시장경제화가 진행됨으로써 사회주의적 기본틀이 변형되고 있다. 따라서 1980년대 말에 베트남은 ‘개혁사회주의경제’로부터 ‘혼합시장경제’로 이동하였다고 평가된다(Beresford 1995, vii). 베트남 이론계에서는 이러한 혼합경제체제를 개념화하려는 작업이 계속되어, ‘사회주의 지향 시장경제’(Socialist-Oriented Market Economy)로 정식화되었다. 이러한 혼합경제체제를 이론화하는 작업은 이념적 사회주의 고수와 실제적 탈사회주의화를 조화시켜보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이와 함께 개혁정책의 시행으로 사회경제적 변화가 새로운 정당성의 근거를 요구하고 있다. 그 새로운 정당성의 근거와 사회주의 체제 지속의 정치적, 경제적 수단은 무엇이며, 베트남 지도부는 이를 어떻게 확보하는가에 대하여 탐구할 것이다.
셋째, 베트남은 탈사회주의화를 확대하면서 그 과정에서 국가의 거시적 통제와 미시적 시장화를 통해 경제발전을 도모해왔다. 이러한 전략은 동아시아 발전국가 모델과 유사한 측면을 갖고 있고, 동시에 중국의 발전모델을 따르는 듯하다. 이 두 발전모델과의 비교를 통하여 베트남의 발전전략이 가지는 성격을 평가하고, 아시아적 탈사회주의 국가의 보편적 패턴과 체제전환의 베트남적 특성을 규명하며, 넓게는 동아시아 발전모델과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분석하여 동아시아적 맥락에서 베트남 발전모델을 평가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