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의 음악적 페르소나: 혁명적 부르주아에서 성적인 살인범까지

국문 초록 (Abstract)

본 연구는 여전히 클래식 음악에 대한 우리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는 베토벤 음악을 중심으로 음악과 의미에 대한 물음을 다룬다. 특히 베토벤 음악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클래식 음악의 대들보로 확고히 자리매김되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두 세기 남짓 동안 변해가는 베토벤 이미지를 통해 우리는 각 시대별 관심사에 따라 음악의 의미가 얼마나 다양하게 형성될 수 있는지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높은 정신세계의 정복자로서 베토벤에 대한 낭만주의적 이미지를 후세에 전해준 E. T. A. 호프만에서부터, 혁명적 부르주아의 음악적 전형으로서, 또는 게르만 민족의 신격화된 영웅으로서 이데올로기적으로 사용되거나 소비되는 베토벤 이미지를 해체하려고 하는 최근 포스트모던 페미니즘의 시도까지 그의 음악은 실로 다양한 의미의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다.
베토벤 수용사(受容史)에 대한 연구는 그 동안 꾸준히 진행되어 왔으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놓았다. 일례로 1972년 단행본으로 출간된 에게브레히트(Hans H. Eggebrecht)의 『베토벤 수용의 역사를 위하여』는 거의 두 세기에 걸친 베토벤 수용사를 검토한 끝에 수많은 베토벤 비평가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한 수사어들을 발견한다. 예컨대 ‘삶과 작품의 통일성’, ‘고통의 필연성’, ‘초월’ 등과 같은 개념의 장(場)들은 베토벤에 대한 거의 모든 문헌에 일관되게 등장하기에 이 모든 문헌은 마치 단 한 사람의 저자가 쓴 한 권의 책인 듯 보일 정도라고 할 만하다. 이 개념의 장에서 비롯된 원형적인 내러티브 도식은 ‘고통의 필연성’으로부터 ‘의지’를 통해 ‘극복’으로 나아가는 형태를 띤다.
그러나 근래 들어 베토벤 비평의 생동감 있는 전통에서 출발하되, 그 전통을 넘어서는 전망을 제시하는 시도들이 왕성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예컨대 매클러리(Susan McClary)의 『여성적 종지: 음악, 젠더, 섹슈얼리티』(1991)와 럼프(Stephen Rumph)의 『나폴레옹 이후의 베토벤: 후기 작품의 정치적 낭만주의』(2004) 등이 그것이다. 본 연구는 이와 같은 연구사적 배경에서 축적된 문헌을 바탕으로 베토벤 음악의 철학적⋅사회적⋅정치적⋅문화적 의미를 재배치하고 지형도를 그리는 작업이다.
베토벤의 남다른 중요성은 음악사적인 맥락에서보다는 오히려 역사적이고 사회문화적인 맥락에서 더욱 더 두드러진다. 왜냐하면 그의 음악은 19세기 전환기 근대 서구사회의 지각변동과 더불어 등장한 부르주아 휴머니즘―이성, 계몽, 진보, 개인적 주관성, 무엇보다도 자유의 이념과 같은 본래 부르주아적인 구성물의 변증법적 전개로 이해될 수 있는―의 백과사전이라고 할 만하기 때

다국어 초록 (Multilingual Abstract)

Musical Personas of Beethoven: From Revolutionary Bourgeoisie to a Sexual Murderer

This essay aims to illuminate the meanings of Beethoven's music from several angles in the philosophical, social, political, and cultural contexts so as to comprehend the legacy of nineteenth century German culture in terms of the broader aspect of the reexamination of Western modern civilization.