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진적 음성변이형의 생성에 나타난 심성어휘집의 표상: 한국어 ‘ㅎ' 약화현상을 중심으로

국문 초록 (Abstract)

단어에 포함된 개별 음소들은 실제 발화에서 다양한 변화를 겪는데 이러한 음성변이형이 나오게 되는 요인 중 하나는 음운현상의 적용이다. 전통적인 접근방법에서는 이러한 음성변이형이 심성어휘집에는 저장되어 있지 않고 규칙에 의해 유도된다고 주장했으나 최근 일련의 심리언어학자들은 음성변이형도 기저형과 같이 심성어휘집에 저장되어 있다는 것을 실험을 통해 보여주었다. 이는 해당 음소를 인지할 때 확실하게 나타나고 해당 음소를 생성할 때는 서로 상반된 결과들이 도출되었다. 가장 최근에는 Burki와 Gaskell (2012)에서 음운현상이 범주적으로 적용되는 경우만 심성어휘집에 저장이 되고 비범주적인 음성변이형은 저장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음성단어생성 과정에서 비범주적 음성변이형이 심성어휘집에 어떻게 표상되는 지 검증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현상은 한국어 'ㅎ' 약화 현상이다. 한국어 'ㅎ' 음소는 실제 발화에서 다양한 소리로 실현되는데, 공명음 사이에서는 약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경우 탈락되지만 발화속도나 주변 환경에 따라 유성음화하거나 전이음으로 변화하거나 마찰음으로도 조음되는 것이 관찰되었다. 따라서 이러한 음소가 포함된 한국어 인공단어를 녹음하여 실제 실현 형태와 유사하게 토큰을 만든 후에 그림과 함께 한국인 원어민 화자들에게 학습시킨 후에 이름대기 과제를 실시한다. 많은 선행연구에서 단어를 생성할 때 철자가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를 보여주었으므로 훈련 마지막 단계에서 'ㅎ' 음소에 해당하는 철자를 제시하고 제시하지 않았을 때과 비교해서 실제 조음패턴에 어떤 변화가 오는 지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직접적으로 피험자들이 심성어휘집에 저장한 단어의 철자 패턴을 분석하여 점진적이고 비범주적 음성변이형이 심성어휘집에 어떻게 재인되고 표상되는 지 고찰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본 연구에서는 인공언어패러다임을 사용하였다. 전형적인 한국인 원어민 화자들을 모집하여 다양한 공명음 사이에 ‘ㅎ’ 음소가 포함된 한국어 비단어를 10개 그리고 가시료 10개를 제작하여 3일 걸친 훈련을 통해 학습시킨 후, 20명의 피험자들에게는 'ㅎ' 철자를 제시하고, 나머지 20명의 피험자들에게는 'ㅇ' 철자를 제시한 후 각 단어의 이름대기 과제를 부여한다. 실험 마지막에 각 단어의 철자를 쓰게하여 피험자들이 각 단어에 대해서 심성어휘집에 어떻게 재인하고 표상하고 있는 지 분석한다. 만약 Burki & Gaskell (2012)가 주장한대로 범주적 음운현상으로 생긴 음성변이형은 독립형과 같이 심성어휘집에 저장되어 있지만 비범주적 음운현상으로 인한 음성변이형은 저장되어 있지 않다는 가설이 맞다면, 한국어의 ‘ㅎ’ 음소 약화현상이 적용된 단어들은 철자의 제공 유무와 상관없이 유사한 패턴과 반응시간을 보이면서 생성되는 결과를 보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비범주적인 음성변이형도 범주적 음성변이형과 마찬가지로 심성어휘집에 저장되어 있다면 ‘ㅎ’ 음소 약화현상도 철자의 영향을 받아 ‘ㅎ’ 철자를 제공하였을 때 탈락이 된 형태가 덜 나타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