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현실의 비극적 상황에 대한 고찰 : 『시학』의 'hamartia' 개념을 중심으로

국문 초록 (Abstract)

이 논문은 현실 교육에서 한 번의 대입 시험 때문에 불행에 빠지고 지속적으로 고통을 받는 이들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나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행에 빠지는 구조가 비극과 유사하다는 점에 착안하여, 현실의 비극적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시학』의 비극적 상황의 단초라 제시된 hamartia에 대해 분석한다. 비극적 상황이 어떻게 일어났는지 안다면 비극적 상황을 어떻게 바라볼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비극에 어울리는 hamartia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게 된, 개별적인 사항에 대한 무지라는 점을 조감할 수 있다. 그리고 『시학』에서, hamartia는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삶에서 있음직한 성격을 띤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비극적 단초인 hamartia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만든 무지의 상태이자, 그 상황이라면 충분히 있음직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를 교육현실과 더불어 고찰해보면, 연민과 두려움이라는 비극적 정서는 hamartia로 인해 비극적 상태에 빠지는 것은 누구에게나 있어서는 안 되는 문제 있는 상황이라는 점을 함축하고 있다. 이는 그러한 상황이 부당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되는데, 이는 hamartia가 충분히 있음직한 무지의 상태이자 원래 의도와는 빗나갔지만 당시로서는 최선의 판단을 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로 인해 고통과 불행에 빠진다는 점이 부당함을 의미한다. 이러한 부당함의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hamartia는 인간이라면 가질 수 있는 무지의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잘못으로 여겨 불행과 고통에 빠진다는 점이 부당하다. 특히 교육적인 측면에서 무지의 상태는 자연스러운 상태이며, 배움을 처방으로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고통을 준다는 점이 부당하다. 이렇게 볼 때 현실 교육에서 대입 시험의 결과를 통해 학생들에게 크고 지속적인 고통을 주는 것은 부당할뿐더러 교육적인 의미에서도 맞지 않는다는 점이 도출된다. 그리고 앎과 무지를 각각 성공과 실패로 규정하고 특히 무지에 대해 고통과 처벌을 가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 도출된다.
또한, hamartia를 통한 비극적 상황은 현실에서 비극적 상황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해 기여할 수 있다. 비극은 문제 있는 상황을 연습처럼 제시하여 현실을 대처해나가는 데 기여하며, 그 자체로 교육의 한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간접 경험을 통해 비극적 정서가 잘 함양된다면, 실제 삶에서 꼭 그 상황에 부딪히지 않았더라도 삶에 대한 전체적인 안목과 대처 능력을 기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두려움은 현실을 넓게 인식하고 성찰할 수 있는 계기를 줄 수 있고, 나아가 현실에 비극적 상황과 같은 고난이 닥쳤을 때 보다 수월히 대응할 수 있는 용기를 기를 수 있다. 연민은 상대방에 대한 공감과 배려 능력을 기를 수 있음은 물론, 다른 사람의 삶들에 대한 인식의 안목이 넓어져 공동체의 삶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목차 (Table of Contents)

• Ⅰ. 서론 1
• Ⅱ. hamartia 개념의 예비적 검토 6
• 1. 언어적 접근 9
• 2. 비극 작품을 통한 접근 11
• Ⅲ. hamartia 개념 분석 17
• 1. 아리스토텔레스의 다른 저작을 통한 접근 17
• 1) EN 5권 8장의 hamartēma 검토 19
• 2) EN 3권 1장 검토 27
• 3) EN을 통한 hamartia 개념 분석 32
• 2. 내재적 접근 40
• 1) 맥락에 따른 접근 41
• 2) 『시학』 13장 검토 46
• 3) 인간적인 느낌(to philanthropon) 검토 53
• 4) hamartia 개념의 종합적 논의 59
• Ⅳ. hamartia와 교육 65
• 1. 교육 현실에 hamartia가 주는 교육적 의미 70
• 2. 비극 및 비극적 정서의 교육적 의미 73
• Ⅴ.요약 및 결론 76
• 참고문헌 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