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토리아 국제법이론의 ‘식민주의’ 성격에 관한 비판적 고찰 = A Critical Study on the Alleged ‘Colonialist’ Aspect of the Vitoria’s Theory of International Law

국문 초록 (Abstract)

비토리아가 국제법의 창시자로 거론되는 것은 그가 제시한 ‘전체세계’ 관념과 ‘유스 겐티움’ 관념이 ‘국제사회’와 ‘국제법’의 선구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비토리아의 전체세계는 ‘보편적 인류사회’를 의미하는 것이나 국제사회 또는 국제공동체로 이해될 수 있는 소지도 있다. 비토리아는 전체세계를 일종의 국가 또는 코먼웰스라고 설명하였는데, 이는 중세에 확립된 ‘Respublica Christiana’(기독교적 세계) 관념의 연장으로 보인다. 비토리아의 전체세계는 기독교도 이외의 인간도 포함하는 사회라는 점에서 위대하고 혁신적인 사고라고 평가된다.
비토리아가 말하는 ‘유스 겐티움’은 ‘전체세계’의 다수 의사에 의하여 입법되는 ‘전체세계’의 법이다. 비토리아는 가이우스(Gaius)가 ‘법학제요’(法學提要, Institutiones)에서 “모든 인간 사이”(inter omnes homines)의 법으로 유스 겐티움을 정의한 것을 “모든 민족 사이”(inter omnes gentes)의 법으로 정의를 변경하였는데, 이 “모든 민족 사이”의 법이 국제법이 되는 것이다.
비토리아 국제법 이론의 주된 주제는 인디오와 스페인의 관계 문제이다. 1539년에 있었던 두 개의 특별강의에서 비토리아는 이 문제를 다루었다. 강의 ‘인디오에 관하여’에서 비토리아는 인디오가 이성을 갖춘 인간이며 노예가 아니고, 스페인인이 오기 전에 사법상으로도 공법상으로도 합법적인 소유권의 주체였다고 인정하였다. 이러한 전제에서 인디오에 대한 정복과 지배의 권원으로 중세 유럽의 기독교 관념에 근거한 일곱 가지의 권원의 합법성 부정하였다. 하지만 그것을 대체하는 합법적인 권원 일곱 가지를 제시함으로써 스페인의 인디오 정복과 지배의 법적 정당화 논리를 제공하였다.
강의 ‘전쟁의 법에 관하여’는 특별강의 ‘인디오에 관하여’의 후속으로서 ① 기독교도가 전쟁을 하는 것은 허용되는가, ② 전쟁을 선언하고 수행할 권위(auctoritas)는 누구에게 있는가? ③ 무엇이 정전(正戰, bellum justum)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또 되어야 하는가? ④ 정전에서는 적에 대하여 어떠한 일이 어떠한 범위에서 허용되는가의 네 가지 문제를 다루었다. 비토리아는 전쟁의 정당원인을 제한하고 전쟁 개시에 신중할 것, 그리고 전쟁에서도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열거함으로써 전쟁의 폐혜를 완화하는 이론을 전개하였는데, 그 구체적 의미는 인디오에 대한 스페인인의 잔혹 행위의 금지와 제한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비토리아의 국제법 이론에 대해서는 두 가지 상반된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한편으로 그는 사해동포주의자로서 인간의 평등에 기초한 보편적 인류사회를 구상하고 특정의 자연권을 명확히 언명한 사람, 세계인권선언에서 말하는 기본권의 기초를 확립한 사람, 20세기의 보편적 인권이 나올 수 있는 기초로서의 연대 관념의 제창자로 평가된다. 또 국가 간의 평등이라는 기초 위에서 현행 국제법을 창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미래 국제법을 예언한 학자로 평가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스페인의 인디오 정복에 토마스주의적․인본주의적인 근거를 만들어 낸 사람으로서 그의 국제법 이론은 철저하게 식민주의적이라고 비판받는다. 비토리아 국제법 이론의 내용 중에는 부분적으로 긍정 평가의 요소가 있으나 비토리아 국제법 이론 전체는 유럽 우월주의와 기독교 중심주의에 기초하여 스페인의 인디오 지배를 정당화한 식민주의적 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